‘생태적 관점에서 도시를 설계하는 도시공학자,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정치인, 효율과 정의를 조화시킬 수 있는 협동조합 운동가·경영인, 인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의학과 대증요법에 강한 양의학을 조화시키는 의사, 풍부한 영감과 상상력으로 오늘의 위기와 내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문화·예술인….’
도심형 인가 대안학교인 경기 분당 이우학교(이우중고)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형이다.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등이 참여해 만든 대안학교로 2003년 9월 개교할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우학교는 4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우학교는 올해 서울대에 2명을 진학시켜 대안학교라기보다 또 다른 특성화학교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수업료가 일반 학교의 3배나 되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 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민노당 심상정 의원, 무소속 최재성 의원, 강지원 변호사 등의 자녀들이 다니거나 졸업해 신흥 귀족학교라 불리기도 했다.
학비 비싸고 유명인 자제 많아 귀족학교 논란
겉으로 드러난 이런 현상과 교육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증을 갖고 6월25일 분당신도시 인근 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우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은 표정이 밝고 자유로워 보였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내려가던 전다화(17·고2) 양을 불러 세웠다. “학교생활은 재미있느냐”고 묻자 전양은 당연하다는 듯 “무척 행복해요”라고 말하면서 장난을 거는 친구에게 물총을 쏘았다.
“우선 주입식 교육이 아니거든요. 저는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여기선 농촌 봉사활동도 가고, 해외 통합기행이라고 해서 친구들과 같이 외국 여행도 가요. 얼마 전 태국에 있는 버마(미얀마) 민주화 난민촌에 갔는데, 제 또래 아이들이 독재정권 때문에 고향을 떠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금세 이해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이런 경험들도 제가 디자인 전공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전양이 아쉬워하는 것은 미술대학을 가려니 학원에 다니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우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외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예체능계는 학교에서 특강으로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선후배 관계가 정말 좋아요.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도 좋고요.”(홍지혜 양·고2)
“수원에서 한 시간 넘게 통학하지만 피곤한 것도 모를 만큼 재미있어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아요.”(오민주 양·중3)
학교 자체조사에서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5점 가운데 4점 이상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끼리는 물론 사제간에도 인격적인 면에서 동등하다.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간적 긴장감은 있지만 누구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모든 고민과 욕구를 대학 진학 이후로 미루며 살아가는 일반 학교 학생과 달리 이곳 아이들은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정광필 교장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것은 해야 할 고민을 미루고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해결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이처럼 만족하며 지내지는 않는다. 입학 후 10% 정도는 다른 학교로 옮겨간다. 공부보다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고2 아들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은 모든 프로젝트와 봉사활동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힘들어했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자기주도적 학습도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아들에게서 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이끌어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학교는 학생 못지않게 학부모들이 적극적이다. 학부형 캠프, 교과지원위원회, 도서위원회, 생협활동, 급식활동 등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반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고, 반대표 학부모 모임에 학교운영위원회까지 참석하려면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정도다. 학부모 윤현애 씨는 “가끔 번개팅으로 생맥주 모임도 하는데, 교육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학부모 모임이라기보다 성찰의 시간이 된다”고 모임 분위기를 전했다.
학부모 대부분은 이우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학교에 고3 아들을 보내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일찍부터 대안학교를 택한 경우다.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 경쟁구도에 아이를 내몰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도록 강요할 것이냐를 두고 아내와 협의해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 캠프를 많이 데리고 다녔지요.”
이종석 전 장관도 아들을 일반 학교에서 이우학교로 보낸 뒤의 변화에 만족했다.
“아들이 일반 학교 1학년에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 날 자신은 학교에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분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퇴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이우학교에서 전입생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응시하게 됐습니다. 이우학교는 모든 결정을 아이 스스로 생각해서 할 수 있게 합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규제하는 방법도 토론해서 정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성 의원은 “이우학교의 교과과정이 내용은 좋지만 실험적이고,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때문에 그것을 일반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대학 입시에 뜻을 두면 현실적인 벽 앞에서 갈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형은 “어떤 학부모들을 보면 지나치게 완벽한 아이를 원한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슈퍼맨으로 길러내려 욕심을 부린다. 그런 욕심이 이우학교라는 또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학비가 비싼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 학교의 3배인 연간 500만원은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사교육을 하지 않는 점 등을 따지면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적게 든다. 또 학비를 면제하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에도 10%를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대학 진학자도 상당수
요즘 학교 측에서는 인성을 기르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나간다는 대안학교의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제도교육의 틀을 수용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입시공부를 외면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45명의 교사들은 수시로 수업연구회를 열고 바람직한 교과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 졸업생 69명 가운데 서울대에 2명이 진학했고, 다수가 대학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우학교를 입시명문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학교 측은 여기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눈치다. 대안학교에서 인성도 기르고, 입시문제도 해결하는 것은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대안학교이며, 입시와 무관한 비정부기구(NGO) 활동, 원하는 직업세계를 체험하는 인턴십, 농업과 봉사활동을 강조합니다.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이수광 교감)
올해 3월부터 개방형 자율학교 4곳이 문을 열었다. 서울 원목고, 부산 남고, 충북 청원고, 전북 정읍고가 그곳. 공교육 안에서 인성교육 위주의 대안교육을 실험하고 있는 이곳들은 이우학교가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학교 전형 경쟁률은 해마다 5대 1을 넘는다. 그만큼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광필 교장은 “공교육을 자극하는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교육 당국도 인정하고 이우학교를 지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심형 인가 대안학교인 경기 분당 이우학교(이우중고)가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형이다. 이명현 전 교육부 장관 등이 참여해 만든 대안학교로 2003년 9월 개교할 때부터 관심을 모았던 이우학교는 4년 만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우학교는 올해 서울대에 2명을 진학시켜 대안학교라기보다 또 다른 특성화학교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또 수업료가 일반 학교의 3배나 되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 씨,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민노당 심상정 의원, 무소속 최재성 의원, 강지원 변호사 등의 자녀들이 다니거나 졸업해 신흥 귀족학교라 불리기도 했다.
학비 비싸고 유명인 자제 많아 귀족학교 논란
겉으로 드러난 이런 현상과 교육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실상은 어떤지 궁금증을 갖고 6월25일 분당신도시 인근 야산 중턱에 자리잡은 이우학교를 찾았다. 아이들은 표정이 밝고 자유로워 보였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내려가던 전다화(17·고2) 양을 불러 세웠다. “학교생활은 재미있느냐”고 묻자 전양은 당연하다는 듯 “무척 행복해요”라고 말하면서 장난을 거는 친구에게 물총을 쏘았다.
“우선 주입식 교육이 아니거든요. 저는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여기선 농촌 봉사활동도 가고, 해외 통합기행이라고 해서 친구들과 같이 외국 여행도 가요. 얼마 전 태국에 있는 버마(미얀마) 민주화 난민촌에 갔는데, 제 또래 아이들이 독재정권 때문에 고향을 떠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말도 잘 통하지 않았지만 금세 이해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이런 경험들도 제가 디자인 전공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전양이 아쉬워하는 것은 미술대학을 가려니 학원에 다니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우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과외를 받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예체능계는 학교에서 특강으로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정광필 이우학교 교장.
“수원에서 한 시간 넘게 통학하지만 피곤한 것도 모를 만큼 재미있어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아요.”(오민주 양·중3)
학교 자체조사에서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5점 가운데 4점 이상이다. 이곳에서는 학생끼리는 물론 사제간에도 인격적인 면에서 동등하다.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간적 긴장감은 있지만 누구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모든 고민과 욕구를 대학 진학 이후로 미루며 살아가는 일반 학교 학생과 달리 이곳 아이들은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정광필 교장은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것은 해야 할 고민을 미루고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해결해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이처럼 만족하며 지내지는 않는다. 입학 후 10% 정도는 다른 학교로 옮겨간다. 공부보다 노는 데만 정신이 팔린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고2 아들이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곳은 모든 프로젝트와 봉사활동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힘들어했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자기주도적 학습도 생각만큼 잘되지 않는다. 아들에게서 하고 싶어하는 의지를 이끌어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학교는 학생 못지않게 학부모들이 적극적이다. 학부형 캠프, 교과지원위원회, 도서위원회, 생협활동, 급식활동 등 학부모가 해야 할 일이 무척 많다. 반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고, 반대표 학부모 모임에 학교운영위원회까지 참석하려면 몸이 열이라도 모자랄 정도다. 학부모 윤현애 씨는 “가끔 번개팅으로 생맥주 모임도 하는데, 교육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학부모 모임이라기보다 성찰의 시간이 된다”고 모임 분위기를 전했다.
학부모 대부분은 이우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학교에 고3 아들을 보내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일찍부터 대안학교를 택한 경우다.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지나친 경쟁을 강요하는 게 싫었습니다. 그런 경쟁구도에 아이를 내몰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도록 강요할 것이냐를 두고 아내와 협의해 대안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 캠프를 많이 데리고 다녔지요.”
이종석 전 장관도 아들을 일반 학교에서 이우학교로 보낸 뒤의 변화에 만족했다.
“아들이 일반 학교 1학년에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 날 자신은 학교에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 분밖에 없다는 겁니다. 자퇴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이우학교에서 전입생을 모집한다는 것을 알고 응시하게 됐습니다. 이우학교는 모든 결정을 아이 스스로 생각해서 할 수 있게 합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것을 규제하는 방법도 토론해서 정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성 의원은 “이우학교의 교과과정이 내용은 좋지만 실험적이고,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때문에 그것을 일반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대학 입시에 뜻을 두면 현실적인 벽 앞에서 갈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형은 “어떤 학부모들을 보면 지나치게 완벽한 아이를 원한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 슈퍼맨으로 길러내려 욕심을 부린다. 그런 욕심이 이우학교라는 또 하나의 틀을 만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학비가 비싼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 학교의 3배인 연간 500만원은 학부모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비가 비싸긴 하지만 사교육을 하지 않는 점 등을 따지면 오히려 일반 학교보다 적게 든다. 또 학비를 면제하는 저소득층 특별전형에도 10%를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등 대학 진학자도 상당수
요즘 학교 측에서는 인성을 기르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해나간다는 대안학교의 근본 취지를 살리면서도 제도교육의 틀을 수용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입시공부를 외면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45명의 교사들은 수시로 수업연구회를 열고 바람직한 교과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 졸업생 69명 가운데 서울대에 2명이 진학했고, 다수가 대학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우학교를 입시명문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학교 측은 여기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눈치다. 대안학교에서 인성도 기르고, 입시문제도 해결하는 것은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칙적으로 대안학교이며, 입시와 무관한 비정부기구(NGO) 활동, 원하는 직업세계를 체험하는 인턴십, 농업과 봉사활동을 강조합니다. 학생들의 인성을 기르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이수광 교감)
올해 3월부터 개방형 자율학교 4곳이 문을 열었다. 서울 원목고, 부산 남고, 충북 청원고, 전북 정읍고가 그곳. 공교육 안에서 인성교육 위주의 대안교육을 실험하고 있는 이곳들은 이우학교가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학교 전형 경쟁률은 해마다 5대 1을 넘는다. 그만큼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정광필 교장은 “공교육을 자극하는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교육 당국도 인정하고 이우학교를 지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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