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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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에서 ‘좌향좌’로 커밍아웃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7-11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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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강경에서 ‘좌향좌’로 커밍아웃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좌향좌했다. 총대는 정형근 의원이 멨다.

    한나라당은 7월4일 새로운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했다. 정 의원이 이끈 당내 평화통일정책특위의 작품이다. 대북관계 상임위 소속 의원, 당직자, 외부 대북전문가가 6개월간 이 정책을 다듬었다.

    한나라당판 포용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은 △비핵평화체제 착근 △경제공동체 형성 △통행·통신협력체제 기반 구축 △인도적 협력·지원 △인권공동체 실현의 ‘5대 중점 과제 실천방안’을 담고 있다. 상호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적극적 개방·소통정책으로 전환한 것.

    정 의원은 “한나라당이 바뀐 것으로 보면 된다. 북한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지원이 끊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오해다. 새 정책은 지킬 건 지키고 지원할 건 지원하자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인정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정 의원은 또 “한나라당은 그동안 유연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인 정통 보수세력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북한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아도 경제협력과 지원 등 대북접촉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이 누구던가. 공안검사 출신으로 1980년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국장, 1차장을 지낸 그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였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때는 ‘DJ 저격수’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옷을 갈아입은 것.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에서 왼쪽으로 원 클릭 이동한 데는 ‘한나라당=반(反)통일세력’의 낙인을 지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에 당의 정책이 부합해야 한다”는, 대북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 정 의원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정 의원의 대북 스탠스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5년. 그즈음부터 국회에서 무조건적인 대북 비료 지원을 주장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재자로서 북한을 방문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7월4일 새 대북정책 발표는 원래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하는 것으로 검토됐으나 지지세력의 비판이 우려돼 정 의원으로 발표자가 결정됐다. 역풍이 불어올 경우 강 대표가 그 취지를 설명하면서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모양새를 취하기로 한 것. 그러나 역풍은 거의 없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평양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과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은 한나라당이 북측에 안정감을 주는 데 실패했으나, 정 의원의 이번 발표로 평양의 생각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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