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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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못 막은 열정 ‘98세 발명왕’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7-16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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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도 못 막은 열정 ‘98세 발명왕’
    1909년생으로 올해 만 98세가 된 이명규 할아버지는 ‘발명왕’이다. 보통학교에 재학하던 15세 때 곡선의 길이를 측정하는 곡선측정기를 발명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을 그 일에 바쳤다. 특허, 실용신안, 의장 등으로 출원한 발명 아이디어만 무려 270여 개다. 이 할아버지는 29세이던 1938년 모내기 기계를 발명해 동아일보에 ‘농촌에 복음! 이앙기(移秧機) 개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힘들게 모내기하는 농부들이 안쓰러워 교직에 있으면서 틈틈이 발명을 했어요. 특허를 따낸 뒤 아예 교직을 그만두고 서울에 연구소를 차렸지요. 이앙기 상용화 작업을 한창 하는 와중에 일본에서 이앙기 200대가 들어왔어요. 그 탓에 제 발명품은 실용화되지 못해 무척 아쉬웠죠.”

    6·25전쟁 직후에는 태극기가 널리 쓰이는 것에 착안해 태극기 자동인쇄기를 발명했고, 떡을 자르는 대로 꽃이나 나비 등 문양이 새겨지는 기계도 발명했다. 100세에 가까워진 지금도 이 할아버지는 발명을 계속하고 있다.

    스키 점프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나는 조끼’(1998), 멧돼지 축출용 모의 맹호상(2002), 소방 기능을 가진 오토바이(2004), 하천정화성 낚시질 방법(2005) 등이 최근 쏟아낸 발명 아이디어. 이 할아버지는 “TV나 신문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발명한다”고 말했다. 좋은 발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서울 역삼동에 있는 특허청 서울사무소로 달려가 기존 특허자료 검색을 하는 등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특허청의 최고령 회원으로 특허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세상 떠나는 날까지 발명에 인생을 바치겠다는 이명규 할아버지. 그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정부에 하고 싶은 쓴소리가 하나 있다. 외국기술을 들여와 약간의 변형만 해도 신기술로 간주해 지원하는 기술개발촉진법이 오히려 우리나라 발명가들의 의지를 꺾는다는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개인 발명가는 국가 미래의 재산이며, 발명은 국민 개개인을 풍요롭게 한다”면서 “정부가 발명가들의 빛나는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 활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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