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성현아씨의 누드 사진.EMG네트워크
최근 들어 “누드 사진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스타들은 이혜영, 김지현, 권민중, 김동성 등이다. 이중에서 김지현은 이미 누드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과 모바일 콘텐츠로 서비스되고 있는 상태고 권민중은 5월 말 일본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혜영, 김동성은 계약만 성사된 상황. 이외에도 베이비복스 고소영 김규리 한고은 권상우 오지호 등 “누드 사진 찍는다더라”는 소문에 휩싸인 사람까지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누드집이 ‘감투’
그러나 이들의 누드집 관련 소문은 현재까지는 모두 ‘뜬소문’일 뿐이다. 한때 톱스타 고소영이 30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누드집을 촬영한다는 소문이 퍼져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고소영 본인이 “이번 영상집은 연예계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파격적 노출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음으로써 파문이 진정되었다.
그렇다면 왜 연예인들은 누드 사진을 찍으려 할까. ‘다리 예쁜 연예인’으로 소문난 이혜영은 누드집 계약 성사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누드 촬영을 결정했다. 약혼자와도 의논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누드라고 하지만 예술적인 사진, 누가 봐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권민중은 “누드를 찍으려는 국내 연예인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성씨의 누드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성씨의 사진을 본 사람이 몇 백만명을 넘는다.
연예 칼럼니스트인 김성덕씨(조이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연예인이 누드집을 냈다는 것이 하나의 ‘감투’다. 그 연예인이 그만큼 인기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누드집을 내고 싶어했지만 그동안 남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누드 사진을 촬영했거나 찍을 예정인 연예인들. 고소영, 이혜영, 권민중, 김지현(위부터).이 중 고소영은 팬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누드집 촬영을 부인했다.
김씨는 “이제는 여성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남성 연예인의 누드 사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마 김동성 이후로 제2, 제3의 남자 연예인 누드 사진이 곧 나올 것이다. 이것은 여성 대중들이 남성 연예인의 몸을 보고 싶어할 만큼 사회 분위기가 개방되었다는 뜻이다”라고도 말했다.
물론 이 같은 누드 열풍의 촉발제는 ‘돈’이다. 연예인의 누드집 관련 보도에서는 5억원이니 10억원이니 하는 거액의 개런티가 오고 갔다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이혜영이 누드 사진을 촬영하는 대가로 받는 개런티는 10억원. 권민중의 경우 계약금 5억원에 총 수익금의 25%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김동성의 계약금은 7억~8억원 선. 성현아는 누드 사진 촬영 개런티로 5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는 “최근 들어 불경기 여파로 광고 시장이 불황을 타면서 연예인들의 수입도 줄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누드집은 돈도 벌고 인기도 만회해보려는 연예인들의 마지막 시도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귀띔에 의하면 최근 누드집 촬영 물망에 오른 한 여성 연예인은 경제난으로 인해 매니저까지 해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연예인에게 돌아가는 개런티뿐만 아니라 누드 사진 촬영에 드는 예산은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해외 로케를 나가고 동영상을 제작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시스템까지 구축해야 하기 때문. 이혜영, 김동성에 이어 세 명의 연예인을 더 섭외해 총 5명의 누드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하는 ‘큐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튜브 엔터테인먼트는 이 프로젝트의 총 예산이 100억원이라고 밝혔다.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를 웃도는 금액이다.
단순히 누드 사진집을 판매해 이 같은 거액의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연예인의 누드 사진 촬영에 거액이 투자되는 이유는 제작사들이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그것도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이승희씨의 누드 사진집 ‘버터플라이’. 이씨의 누드 동영상과 사진도 모바일 콘텐츠로 제작되어 현재 서비스되고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철저한 ‘개인성’을 보장받는 모바일 서비스의 성격은 개인의 성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누드 동영상 서비스와 맞아떨어진다는 것. 현재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통신사는 모두 성인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바닥만한 게 무슨 예술? 상업주의 극치
‘누드운동회’ 등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모바일원 서비스’ 멀티미디어 사업부의 이광호 팀장은 “모바일 서비스의 수준이 동영상, HD 등으로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트렌드 역시 인터넷에서 모바일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수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신곡을 홍보하는 등 모바일 홍보에 전략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바일을 통해 동영상을 한 번 다운받는 금액은 50~100원 선이다. 10만명이 한 번씩 접속하면 5000만~1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쉽게 나온다.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릴 경우 콘텐츠를 제작한 기획사가 수익의 90% 가량을 가져간다. 즉 통신사는 통화료 수익을 얻는 데에 그치고 대부분의 실수익은 콘텐츠 제작사측이 챙기는 것.
SK텔레콤 원홍식 과장은 “올 1월 1주일간 ‘준(June)’을 통해 성현아 동영상을 시범 서비스한 결과 매출이 3억~4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모바일은 인터넷을 대체할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무선 인터넷 매출이 전체 인터넷 시장 매출의 10%를 넘어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앞으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이 얼마만큼 성장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연예계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누드 사진 열풍은 ‘예술적인 누드 사진’보다는 ‘새로운 수익 창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연예인 누드 모바일 서비스가 제작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통신사측은 “유저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성인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연예인 누드 동영상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손바닥만한 휴대폰 모니터로 보는 누드가 무슨 사진이며 예술인가요? 최근 연예인들이 누드 사진을 찍었다지만 제대로 된 누드 영상집이 한 권이라도 나왔나요? 그 사진들은 모두 인터넷과 휴대폰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 열풍을 보면 상업주의의 극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사진작가 조세현씨의 개탄이다. 그의 말처럼 연예인 누드 사진에 대한 대중의 시각에서도, 그리고 연예인 누드 사진을 제작하는 측에서도 이를 하나의 문화나 예술 장르로 취급하려는 자세를 찾아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