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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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그날 아침 아직도 슬픔”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3-06-05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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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수대교 그날 아침 아직도 슬픔”
    ”10년이 지났는데도 그날 아침만 생각하면 가슴이 떨려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예요. 어른들 잘못으로 죄 없는 우리 딸들이 아비규환 속에서 허우적거렸을 걸 생각하면….”

    10년 전 서울 행당동 무학여고 교장으로 재직하면서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꽃다운 제자 8명을 저승으로 보냈던 김영의 전 교장(73)이 최근 10년 전의 사건을 담은 회고록 겸 수필집을 펴냈다. 당시 성수대교 북단에 위치한 무학여고는 교사 학생 등 10여명의 사상자가 나와 사고의 가장 큰 희생자로 기록됐다. 김 전 교장이 이 회고록에 붙인 제목은 ‘그때가 있었기에’. 통산 다섯 번째 내놓는 수필집에 ‘그때가 있었기에’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성수대교 붕괴사고가 일어나던 ‘그날 아침’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라고.

    그러나 10년 만에 회고록을 펴내는 작업이 김 전 교장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수필가로, 글 쓰는 데는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그였지만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도무지 뭔가를 써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고 후 10년 동안 맞벌이 부부를 위한 교육서를 펴낸 것말고는 김 전 교장 특유의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언어가 담긴 글을 단 한 줄도 쓰기 어려웠다고.

    김 전 교장은 이미 4권의 수필집을 펴냈을 정도로 글쓰기를 교직 다음가는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의 제목들도 ‘초원에 내리는 안개처럼’ ‘가슴에 흐르는 강’ ‘꿈과 현실의 다리’ 등 일상에서 느끼는 잔잔한 느낌과 정서를 담아낸 것들이 대부분. 그러다 보니 정년 퇴직 이후 노부부의 평온한 여생에서 성수대교 사건 같은 참혹한 기억을 다시 들춰내는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러나 최근 대구지하철 참사와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사고 등을 보면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 전 교장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장면들을 조각조각 맞춰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자 한나절이 한 달쯤이나 되는 것처럼 길고 끔찍했던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김 전 교장은 “비 내리는 강 위로 꽃잎처럼 떨어져버린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한편으로는 공포에 질린 아이들을 다독거리느라 허둥대던 경험이야말로 다시는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며 몸서리를 쳤다. 김 전 교장은 대형참사가 벌어지고 나서야 사후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지 말고 이 구절을 한번 읽어보라며 당시 무학여고 교사가 쓴 조시(弔詩) 한 구절을 내밀었다.



    ‘너희들의 하나뿐인 꿈을 지우고/ 그래/ 우린 그렇게 했어/ 진실과 믿음을 말하면서 뒤로는/ 가장 추악한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이 말이야/ …/ 무너진 다리에 우리들의 진실이 조금만 있었어도/ 한강의 기적/ 그 시퍼런 쑥물에 너희들의 꿈은 타다 만 촛불이 되지 않았을 텐데.’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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