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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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운동화 ‘안전사고 주의보’

넘어지기 쉬워 부상자 증가 추세 … 어린이들 도로에서 탈 경우 교통사고 위험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인천 힘찬병원 이수찬 병원장 www.himchanhospital.com

    입력2003-06-04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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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 달린 운동화 ‘안전사고 주의보’
    요즘 바퀴 달린 레포츠 운동화를 신고 미끄러지듯 달리는 게 대유행이다. 도로와 인도는 물론이고 지하철 역사 등 바퀴가 구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힐링 슈즈(롤링 슈즈)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힐링 슈즈는 신발 양쪽 뒷부분에 바퀴가 하나씩 달려 있어 걸어다닐 수도 있고, 인라인 스케이트처럼 바퀴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달릴 수도 있는 다용도 레포츠 신발로 시속 2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힐링이라는 용어는 2000년 12월 이 신발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회사의 이름(힐리스사)에서 유래한 것.

    인라인 스케이팅이나 힐링은 몸의 균형을 잃는 순간 바로 넘어진다. 게다가 흙 길이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서 타다 보니 부상 위험이 다른 운동보다 높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부터 인라인 스케이트 바람이 거셌던 미국의 경우 연 10만명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부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는 따로 통계자료가 나와 있지 않지만 인라인 스케이트 보험이 있을 정도.

    인라인 스케이트나 힐링 슈즈로 인한 부상은 대부분 넘어지거나 다른 스케이터 또는 보행자들과 충돌해 일어난다. 가장 흔한 부상 부위는 손목 관절.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먼저 땅을 짚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부상자의 25%를 차지하며, 뼈가 부러지거나 탈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시간 탈 경우 무릎 통증 올 수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머리를 다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충돌에 의한 것이며 후유증이 생길 소지도 크다. 넘어질 때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게 될 경우 무릎인대와 연골판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을 수 있고 팔꿈치가 닿게 될 경우 골절될 가능성이 높다.

    인라인 스케이팅과 힐링을 즐길 때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이런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한국소비자보호원(이하 소보원)이 연초 두 달 동안 접수된 인라인 스케이트 관련 사고 40건을 분석한 결과 85%인 34건이 보호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장비도 제대로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인라인의 경우 머리 부상을 막기 위해 자전거용 헬멧을 쓰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도리어 화를 부를 수 있다. 헬멧이 씌어지지 않은 머리 아래 부분이 땅에 먼저 닿으면 목뼈를 심하게 다칠 우려가 있는 것. 만약 무릎·팔꿈치·팔목 보호대와 헬멧을 착용한 상태라면 넘어질 때 무릎, 팔꿈치, 팔목 순으로 땅을 짚는 게 인라인 스케이팅이나 힐링으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

    특별히 충돌한 적이 없는데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이는 근육이 유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장시간 달렸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무릎뼈는 인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지만 구조가 불안정해 장시간 과도하게 움직이면 심한 피로를 느낀다. 특히 안짱다리인 사람은 과도한 인라인 스케이팅이나 힐링을 삼가야 한다. 정상인보다 무릎뼈가 불안정해 무릎 통증이 더욱 쉽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평소 무릎 부위 근력을 강화해주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비만 역시 무릎 통증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므로 살을 뺀 후에 즐기는 것이 안전하다.

    보통 사람들도 무릎을 장시간 사용하면 무릎의 연골이나 인대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중간 중간 충분히 쉬어주어야 한다. 또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전에는 스트레칭을 해 무릎 주위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 근육의 유연성을 높여주어야 한다.

    바퀴 달린 운동화 ‘안전사고 주의보’

    전국적으로 수백개의 동호회가 생겨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아래)와 보호장비 없이 힐링 슈즈를 신고 달리다가 부상한 환자.

    문제는 안전검사 대상 공산품으로 선정되어 별도의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와 달리 힐링 슈즈는 안전대책이 전무하다는 사실. 힐링 슈즈의 경우 돌멩이나 이물질 등이 바퀴에 걸리거나 끼이면 곧바로 넘어지고, 노면이 고르지 못하면 몸의 균형을 잃기 십상이다. 특히 차도에서 힐링 슈즈를 신고 달리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있다. 최근 소보원이 ‘바퀴 달린 운동화’에 대해 소비자안전경보를 발령한 것도 모두 이 때문.

    최근 모 초등학교는 각 가정에 ‘학생들이 힐링 슈즈를 타고 등교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협조문을 보내기도 했다. ‘힐링 슈즈가 없는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교내에서 발생하는 관련 사고에 대해 책임을 피하기 위한 학교측의 ‘면피성’ 조치였다. 그만큼 힐링 슈즈로 인한 부상 가능성과 부상 정도가 심하다는 증거인 셈.

    실제 각 병원에서도 최근 들어 힐링 슈즈로 인해 부상을 당해 내원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 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현재 인라인 스케이트 부상과 힐링 슈즈 부상의 비율이 5대 1까지로 늘었다”며 “힐링 슈즈가 스포츠용품이 아니라 일반잡화로 분류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부상하는 환자군이 어린이층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경우 균형감각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못해 어른보다 넘어지기 쉽고 골절상을 입을 위험도 몇 배나 높다. 부상 사례 역시 넘어져서 다치기 쉬운 팔목, 종아리, 대퇴 골절 순. 또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어른에 비해 현격히 떨어지는 아이들은 지나치게 속력(최고 속도/시속 48km)이 붙을 경우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원장은 “아이들에게 힐링 슈즈를 사줄 때는 반드시 보호장비도 같이 사줘야 한다”며 “힐링을 하는 곳도 넓은 광장으로 한정하고 차도를 겸한 보도나 장애물이 많은 보도,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요통이 있는 사람들은 인라인 스케이팅은 물론 힐링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 앞발을 들고 거의 뒤축에 위치한 바퀴 하나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엉덩이 뒤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고, 이는 허리에 부담을 줘 결국 요통을 악화시킨다.

    이원장은 “힐링을 하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순간적으로 발목에 힘을 주는데 이 경우 발목 인대나 근육, 뼈의 부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발목이 좋지 않은 사람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힐링 슈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힐링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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