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2006.05.02

어학연수, 재취업 보증수표 아니다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4-2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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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연수, 재취업 보증수표 아니다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찾아왔다. 온 가족이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고자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은 어학연수를 1년 다녀온 뒤 외국계 회사로 옮기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경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직장인들, 유학을 꿈꿨으나 여건상 미뤄왔다가 경제적 여건을 갖춘 뒤 시도하려는 사람들, 조기유학 뒷바라지 겸 자신의 공부도 함께 시작하려는 여성들, 기러기 아빠가 되느니 이 기회에 온 가족이 함께 영어공부를 해보자고 유학길에 나서는 가족까지 사연도 가지가지다. 이제 웬만한 직장인들에게 유학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실제로 유학을 마치고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영어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면 더욱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유학을 가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유학은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물론 유학은 가치가 있다. 하지만 유학을 가기는 쉽지만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사람 처지에서 보면 유학파는 다 똑같아 보인다. 유학을 다녀오면 자신도 유학파와 동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들은 사실 똑같지 않다. 아이비리그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온 사람을 보고 ‘어학연수라도 다녀오면 비슷하게 되겠지’라고 생각해 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이 실제로 꽤 있다. 하지만 두 그룹은 천지 차이다. 톱스쿨 대학원을 다닌 사람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그 학교에 합격한 순간 이미 성공이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들지만 이 경우는 엄연한 투자다. 그러나 후자는 소비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고려하는 미국 MBA를 보자. 미국 MBA라고 해서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다른 전공에 비해 MBA는 학교 랭킹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 랭킹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이다. 즉 순위가 높은 학교를 갈수록 졸업 후 높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를 그만두고서라도 상위 20위권 학교에 진학한다면 성공적인 유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과 관련된 신지식 공부는 시도해볼 만

    MBA에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 자신이 학비며 생활비를 대야 한다. 지역별, 학교별 차이는 있지만 보통 1억~2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순위가 높은 학교를 가야 한다. ‘나도 MBA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준비도 하지 않고 덜컥 받아주는 이름 없는 학교에 갔다 오면 ‘미국 MBA도 취업 안 된다’는 기사의 주인공밖에 될 것이 없다.

    MBA 사정이 이런데도 어학연수로 영어실력을 조금 키워 오면 재취업이 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 긴 휴가를 즐긴다고 생각하고 떠난다면 아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돌아와서 재취업이 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이미 훌륭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어학연수 덕분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이 마흔 넘어 1년 어학연수로 영어실력이 느는 일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가 모두 뛰어난 영어실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정 유학을 가야 한다면 영어가 목표가 아니라 경영과 관련된 신지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현 위치와 목표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따져, 그것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 남들과 비슷한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이 돈 낭비, 시간 낭비, 커리어의 단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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