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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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엔 멧돼지가 종종 민가 덮쳐”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6-11-13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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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엔 멧돼지가 종종 민가 덮쳐”
    “사냥개에 쫓겨 산중턱까지 달아나는 것을 길목을 지키던 엽사들이 총을 쏴 잡았는데,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을 대조해본 결과 엄청난 몸집의 ‘살인멧돼지’가 확실했습니다.”

    충북 영동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멧돼지’가 잡혔다. 영동자연생태계보존협회 오창진(55)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11월1일 200kg이 넘는 대형 멧돼지를 2시간 남짓 추격한 끝에 사살했다. 10월31일 같은 지역에서 박모(80) 씨를 물어 숨지게 한 바로 그 멧돼지였다. 혼자 논에서 볏짚을 묶던 박씨는 멧돼지에게 얼굴, 팔, 허벅지 등 온몸이 심하게 물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오 회장은 “사고 이후 영동군에서 요청이 들어와 회원을 모아서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아주 사납고 힘이 좋은 수멧돼지여서 사냥개도 동원했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포획한 멧돼지를 마을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주민들이 “마을 사람을 죽인 멧돼지를 우리가 가질 수 없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회장은 이 지역 인근에서 밭농사와 과수원을 운영하는 농부다. 짬짬이 밀렵 감시, 자연 동식물 구제, 야생 동식물 보존 및 관리 등의 사업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협회 활동에 참여해 올해로 5년째 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연 생태계 보존 및 관리에 힘쓰고 있다. “농사일도 바쁘지만 자연을 지키고 관리하는 일도 농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이번처럼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을 방지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죠. 자연과 생태계를 지키고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다쳐서는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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