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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기장 대복국

진한 복국 육수 희한하게 개운하네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진한 복국 육수 희한하게 개운하네

진한 복국 육수 희한하게 개운하네

기장 대복국

오피스타운에는 반드시 복집이 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런대로 편안하게 밥을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식당으로 딱 알맞기 때문이다. 이 칼럼의 연재 제의를 받고 ‘주간동아’ 편집장과 첫 미팅을 한 자리도 서대문 네거리에 있는 복집이었다. 편집장이 장소를 정했는데 맛은 ‘중상’ 정도는 되었다. 만약 그때 우리가 만난 복집이 무척 맛있는 집이었다면(나는 사실 그 집 상호도 몰랐다) 내가 주눅이 들어 글을 잘 못 쓸까 봐 일부러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 웬만한 복집은 다들 ‘중상’은 된다. 맛내는 것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복 하나만 다루니 노하우 축적이 쉽기 때문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복국 맛없다고 소문난 집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복을 끓여 그릇에 담아내면 복국, 냄비에 담아 끓이면 복지리, 이를 맵게 끓이면 복매운탕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들을 모두 복국이라고 불러도 크게 상관없을 듯하다. 복국은 경남 해안 도시에서 크게 발달한 음식이다. 특히 마산과 부산의 복국이 유명하다. 스타일은 대동소이하다. 부산권 중에서 최근 복국이 맛있기로 소문나기 시작한 곳이 있는데, 바로 기장이다.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알 수 없으나 기장에서는 ‘대복’이라는 단어를 상호로 사용하는 집들이 많다. ‘대복집’ ‘대복국’ 이런 식이다. 큰 복을 쓴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 듯도 하다. 마산의 복국과 굳이 구별하자면 육수맛이 진하고 상에 놓이는 반찬이 풍성하다는 점이다.

싱싱한 해산물로 차린 반찬 … 멍게무침 특히 인상적

진한 복국 육수 희한하게 개운하네

멍게무침

학교 선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해왔다. “교익아, 집사람이 복집을 냈는데 말야. 네가 와서 평가 한번 해줘야겠다.” 이 선배의 처가는 압구정동에서 30여 년 고깃집을 했는데 장모의 손맛 덕에 이름이 꽤 났었다. 가끔 그 집에서 고기를 먹곤 했지만 어디에 소개한 적은 없다. 이미 이름나 있고 장사 잘되는 집을 소개해봤자 종업원만 힘들고 손님들도 더 불편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리 “맛있으면 이번에는 제 칼럼에 한번 쓸게요”라고 말한 뒤 가게를 찾아갔다.



선배 부인이 낸 복집은 영동 세브란스병원 후문에 있는 ‘기장 대복국’이었다. 개업한 지 서너 달은 되어 보였다. 선배가 음식 자랑에 열을 올린다(선배는 다른 사업을 한다). “너 우리 장모님 솜씨 알잖아. 집사람도 못지않거든. 원래는 장모님 가게의 분점을 내려다가 기장에서 복국 맛보고 반해서 이거 하기로 했어. 장모님하고 집사람이 기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복집에 몇 개월 동안 취직(위장취업?)해서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여기에 우리만의 노하우가 더해졌어. 재료는 다 기장에서 그날그날 받아. 맛있지?”

평소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꼭 나에게 알려주는 선배인데, 은근슬쩍 맛 칼럼니스트인 나보다 더 뛰어난 미각을 지니고 있음을 자랑한다. 아내가 식당을 하니 자랑이 한도 끝도 없다.

복국 육수맛이 진하다. 대부분 조개나 북어 따위로 육수를 내 혀끝에서 도는 감칠맛 정도로 끝나는데, 이 집은 뭔가 입 안 전체를 감싸고 도는 달콤한 향이 있다. 굴 같기도 하고…. “여러 해물을 넣어. 우리만의 노하우이니 말해줄 수는 없고.” 복국 국물로는 무겁지 않나 싶었는데 한김 오르고 나자 콩나물과 복 등에서 나오는 맛으로 국물이 한층 개운해졌다. 계속 들이켜도 당기는 맛이다.

복국도 복국이려니와 찬이 독특했다. 생다시마, 멸치젓갈, 반건조 갈치조림, 멍게무침 등등 기장에서 매일 받는 해산물로 만든 것들이다. 특히 멍게무침이 예술이다. 싱싱한 멍게를 아침에 따서 무쳐내는데, 특유의 쓴맛을 잡아 입 안에 향이 진동한다. 액젓으로 무쳤기 때문인지, 무르지도 쪼그라들지도 않았다.

“선배, 이 음식 내 칼럼에 써도 되지?” “어어! 그래서 불렀어. 여기 위치 때문인지 점심에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자리가 없는데 저녁은 좀 한산해. 있는 대로만 써.” 늦은 시간인데도 손님이 절반 이상 들어 있었다. 선배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

나오는 길에 멍게무침과 갈치조림을 싸달라고 했다. 식당 음식이란 게 대부분 집에 가져와서 먹으면 맛이 덜하다. 맛있게 느껴지라고 간을 강하게 하는 탓이 크다. 그런데 멍게무침을 먹어본 아내가 감탄을 한다. “이야, 그 선배 대박나겠다. 멍게무침 어떻게 한대? 이거 배우러 같이 한번 가자.” 복국맛 보고는 또 어떤 평가를 할지…. 02-574-5811.



주간동아 560호 (p85~85)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발해농원 대표 ceo@bohai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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