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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에 뜬 SUN 초보 맞아?

카리스마로 선수단 휘어잡고 2년 연속 우승 … 연승, 연패에도 무덤덤한 ‘냉철한 승부사’

  •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

더그아웃에 뜬 SUN 초보 맞아?

더그아웃에 뜬 SUN 초보 맞아?
“허허, 나보다 훨씬 나아. 저렇게 야구를 잘하니….”

삼성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한화를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10월29일, 김응룡 삼성 사장은 선동렬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사장은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우승했다. 해태 시절 9차례 우승했고, 2002년 삼성 시절에도 우승해 모두 10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나는 18년 동안 열 번 우승했는데 선 감독은 2년 동안 두 번 했으니, 선 감독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지”

해태 시절 감독과 선수, 삼성 시절엔 감독과 수석코치였던 두 사람. 김 사장과 선 감독은 닮은 점이 참 많다.

김 사장이 삼성 감독이던 2002년. 그는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행동과 말이 거칠 게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당시 ‘국민 타자’로 칭송받던 이승엽(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을 대하는 태도였다. 김 사장은 공공연히 “승엽이는 4번 타자로 영양가가 없어”라고 말했다. 평생 3번, 4번을 치던 이승엽을 7번 타순에 집어넣기도 했다. 이승엽 선수는 자존심이 상했겠지만 어쨌든 그해 삼성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선 감독도 이와 비슷하다. 그 어떤 스타 선수도 선 감독의 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는 프로야구 최고 연봉(7억5000만원) 선수인 심정수가 희생양이 됐다.

김응룡 사장 “나보다 훨씬 낫다”

선 감독은 정규 시즌에서 심정수가 연신 헛방망이질을 하자 그를 ‘심봉사’라고 깎아내렸다. 한국시리즈 초반 심정수가 다소 부진하자 이후 경기에선 아예 그를 뺐다. “몸도 좋지 않고 방망이도 못 치는 선수를 넣을 이유가 없다”는 독설과 함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심정수가 수비를 미숙하게 하자 기자들에게 “원래 수비를 못하는 선수인데 뭘 기대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감독이 김 사장과 선 감독 같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감독은 스타 선수들을 우대한다. 좀 못하더라도 공개적인 비난을 하지 않는다. 고참이나 스타 선수들의 반발은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사장과 선 감독은 아무리 스타라고 해도 예외가 없다. 그럼에도 팀이 화합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스타 선수와 평범한 선수를 차별하지 않고 모든 걸 성적에 따라 대우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할지라도 실력은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김 사장과 선 감독의 이러한 태도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기야 선수 시절 국가대표 4번 타자였던 김 사장과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 감독이 아닌가. 그래서 이들의 이름 앞엔 김인식 한화 감독처럼 ‘덕장(德將)’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이들에겐 ‘냉철한 승부사’가 더 잘 어울린다. 선수들은 이들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기준을 어길 경우 예외 없이 불화살이 날아드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닮은 듯 다른 김 사장과 선 감독은 경기와 시즌을 운영하는 방식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 김 사장은 독설과 때로 과격한(?) 행동으로 분위기를 잡기는 하지만 플레이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었다. 선동렬, 이종범, 김성한, 김종모, 이대진 등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았던 것도 한 이유다.

그러나 선 감독은 다르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두고 ‘믿음의 야구’(김인식 야구의 별명)가 ‘불신의 야구’에 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선 감독은 치밀하고 꼼꼼하다. 한 경기는 물론 한 시즌 전체를 머릿속에서 정교하게 계산한다. 그리고 그 계산에 따라 팀을 운용한다. 삼성은 최근 2년 연속 정규 시즌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력의 강약을 떠나 선 감독의 역량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초보 감독은 다 이기던 경기에서 역전패를 하거나 연패에 빠지면 어쩔 줄 몰라 한다. 사령탑이 초조해하면 선수들은 더욱 흔들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한 번 꼬인 타래를 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선 감독은 사령탑에 처음 오른 2005년부터 전혀 ‘초보’답지 않았다. 줄곧 1위를 달리다가 2위 추락의 위기에 빠져도, 연패가 이어져도 그는 언제나 담담했다. 선 감독의 머릿속엔 경기에 지더라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모든 것은 그의 생각대로 이뤄졌다.

경기 승패와 스코어 맞히는 데 타의 추종 불허

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지키는 야구’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최소한의 점수를 먼저 정해놓은 뒤 이를 달성하면, 권오준-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최강 불펜을 가동해 승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런 선 감독이기에 ‘예언 능력(?)’ 또한 남다른 데가 있다.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는 선 감독의 ‘족집게 시리즈’라고도 불렸다. 경기 승패는 물론 그날의 스코어까지 거의 알아맞히는 선 감독의 능력에 기자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올 초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 3월5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아 예선 마지막 경기에 앞서 그는 “우리가 3점만 낸다면 1점차 정도로 승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8회 이승엽이 역전 2점 홈런을 쳐내면서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다. 한국이 3대 2로 이긴 것이다.

올해 한화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몇몇 취재진과 가진 식사 자리에서도 선 감독은 “올해는 무조건 우리가 우승한다”고 장담했다. 세 번이나 연장전을 치르는 치열한 경합을 벌이긴 했지만 이 역시 현실이 됐다.

2005년 삼성과 5년 계약한 선 감독은 “내 재임기간 중 세 번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년 만에 벌써 두 번이나 우승했지만 선 감독에게 만족은 없는 듯하다. 그의 머리는 벌써 내년에 가 있다.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내년을 위해 타자들을 정비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구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하기도 전에 벌써 구단 측에 몇몇 선수들의 트레이드를 요청해놓았다.

선 감독은 최근 2년간 나머지 7개 구단의 집중 견제 속에서도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했다. 선수 시절 최고였던 선 감독은 감독으로서도 최고의 길을 걷고 있다.



주간동아 560호 (p68~69)

이헌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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