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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불안불안’ 한국인 老後

제2의 인생설계 7단계 구성 눈에 띄네

정부 차원 최초 ‘은퇴지원프로그램’ 연구 … 자기이해, 직업탐색 등 3~4개월 기간 소요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제2의 인생설계 7단계 구성 눈에 띄네

제2의 인생설계 7단계 구성 눈에 띄네
45세 이상 중·고령자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수원 박사는 올 2월부터 8월까지 반년 동안 그 해답을 찾아다녔다. 이는 노동부로부터 의뢰받은 연구프로젝트 ‘중·고령자 능력개발을 위한 제2의 인생설계 지원프로그램 연구’의 일환이었다.

정부 각 부처에서 내놓은 각종 정책과 자료 검토는 기본. 김 박사는 해외 선진사례와 현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10여 명의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수십명의 중·고령자들과 일대일 심층면담조사도 실시했으며, 수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김 박사는 국내 중·고령자들이 가지는 세 가지 특성을 밝혀냈다. 하나는 중·고령자 대부분이 재취업 의지가 높은 데 비해 효과적인 진로결정과 방향을 수립할 수 있는 세부정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중·고령자들이 나이, 건강, 고용환경 등에 대해 스스로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대부분의 중·고령자들이 자신감을 상실하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중·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교육보다는 개인별 특성을 살려서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개별심층상담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경험 있는 기관이 선정하는 것이 효율적

김 박사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최근 ‘제2의 인생설계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나름의 해답을 찾은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한 최초의 은퇴지원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프로그램은 ‘자기이해`→`생애계획 수립`→`직업탐색`→`합리적 의사결정`→`효과적 실행 및 준비`→`사내·외 교육 및 기타 활동→마무리’ 등 7단계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3~4개월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김 박사는 “프로그램 운영기관은 노동부 산하 ‘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중·고령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 등의 경험이 있는 기관이나 컨설팅업체 등을 대상으로 신청 받아 선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고용지원센터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경인 등 6개청에 각 지역별로 44개의 종합센터와 37개의 일반센터 등 모두 81개의 서비스망을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중·고령자들에게 접근성이 높다.

홍보도 중요하다. 중·고령층은 젊은 층에 비해 정보수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 채 교육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종합고용지원센터별로 지역 언론과 경제단체, 지방자치단체, 구인업체 등 관련기관의 장 또는 고위관계자가 참여하는 ‘운영협의회’를 구성하면 해당 지역 전체에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운영 지원금 문제는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일까. 비교적 여유 있는 대기업에는 일정한 부담을 줘도 감당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버겁다. 따라서 대기업은 교육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해주고, 경제적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전액 지원해야 한다는 게 김 박사의 시각이다. 실제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중·고령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중·고령자들 필요성 절실

김 박사는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에도 효과적인 보급과 확산, 그리고 질적 개선을 위해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며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중·고령자가 프로그램 참여 이후 실질적인 취업이나 여가 및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확산된 후 취업과 여가 및 봉사활동에 성공한 중·고령자를 초빙해 이들의 어려움과 성공요인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프로그램 진행자와 상담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연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이 실질적이고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근로자들을 위해 퇴직준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처럼, ‘제2의 인생설계프로그램’이 언제쯤이나 우리나라에 일반화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인터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수원 박사

“인생설계 전문가 양성 시급 …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


제2의 인생설계 7단계 구성 눈에 띄네
- 은퇴 전후의 중·고령자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과거의 경험이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 매개체적인 시스템과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는 없다. 은퇴하는 순간 과거의 지위와 능력, 보수, 경험적 지식 등이 깡그리 무시돼버린다.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단순노동 정도가 고작이다. 중·고령자들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노동부에서 의뢰가 왔다.”

- ‘제2의 인생설계프로그램’이 필요한 까닭은?

“고령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수명도 80세에서 110세까지 늘어날 것이다. 이제 웬만큼 나이를 먹어도 사회적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가족이나 국가가 부담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또 요즘 저출산 경향 때문에 생산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결국 고령자가 필요하다. 과거 여성들을 생산현장으로 끌어들였던 것처럼, 이제 고령자들을 끌어들여야 할 시기다. 그들의 과거 지식과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재산이다.”

-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한 선결 과제가 있다면?

“우리나라에 인생설계프로그램 관련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무엇보다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관련 시설도 필요하고, 측정 도구와 각종 영상시설 등 관련 설비도 필요하다. 다른 직업훈련 기관들과 연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도 선결해야 할 문제다.”

- 언제부터 이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문제는 예산이다. 이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노동부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문제 때문에 조금 겁을 내는 듯하다. 또 이 프로그램이 기존의 고령자 지원프로그램 체계를 크게 흔들어놓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존 조직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리 오래지 않아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은퇴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 사례는

퇴직에 대한 불안감 사라져 … 교육 만족도 95% 넘어


제2의 인생설계 7단계 구성 눈에 띄네

포스코는 2001년부터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예정자를 대상으로 `그린 라이프 디자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을 위해 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은퇴지원프로그램’이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은퇴지원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데 그중 포스코의 사례를 알아보자.

내년 1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백승균(56) 씨는 요즘 작업장 대신 회사 인재개발원 산하 ‘그린 라이프 서비스(Green Life Service) 센터’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1976년 포항제철에 입사해 지난해까지 공정출하부에서 관재업무를 맡았던 백씨는 이곳에서 예의 ‘반장’이라는 직함 대신 ‘연구위원’으로 불린다.

“올해 4월 이곳 포항 그린 라이프 센터로 왔습니다. 내년 퇴직하는 직원 30여 명이 함께 이곳으로 발령받았는데, 실질적인 업무에서는 손을 떼고 퇴직 후 인생을 대비하는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백씨는 이곳 센터에 머물며 건설안전기사, 건축감리사, 전기감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우선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관련 분야에 재취업을 한 뒤, 좀더 장기적으로는 내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린 라이프 센터에는 백씨와 같이 내년 퇴직을 앞두고 은퇴지원 교육을 받는 연구위원이 100여 명이나 된다. 모두 내년 상하반기 퇴직 예정자들이다.

포스코는 매년 4월과 10월, 정년퇴직 1년 정도 남은 이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그린 라이프 센터로 발령을 낸다. 교육기간은 총 1년. 그 기간 중 초기 한두 달 동안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맞게 퇴직 이후 삶에 대한 방향을 설정한다. 이를 통해 퇴직 후 재취업을 할지, 창업을 할지 등을 결정하면 그에 맞는 세부적인 컨설팅을 받고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끼리 팀을 이뤄 워크숍을 진행해보거나 그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한다. 이와 별도로 재테크, 건강, 일반교양 등 퇴직예정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강연회에도 계속해서 참여하도록 지원받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비용은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현재 7개월째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받고 있는 백씨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퇴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남 앞에서 발표나 토론을 한다는 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죠. 그런데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회사와 집밖에 몰라서 회사를 그만두고 사회에 나가면 막막했을 텐데, 이곳에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며 준비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스코에서는 2001년 10월 퇴직자들의 사회적응 지원을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다. 그린 라이프 서비스란 정년퇴직을 1년 남겨둔 퇴직 예정 직원들을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곧 닥쳐올 퇴직 후 인생을 설계하고 개척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년퇴직자 대상 인생설계프로그램이다.

포스코는 이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포항과 광양에 그린 라이프 센터를 세우고, 센터에 들어온 모든 직원에게 2인1실의 개인 사무공간과 컴퓨터, 전화기 등 각종 개인용 기기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또 전직 교육전문 컨설턴트와 행정지원 요원을 센터 내에 상주하도록 해 센터에 머무는 직원들이 개인별 카운슬링과 개인학습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9차에 걸쳐 490여 명이 수료했으며, 현재 10기와 11기가 교육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퇴직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재테크, 재취업, 창업, 건강관리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맞게 컨설팅해준 것이 은퇴 후 유용하게 쓰였다는 평가다.

그린 라이프 센터에서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수석 컨설턴트 임주연 씨는 “(그린 라이프 서비스) 프로그램이 시작될 당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직원들도 이후 컨설팅을 받고, 자율적 테마학습 방식으로 운영되는 과정을 접한 뒤에는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임씨는 “자체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가 95% 넘는다”면서 “교육 수료자들의 재취업과 창업 등 전직 성공률은 60%로 정년퇴직자 중 많은 사람들이 포스코 자회사로 재취업하는 것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이며,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센터와의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구인정보, 귀농정보, 재테크 정보 등을 온라인을 통해 계속해서 제공하는 점도 프로그램의 숨은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구가인 동아일보 여성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주간동아 560호 (p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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