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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셰르파, 히말라야의 전설’

산에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희생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산에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희생

산에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희생
에드먼드 힐러리, 모르스 에르조그, 헤르만 불, 엄홍길…. 히말라야 거봉을 정복한 유명 등반가들이다. 이들은 강인한 체력과 도전정신, 인내, 용기로 무장하고 산에 올랐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산에 오른 것은 아니다. 셰르파가 없었다면 이들은 히말라야 정상에 오르지도, 유명 등반가로 이름을 드높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고산 등반에 필요한 산소통의 무게는 10kg가 넘는다. 게다가 등반기간 동안 먹을 음식과 잠잘 텐트, 침낭, 자일, 피켈 같은 장비도 있어야 한다. 셰르파들은 이 모든 것을 지고 산에 올랐다. 한 사람당 20kg이 넘는 짐을 진 채 강풍을 뚫고 눈 덮인 히말라야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반가들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과 동행한 셰르파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다. 셰르파는 분명 히말라야 등반에서 주연이지만 언제나 조연으로, 아니 그보다 못한 배역으로 취급받았다. 이 책은 셰르파를 주연으로 내세운다. 셰르파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업적, 노력, 실패에 이르기까지 셰르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셰르파는 ‘동쪽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이다. 티베트에서 살다가 네팔로 넘어온 부족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히말라야 등반대의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셰르파들이 산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유럽인 등반가들이 히말라야에 몰려들기 시작한 100여 년 전부터다. 등반가들은 짐 운반을 위해 인근 주민들을 고용했고, 셰르파들이 이 일을 맡게 됐다.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셰르파들은 다른 일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에 이 일을 택했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야망과 명성을 위해 산에 올랐지만, 셰르파들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생계를 위해 산에 올랐다.

당시 등반가들은 셰르파를 하인 취급하며 무시했다. 그들은 셰르파들이 운반한 고기와 치즈 등을 먹었지만, 셰르파들은 빵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또한 등반가들은 여러 벌의 옷을 껴 입었지만 셰르파들은 지나칠 정도로 얇은 옷을 입었고, 신발 또한 눈길을 걷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이 같은 셰르파들의 입지를 크게 바꾸어놓은 사건이 1939년 일어났다. K2 등반에 나선 백인 등반대가 정상 등정 과정에서 낙오한 미국인 울프를 포기한 채 하산한 것이다. 그러나 세 명의 셰르파들은 울프를 포기하지 않고 구하러 올라갔다. 구조에 실패해 이들도 끝내 돌아오지 못했지만 이 일은 셰르파의 위상과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

1954년은 세계 등반계는 물론 셰르파에게도 역사적인 해였다.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것이다. 텐징은 이후 세계 유명인사가 됐고, 셰르파라는 이름도 전 세계에 알려졌다. 괄시받던 최하층 계급 셰르파의 이미지가 크게 달라졌음은 물론이다. 텐징은 셰르파가 단지 짐꾼이 아니라 등반의 조력자이자 안내자임을 세계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텐징의 쾌거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수십 년간 끊임없이 산을 오르며 등반 능력을 키운 수많은 셰르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에베레스트산 등반 중 숨진 사람의 3분의 1이 셰르파라고 한다.

아직도 상당수의 산악인들은 셰르파를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고용한 일꾼 정도로 여긴다. 셰르파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그들의 공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이런 편견과 몰이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셰르파는 이 책의 제목처럼 히말라야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조너선 닐 지음/ 서영철 옮김/ 지호 펴냄/ 460쪽/ 1만8000원



주간동아 557호 (p86~87)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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