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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고위관료 ‘정거장’?

경제부처 출신 중심 21명 영입 … 은밀한 로비 위해? 오랜 실무 경험 활용 위해?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김&장은 고위관료 ‘정거장’?

김&장은 고위관료 ‘정거장’?

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서영택 전 건설교통부 장관,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장 고문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했던 인사들이다.

지난해 5월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세제실이 발칵 뒤집혔다. 장래 세제실장감으로 촉망받던 김기태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부이사관)이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 그렇지 않아도 2개월 전에 성수용 세제실 조세지출예산과장이 공직을 떠났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재경부 관계자는 “성 과장은 사무관 시절부터 장래 세제실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그의 2~3년차 선후배들은 ‘세제실에 가봐야 성 과장에게 치인다’고 생각해 아예 세제실 발령을 기피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종규 세제실장이 나서서 사직을 적극 만류했지만 두 사람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공직을 떠나 둥지를 튼 곳은 공교롭게도 법무법인 김·장이었다. 두 사람의 이런 선택은 모두 ‘경제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김·장은 세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세제실의 두 엘리트 관료가 필요했고, 두 사람은 김·장이 제시한 고액 연봉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액의 연봉 유혹 뿌리치기 힘들어

김·장이 영입한 엘리트 관료는 이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김·장은 8월 말까지 재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자원부 등에서 21명의 엘리트 관료들을 스카우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실이 각 정부 부처 및 퇴직 공직자의 유관 업체 취업 제한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공직윤리팀에 요청해 취합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김·장으로 옮긴 공직자들의 명세가 모두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경제부처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재경부 출신이 5명이고, 산업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각각 6명, 3명이다. 국세청 역시 6명이 영입돼 화려한 인맥을 자랑한다. 금융감독원 출신도 1명이 영입됐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금융감독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낸 뒤 김·장 고문으로 있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퇴임 후 김·장으로 복귀했다가 최근 ‘론스타 사건’이 불거진 이후 떠났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막강한 인맥이 포진하고 있다. 먼저 건설교통부 장관과 국세청장을 지낸 서영택 씨를 비롯해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황재성, 이주석, 전형수 씨 등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최병철 전 국제조세관리관,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도 영입됐다. 이들은 앞에서 언급한 김기태 전 부단장, 성수용 전 과장 등과 함께 세무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체 수임받는데도 활용 가치 커”

김&장은 고위관료 ‘정거장’?

6월19일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론스타는 국세청이 서울 역삼동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에 대해 1400억원을 과세하자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김&장이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도 김·장에 포진해 있다. 2002년 10월 이조익 심판관리3담당관실 사무관이 김·장에 합류한 데 이어, 2003년 1월엔 김병일 전 부위원장(차관급)이 영입됐다. 지난해 3월에는 윤주선 조사1과 서기관이 김·장에 둥지를 틀었다.

산업자원부에서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간부들이 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진환 전 투자정책과장, 조문성 전 원자력산업과장을 비롯해 투자진흥과 안완기 씨 등이 그들이다. 또 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경석 전 수출입조사과장도 2002년 김·장으로 옮겼고, 주 상하이 영사를 역임한 신명철 씨와 감사담당관실 소속 박종길 씨도 영입됐다. 이밖에 금융감독원에서는 김순배 전 국장이 올 4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장 소속 전직 고위 관료 현황(무순)
출신 부처 이름 주요 경력 영입 시기 비고
재정경제부 임동빈 경제조사관, 증권업무담당관실 1997년 9월  
원봉희 금융2심의관, 국제금융증권심의관 1999년 4월 미국변호사
김관영 감사담당관실 2002년 2월 변호사
성수용 재정금융심의관실, 조세지출예산과장 2005년 3월  
김기태 국제조세과장, 법인세제과장,

부동산실무기획단 부단장
2005년 5월 세무사
공정거래위원회 김병일 부위원장(차관급) 2003년 1월  
윤주선 조사1과(서기관) 2005년 3월  
이조익 심판관리3담당관실(행정사무관) 2002년 10월  
금융감독원 김순배 국장(1급) 2006년 4월  
산업자원부 안완기 투자진흥과 1999년 미국 변호사
이진환 투자정책과장 1999년 미국 변호사
박종길 감사담당관실 2001년  
신명철 주 상하이 영사 2002년  
전경석 수출입조사과장 2002년 변리사
조문성 원자력산업과장 2002년 미국 변호사
국세청 서영택 국세청장 1997년  
황제성 서울지방국세청장 1999년 11월  
이주석 서울지방국세청장    
전형수 서울지방국세청장 2005년 7월  
최명해 조사국장, 국세심판원장    
최병철 부산지방국세청장, 국제조세관리관 2005년 5월  


김&장은 고위관료 ‘정거장’?

6월19일 감사원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왼쪽). 론스타는 국세청이 서울 역삼동의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에 대해 1400억원을 과세하자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김&장이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다.

김·장은 무엇 때문에 엘리트 관료 영입을 추진하는가.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장이 전직 고위 관료들을 이용해 현직 관료들을 대상으로 은밀한 로비를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고시 기수를 중심으로 전·현직 관료들이 똘똘 뭉치는 한국 관료사회의 속성상 로비를 위해선 전직 고위 관료 영입이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김·장이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김·장 비상임 고문으로 있었던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막강한 금융계 인맥을 동원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겠느냐는 시각이 많은 것. 당시 론스타는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지만,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의 예외 조항을 인정받아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김·장은 당시 론스타 법률 자문을 맡았다.

그러나 김·장 측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를 친다.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김·장의 한 관계자는 “이헌재 전 장관은 론스타 관련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었다”면서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부 당국 관계자로 구성된 ‘10인 위원회’ 멤버에는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가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김·장은 매각 방침이 결정된 이후 론스타 측 법률 자문만 했을 뿐인데도 김·장이 배후에서 매각 작업을 주도했다고 보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

김·장 측은 엘리트 관료들을 영입한 배경에 대해 “세무, 회계, 관세, 증권 관련 업무 등 전문성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오랫동안 실무 경험을 쌓아온 엘리트 관료들을 영입해 변호사들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 ‘로비’를 염두에 두고 스카우트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입한 고위 관료 수로만 보면 다른 법무법인이 많은데도 이런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국세청을 담당했던 감사원 관계자의 말도 김·장 관계자의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감사원의 관계자는 “김·장의 고객인 특정 대기업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사한다고 했을 때 김·장 소속의 전직 국세청 고위 관료들이 세무조사를 무마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근의 공직사회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장으로선 국세청 출신 고위 관료들을 영입함으로써 기업들로부터 국세청 관련 사건을 수임받는 데 이용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장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4월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론스타가 청구한 1400억원의 과세 불복 심판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김·장에 국세청 출신 고위 간부가 많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현직 간부가 이 건을 두고 다투고 있어 현직 간부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론스타는 국세청이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 매각 차익 등에 대해 1400억원을 과세한 것에 불복해 올 3월 국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이 퇴직 직전 3년 동안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에는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고위 관료들이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고문 등으로 취업하는 데는 제한이 없다. 이 법 시행령에서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대해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연간 150억원 이상’이라는 단서 조항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 설립 자본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법무법인은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단골로 진출하는 곳이 됐다.

공직과 연관 있는 분야 취업 금지 확대론 제기

이에 대해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고위 관료들의 법무법인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장 관계자는 “이들이 법무법인에 들어와서 불법적인 로비를 할 경우 현행법으로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했다. “고위 관료들이 퇴직 이후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당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한편 법무법인행을 선택해 ‘손해’를 본 인사도 있다. 대통령 비서실 고위 관계자는 “올 6월 인사에서 재경부 제2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진동수 조달청장 후임으로는 원래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전 전 청장이 김·장에 몸담고 있다는 사실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탈락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장 소속은 아니지만 조학국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올 3월 임기가 만료된 강철규 공정위원장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역시 법무법인 소속이라는 이유로 끝내 임명장을 받지 못했다는 것.

김·장 입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논란이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장의 고위 관계자는 “김·장에 몸담고 있는 고위 관료 출신뿐 아니라 변호사들도 국내 최대 로펌에 소속된 일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일해왔는데 최근 분위기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의혹은 김·장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인 듯싶다. 김·장 관계자들이 강조하듯 김·장은 국내 최대 로펌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557호 (p14~16)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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