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주간동아·한국뇌학회 공동기획

  • 강은주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

    입력2006-09-04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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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뇌 혈류 분포를 촬영(푸른색은 혈류가 감소한 영역)한 평균 결과(왼쪽)와

    우리는 뇌를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을 지각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며, 행동을 통제하고 경험을 기억하며, 감정을 조절한다. 따라서 뇌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정상적으로 세계를 경험하지 못할 수 있고, 경험은 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운동 및 감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몸이나 장기가 아픈 것처럼 뇌도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뇌는 다른 장기와 달리 아픔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뇌가 아플 때 우리는 기억을 못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이 중요한 증상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뇌의 이상을 알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뇌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다. 이 두 방법은 주로 함께 사용된다. 여기서는 전자의 방법, 즉 행동 관찰로 뇌의 이상을 알아낼 수 있는 몇몇 질병에 대해 소개하겠다.

    치매(痴口木)

    노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치매는 누구나 두려워하는 질병이 됐다. 또한 치매가 뇌의 이상과 관계 있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치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전문가들 사이에 치매의 중요한 속성으로 정의되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치매’가 인지기능 또는 지적 기능의 상실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노화와 더불어 기억력이 저하되고 인지적 정보 처리 속도가 늦어지며 건망증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을 치매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지 또는 지적 능력이 상실됐을 경우, 이것이 처음부터 낮은 지능(정신지체)을 타고났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는 ‘치매에 걸렸다’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는데, 이는 원래 안 그랬던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치매는 뇌 손상으로 어떤 특정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지장애를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치매의 두 번째 특성은 지적 장애가 인지기능의 여러 측면, 대부분 거의 모든 측면에 걸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치매의 특징은 기억장애다. 기억장애가 보이지 않으면 치매로 진단하지 않을 만큼, 기억 능력의 장애는 치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_기억장애 있어야 치매

    만일 당신에게 치매가 있다면? 열쇠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할 수 있는가? 이를 잊어버리는 일은 당연히 치매에서도 나타나는 기억장애다(이런 기억장애는 건망증이 심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무서운 것은 치매가 진행되면서 열쇠가 무엇인지를 모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가족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옛날 기억은 잘하는데….” 그렇다. 젊은 날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해서 치매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번 굳어진 과거 기억이 최근 기억보다 덜 영향을 받는다. 심한 경우 아예 새로운 기억을 제대로 형성하지도 못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사과’ ‘바나나’ ‘의자’ ‘저고리’ 하는 식으로 단어를 줄줄이 불러준다. 15개 정도를 불러준 다음 “방금 불러준 단어를 다시 말해보세요”라고 하면 당신은 몇 개나 대답할 수 있는가? 물론 한꺼번에 15개를 다 말한다면 당신은 치매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럼 8개는? 그럼 5개는? 당신은 과연 몇 번 만에 15개의 단어를 완벽하게 따라할 수 있을까?

    그 횟수가 당신의 기억력을 말해준다. 만일 당신이 정말 치매에 걸렸다면, 이런 반복학습에서 반복 또 반복… 한 다섯 번쯤 동안에도 외우지 못할 뿐 아니라, 조금 전에 말한 답을 또 말한다. 물론 이 정도는 치매가 아닌 사람도 할 수 있는 실수다. 보통은 같은 말을 두 번 하고 나서 “아차, 내가 아까 했지”라고 하거나 “내가 아까 말했던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치매 환자라면 이런 실수를 인식하지 못한다. 태연하게 방금 한 말을 또 대답 중에 섞어서 한다. 그뿐이 아니다. ‘사과’가 있는데 ‘배’라고 말하고 나서도 전혀 틀린 기색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없는 것을 끼워놓고도 틀렸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기억의 산출을 검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꼭 ‘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검사자가 여러 개의 단어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면서 “이 중에 아까 본 단어를 골라보세요”라고 힌트를 줘도 영 모르겠다면 심각한 기억장애라고 할 수 있다.

    _치매 속도 늦출 수 있다

    치매의 기억장애와 관련해서 한 마디 더. 집안에 치매 걸린 할머니가 있다면 흔히들 “며느리가 밥을 주지 않았다” “며느리가 쥐어박았다” 등의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앞에서 말한 기억장애 중 실제로 들은 말과 자신이 지어낸 말을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치매 환자를 보살피는 가족은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억의 종류에는 지금처럼 말에 대한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 기억도 있고, 얼굴에 대한 기억도 있으며, 내일의 약속에 대한 기억도 있다. 두 가지 일 중에서 어떤 일이 더 최근 일인지 순서를 아는 기억이 있다. 당신이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 이런 일들은 수많은 두뇌 영역이 협동적으로 능숙하게 활동하여 이룬 매일매일의 성취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두뇌의 기능이 조금씩 망가질 때 기억에 문제가 생기고, 처음 보는 곳도 언젠가 와본 것 같으며, 본 얼굴도 누구인지 어디서 만났는지 모르겠고 심지어 처음 보는 얼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일화 중에서 귀여워하던 손자며느리에게 어느 날 “아가씨는 누구세요?”라고 했다는 것도 있다. 손자며느리야 인생의 말년에 만난 사람이고, 그런 기억은 먼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ADHD는 학령 전기 또는 학령기 어린이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그밖에도 우리의 기억 속에는 의미에 대한 기억, 이름에 대한 기억, 동작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것도 치매 증세의 하나다. 만일 누군가 당신에게 “손에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고 열쇠로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지 한번 해보세요”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엄지와 검지 사이에 무엇을 쥐고 있는 것처럼 한 뒤 손목을 돌리는 시늉을 하는가? 그렇다면 오케이. 만일 검지를 열쇠막대처럼 펴고 구멍에 넣고 돌리는 행동을 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열쇠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열쇠와 관련된 ‘동작’을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수많은 치매의 행동상 문제는 전문지식이 없어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나 성격이 서서히 또는 갑자기 변화하는 것은 간과하기 쉽다. 활발하던 사람이 대인관계를 피하고 말이 없다거나, 사사건건 남을 의심하기 시작한다거나, 이기적으로 변해간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또 하나,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일이 있다. 조기 진단과 약물 복용으로 치매가 서서히 진행되도록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이다. 노인의 남은 삶을 생각하면 ‘서서히’는 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만일 당신이 최고의 학력을 소유한 사람이며, 자타가 인정하는 ‘머리 좋은’ 사람이고, 머리를 쓰는 직업에 종사한다면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단, 당신에게 치매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보통사람보다 뇌가 많이 망가진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평생을 두고 잘 훈련된 뇌가 초기 치매 증세를 감추기 때문이다.

    간질(癎疾)

    간질은 두뇌 조직에 문제가 생겨서 전기신호가 on-off를 하지 못한 채 불씨로 있다가 그만 증폭이 됨으로써 뇌 전체로 확대되어 전기 폭풍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을 말한다. 어느 정도의 전기 폭풍이 어디서 일어나는지에 따라 다른 행동 이상을 보일 수 있다. 본인만 아는 느낌으로 올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정신을 놓고 있는 듯 불러도 반응이 없거나 잠시 졸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간질은 뒤로 넘어지면서 팔다리가 틀어지고, 경기로 인해 눈을 치켜뜬 채 입에 거품을 무는 대발작으로 발전하며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특히 전조 증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작은 뇌 폭풍이 시작될 때 환자 혼자만 느끼는 느낌을 말한다. 익숙한 환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고, 처음 경험하는 순간이 이전에 경험한 것처럼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환시나 환청을 경험하기도 하고 냄새나 묘한 감각, 뱃속의 느낌, 이상한 정서적 느낌, 경우에 따라서는 완벽한 환희의 감정 또는 신과 일치되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뇌 속에는 감정, 소리, 빛, 냄새를 경험할 때 담당하는 부위가 있다 보니 이 부위에서 작은 전기 폭풍이 일어날 때 주관적으로 그렇게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전기 폭풍이 운동 조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팔이나 고개, 눈동자가 옆으로 돌아가고 입을 쩝쩝 다시거나 이상한 목소리를 내거나, 무엇인가 집으려고 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팔다리가 움직이거나, 마치 사람이라도 칠 것처럼 팔다리를 휘두를 수도 있다.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ADHD는 전두엽과 기저핵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_간질은 해마 부위에 잘 생긴다

    문제는 이런 행동을 보이는 환자와 주변에서 환자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느끼는 당혹감이다. 많은 경우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 환자는 의식을 잃기 때문에 그 순간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깨고 나니 자신이 길에 쓰러져 있거나 남들에게 둘러싸여 있거나, 또는 바지에 실례한 흔적이 있을 때 겪을 당혹감이 어떠하겠는가? 환자들은 언제 또 그런 일이 자기에게 찾아올지 몰라 전전긍긍하게 된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로 약물치료를 통해서, 심한 경우는 외과적 수술을 통해서 치료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이 이런 질병(뇌의 이상으로 행동이 나타나는) 증세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어려움은 더 커진다. 가족이 간질 발작을 위경련 같은 증상으로 본다면, 소화제를 먹듯이 간질약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 질병과 싸우는 사람들의 삶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질로 인해 자전거를 타다가 구를 수도 있고, 마침 그때 차라도 지나가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전기 폭풍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겪는다면, 조금 전에 공부한 내용이나 입력한 내용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뇌에서 삭제될 수 있다. 하필 얄궂게도 전기 폭풍이 잘 생기는 뇌 조직이 기억을 잘 형성하기 위해 세포들이 정렬하고 있는 해마 근처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증후군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는 주로 학령 전기 또는 학령기 어린이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세들의 집합, 즉 증후군을 말한다. ADHD는 딱히 뇌의 어디가 나쁘다고 지적하기가 모호한 증세다. 뇌의 특정한 해부학적 문제가 알려지고는 있지만, 뇌의 이상이 전혀 없는데 현대사회가 좀 수선스러운 정상 아동들에게 붙인 병명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 ADHD 진단을 받는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미국의 경우 한 학급에 적게는 2%에서 많게는 20%까지) 정말 증세를 가진 아동의 수가 증가한 것인지, 진단이 남발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을 보이는 아동을 ADHD 환자로 보는 것일까?

    _집중엔 두 가지가 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장애와 과잉행동/충동성의 두 가지 증세로 볼 수 있는데, 두 측면이 다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 하나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결핍 장애가 있는 아동은 소위 우리가 덤벙대서 틀린다고 말하는 그런 부주의한 행태를 자주 보인다. 무슨 일이나 놀이를 할 때 집중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며, 부모나 선생님이 무엇을 시키는데 제대로 듣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딴 짓을 하는 것이 역력하다. 무엇을 지시하면 그것을 제대로 끝까지 듣지 않아 숙제를 안 해가거나 틀리게 하고, 심부름을 시켜도 잘 못한다. 물론 이런 문제는 아동이 반항심으로 혹은 지능이 떨어져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과는 다르다.

    과제나 활동을 조직적으로 하지 못하고 이것을 하다 저것을 하며, 허겁지겁 하거나 두서 없이 하고, 오래 주의를 기울여 해야 하는 과제를 싫어하며 가능한 한 회피하려 들고, 숙제를 하기 싫어서 온갖 핑계를 다 대며 방에서 뛰쳐나오는 아이들. 숙제에 필요한 물건, 학교 준비물 등과 같은 것을 잘 잃어버리고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산만해져서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주변 친구들의 작은 행동에도 주의력이 깨지는 아이들. 그래서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을 자주 잊어버리는 아이들(사람들). 많이 익숙한 광경 아닌가?

    뇌가 이상하면 어떤 행동 나올까

    ADHD를 가진 아동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그중 일부는 사춘기 이후 술, 담배에 빠지기 쉽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중요하게 구별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신의 아이가 게임을 할 때나 비디오를 볼 때 빨려 들어갈 듯 집중하는 것을 주의 집중으로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는 컴퓨터게임을 할 때 보면 집중력이 좋은데…”라고 말하며 위안하지 말라.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집중에는 외부 자극에 의해 주의가 모아지는 집중이 있고, 의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이 초점을 유지해야 하는 집중이 있다. 담당하는 두뇌 부위도 완전히 다르다. 공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자의 집중이다.

    _전두엽과 기저핵의 문제

    만일 당신의 아이가 앞서 말한 특징 외에도 손과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끊임없이 꼼지락거리거나 몸을 움직이며, (교실, 레스토랑, 교회 등에서)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할 때 일어나서 왔다갔다하거나 뛰어다닌다면?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라면 아마 잠시도 가만히 있기 어려운 느낌을 가진다면?) 그리고 조용히 하는 놀이나 취미를 즐기기 어려우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말을 너무 많이 한다면? 그러면 과잉행동 장애까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아이들은 종종 질문이 끝나기 전에 먼저 답을 한다거나, 차례를 못 기다린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활동 및 대화에 불쑥 끼어드는 충동성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뇌의 문제인가? 여러 행동상의 문제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약의 특성을 본다면, 전두엽(집중이나 계획의 실행 등과 관련 있음)과 기저핵(운동과 관계 있음)이라는 부위를 포함한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많이 사용되는 어떤 신경전달물질(예컨대 도파민)이 좀 모자라서 그렇지 않을까 추정된다.

    문제는 이상과 정상의 경계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가? 어린 시절 당신은 이렇지 않았는가? 이 같은 증세를 보이는 자녀를 키우거나 학생으로 데리고 있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겠는가? 악몽이며 두통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냥 아이들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겠는가? 성인인 당신도 성인 ADD(주의 결핍장애)에서 자유롭지 않다. 책을 오래 못 읽거나 무슨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거나 하는 미묘한 결함을 가지고 살면서 말이다.

    부산하던 아이들이 커가면서 점잖아지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ADHD를 가진 아동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그중 일부는 사춘기 이후에 술, 담배, 마약에 빠지거나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하니 자식을 가진 부모들이 겁낼 만하다.

    신경심리 검사의 중요성

    이렇게 뇌의 이상에서 오는 행동의 이상은 개인에 대한 검사를 통해 윤곽이 잡힐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몇 차례에 걸쳐 심화된 검사를 받아야 겨우 알 수 있다. 신경심리 검사는 적어도 두세 시간씩 걸린다. 그럼에도 뇌의 이상에 영향을 받는 행동의 기능 수준을 개개별로 알아야 하는 것은 진단, 예후, 재활, 직업교육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런 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설사 그 검사를 받더라도 검사의 중요성을 모른 채 단지 성가신 일로만 생각하곤 한다. 이는 뇌의 건강이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몰라서 생긴 오해다. 뇌 사진을 찍는 것만이 진료를 위한 검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뇌 사진의 결과와 행동검사 결과를 같이 볼 때만 제대로 된 진단이 가능한데도 말이다. 그리고 ‘신경심리학자’가 특정한 인지기능의 문제를 발견한다고 해서 X선 사진이라도 판독하듯, 또는 기계의 부속품이 고장 난 듯 뇌의 특정 부분이 고장 났다고 딱 집어낼 수도 없다. 뇌와 행동 간의 신기하고 절묘한 관계는 너무도 광범위하고 심오하다. 계속 연구되고 있으므로 21세기 인지신경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믿고 더 좋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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