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중국 부동산 가치, 미국 2배 규모
10월에는 신규 및 중고 주택 가격이 최소 1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중국 광저우에서 근무하던 지인이 중국 국민평형인 116㎡(35평형) 가격이 2021년 30억 원을 호가하다가 최근 들어 20억 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얘기할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 매매 가격 흐름을 확인하니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그래프1 참조).중국 부동산시장이 붕괴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20여 년에 걸친 호황으로 심각한 버블이 쌓인 데 있다. 중국 정부는 수십 년간 민간 주택 판매를 엄격히 제한해오다가 1998년 상하이부터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을 조성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일어나자 건설사와 개발사에 막대한 성장 기회를 준 것이다.
이에 신흥 중산층이 당시 몇 안 되는 안전한 투자처였던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엄청난 자금이 부동산시장에 쏟아져 들어왔고, 2007~2022년 주택 가격은 6배나 급등했다. 특히 토지 매각으로 대규모 차익을 올린 지방정부는 개발 붐을 더욱 부추겼다. 급기야 2021년 건설 및 부동산 부문은 국내총생산의 약 4분의 1, 가계 자산의 거의 80%에 이르렀다.
2019년 기준 중국 부동산시장 가치는 약 52조 달러(약 7경6507조6000억 원)로 미국 부동산시장의 2배 규모였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가격 상승에 선전이나 광저우 같은 해안 도시의 주택 가격은 현지 소득 대비 런던이나 뉴욕보다 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2020년 버블 위험을 줄이고, 주택 가격 상승이 초래할 수 있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건설·개발업체에 대한 신규 자금 조달을 제한하고,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속도 지연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개발 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했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강력한 방역 조치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당시 많은 건설사가 이미 재정이 악화된 상태라 정부가 시행하는 새로운 규정을 준수할 수 없었다. 2021년 헝다그룹이 3000억 달러(약 441조3900억 원) 넘는 채무를 불이행하면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시작됐고 이후 2022년 수낙 차이나, 2023년 컨트리가든이 잇달아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2022년 봄 중국 당국이 이른바 ‘상하이 봉쇄’를 단행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2022년 4월부터 급락했고, 현재까지도 소비자심리가 회복될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그래프2 참조). 이처럼 부동산개발 회사의 연쇄 부도에 이어 소비심리마저 위축되자 부동산시장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처했다.
주택 건설업계가 연쇄적으로 붕괴 상태에 놓였음에도 중국 당국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3년 9월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을 시찰하면서 ‘새로운 생산력(New Quality Productive Forces)’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간단하게 말해 태양광이나 이차전지, 전기차 같은 차세대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생산자물가 마이너스, 소비자물가 제로
그럴듯한 정책이지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주택 가격이 폭락하고 건설사가 연쇄적으로 파산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은 경제 전반에 강력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가져왔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2022년 3분기부터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는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마저 2024년부터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문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주택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수적이지만, 금리인하로 물가가 하락하면서 오히려 실질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보조금을 넉넉히 받은 기업들이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며 소비자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더욱 싼값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도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당국이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 대표 자동차 회사들을 상대로 “잔인한 가격 경쟁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이유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단시간 내 해결되기가 쉽지 않다. 1990년 부동산 가격이 붕괴하면서 시작된 일본의 저성장 흐름이 2012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확장적 경제정책) 시행 이후에야 완화된 것처럼, 중국도 앞으로 긴 시간 자산 디플레이션이 유발하는 불황을 경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상] “증여, 절세 계좌로 해외 주식·ETF 세금 폭탄 피하세요”](https://dimg.donga.com/a/570/380/95/1/ugc/CDB/WEEKLY/Article/69/3b/bf/3e/693bbf3e0a15a0a0a0a.png)
![[오늘의 급등주] 산업용 특수케이블 기업 티엠씨, 코스피 데뷔 이틀 연속 상승세](https://dimg.donga.com/a/380/253/95/1/ugc/CDB/WEEKLY/Article/69/40/be/47/6940be47150ca0a0a0a.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