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51

2006.09.05

소사나무 숲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 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 총무 blog.empas.com/travelmaker

    입력2006-09-04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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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사나무 숲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영흥도 십리포해수욕장의 백사장을 에워싼 소사나무 군락.숲 그늘이 짙어서 한낮에도 어둑하고 시원하다.

    추천 일정) 당일 07:00 서울 출발 → 08:00 서해안고속도로 목감IC 통과 → 08:00~08:15 목감사거리~물왕교차로~나분들교차로(우회전) 등을 경유해 관곡지(연꽃테마파크)로 이동 → 08:15~09:20 연꽃 감상 및 연꽃길 산책 → 09:20~09:40 나분들교차로(우회전)~범배터널~둔대교차로~장현교차로 등을 경유해 장곡동의 시흥갯골생태공원(문의 갯물해안학습교실 031-310-2985)에 도착 → 09:40~11:00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염습지식물 관찰 및 염전 체험 → 11:00~12:00 연성1교차로~벌말교차로~월곶교차로(직진, 77번 국도)~시화방조제~대부도 등을 거쳐 선재도에 도착 → 12:00~12:40 점심식사 → 12:40~13:00 영흥대교 건너 영흥도의 십리포해수욕장으로 이동 → 13:00~15:00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인공림에서 휴식(돗자리를 준비할 것) → 15:00~17:00 장경리해수욕장, 검은여선착장, 영흥수협직판장(032-886-4330) 등 영흥도 구석구석 둘러보기 → 17:00~18:00 영흥대교~대부도~시화방조제~월곶 입구(좌회전) 등을 거쳐 소래대교 삼거리 부근의 주차장(주차비는 하루에 3000원)에 도착. 주차 후 옛 수인선 철교를 건너 소래포구로 이동 → 18:00~20:00 소래포구 어시장 구경 및 저녁식사 → 20:20 영동고속도로 월곶IC 진입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하루 종일 졸음만 쏟아진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소화도 잘 안 된다. 몸이 이러니 일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여름 휴가철이 사실상 끝난 요즘 ‘휴가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일은 하기 싫고, 모처럼 만에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휴가지에서의 추억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또 어디론가 떠나야만 치유될 성싶었다. 그러나 긴 여행을 할 처지도 못 되거니와 다시 먼 길을 떠나고 싶진 않았다. 그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딱 하루 동안만 ‘바람’을 쐬며 무력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길을 나선 곳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시흥시와 옹진군 영흥도.

    토요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시흥시 하중동의 연밭을 첫 목적지로 삼았다. 연꽃은 이른 아침부터 활짝 꽃을 피웠다가 오후 3~4시경이면 꽃잎을 닫아버린다. 집을 나선 지 40여 분 만에 상쾌한 아침 공기에 섞인 연꽃 향기가 은은히 후각을 자극한다. 이곳 연밭은 ‘관곡지’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관곡지는 연꽃 재배단지 옆의 안동 권씨 사유지 내에 있는 작은 연못이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농학자인 강희맹(1424~1483) 선생이 중국 난징에서 가져온 연꽃 씨앗을 여기서 시험재배한 뒤로 온 나라에 연꽃이 퍼졌다고 한다.

    소사나무 숲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소래포구의 옛 수인선 철교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서쪽 하늘이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듯하다(왼쪽). 썰물 때마다 드러나는 바닷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 있는 누에섬 등대전망대.

    관곡지 옆 아담한 정자에 올라서면 근래 조성된 연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약 3만 평에 달하는 연밭은 25년여 동안 연꽃농사를 지은 오국진 씨가 연근 채취를 목적으로 조성한 개인농장이다. 그런데도 웬만한 수생식물원 못지않게 잘 꾸며져 있다.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어리연 등 연꽃과 수생식물의 종류도 다양하고 넓은 연밭 곳곳에 산책로와 쉼터도 마련돼 있다. 게다가 입장료와 울타리도 없다. 아주 가까이에서 연꽃의 향기와 빛깔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연꽃 개화기인 6월 중순에서 9월 초순 사이에는 꼭두새벽부터 구경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시흥시 관곡지, 갯골생태공원 웰빙 여행 최적지



    온몸을 휘감는 듯한 연꽃 향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어느새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장곡동 시흥갯골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강처럼 구불거리는 갯골 양쪽의 드넓은 염습지(鹽濕地)에 조성된 이 공원에는 한때 남동염전, 군자염전과 함께 우리나라 천일염의 30% 이상을 생산하던 소래염전이 들어서 있었다. 최근 경기도 3대 생태공원 중 하나로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볼거리나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 그래도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산조풀 등의 염생식물과 농게, 방게 같은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나무데크 산책로와 갈대 숲길이 잘 단장돼 있다. 또한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흰뺨검둥오리·백로 등의 야생조류가 흔하고, 족제비 같은 포유류도 드물게 발견돼 어린이들의 자연생태학습장으로는 제격이다. 깔끔하게 복원된 염전에서는 소금 만들기, 수차 돌리기 등의 생생한 체험도 가능하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나와 시흥, 안산 일대의 벽해(碧海)를 상전(桑田)으로 만든 시화방조제를 건넜다. 이내 대부도와 선재도를 징검다리 삼아 영흥도에 들어섰다. 이 섬도 역시 2001년에 개통된 영흥대교 덕택으로 배를 타지 않고서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영흥도에는 장경리, 용담리, 십리포 등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곳은 국내 유일한 소사나무 군락이 있는 십리포해수욕장이다. 활처럼 휘어진 백사장을 따라서 길이 400여m의 소사나무숲이 띠처럼 둘러쳐져 있다. 130년 전쯤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 방풍림이라고 한다. 쾌청한 날인데도 숲에 들어서니 한줄기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는다. 수령 100년 안팎의 소사나무 350여 그루가 가지를 넓게 펼친 채 촘촘히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소사나무는 서어나무의 일종이다. 하지만 서어나무는 높이가 10~15m에 이르지만, 소사나무는 10m 이상 자라지 않는다. 이곳 나무들의 평균 키도 8m쯤 된다. 대체로 소사나무는 줄기가 뒤틀리고 울퉁불퉁해서 분재로 많이 활용되는데, 영흥도 소사나무 고목들도 하나같이 몸통과 줄기가 다이내믹하고 그로테스크한 형용이다. 날씨가 흐리거나 어둑한 밤중이면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질 법하다. 그늘이 짙고 바닷바람이 쉼 없이 살랑대는 이 숲은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 돗자리를 하나 깔고 누우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솔직히 이 소사나무숲 하나만으로도 영흥도까지의 다리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바닷가, 특히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을 여행할 때는 미리 물때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나 조석예보 ARS(1588-9822)를 이용하면 쉽게 물때를 알 수 있다. 선재도와 대부도 주변에도 화성 제부도, 서산 웅도, 통영 소매물도의 등대섬처럼 썰물 때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섬이 여럿 있다. 선재도의 새끼 섬인 목섬과 측도, 선감도 옆의 탄도에 딸린 누에섬 등이 바로 그곳이다.

    선재우리밀칼국숫집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목섬은 드넓은 갯벌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모래섬이다. 선재도에서 목섬까지의 약 500m에 이르는 모랫길 양쪽에는 바지락 양식장으로 활용되는 진흙 갯벌이 펼쳐져 있다. 영흥도, 선재도, 대부도의 어딜 가나 눈에 띄는 바지락칼국숫집의 바지락은 여기서 채취한 것이다. 그리고 탄도에서 1.2km 떨어진 누에섬은 총면적 7000평의 작은 무인도다. 썰물 때만 열리는 바닷길을 통해 누에섬에 들어가면 지상 3층, 높이 16.8m의 등대전망대(010-3038-2331)에 올라설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멋진 일몰까지도 볼 수 있다. 이맘때 늦여름에는 영흥도의 장경리해수욕장, 대부도의 방아머리에서 황홀한 낙조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 정보
    소사나무 숲서 ‘신선놀음’에 빠지다
    맛집 선재도 선재우리밀칼국수(032-889-7044)는 해초를 섞은 우리 밀 국수와 진한 바지락 육수가 잘 어우러진 칼국수도 일품이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목섬 일대의 바다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답다. 선재도 바다향기(032-889-8300)는 휴먼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장님 아버지와 사진가 아들의 이야기로 유명해진 김선호 씨 가족이 운영하는 민박집 겸 음식점이다. 이 집도 석양에 물든 바다 풍경이 인상적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소래포구에 들러서 생선회나 조개구이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짧은 여정을 마무리한다.

    숙박 하룻밤을 묵으려면 비교적 조용하고 한가로운 영흥도나 선재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지역 포털사이트인 선재도(www.seonjaedo.com)나 영흥도닷컴(www. youngheungdo.com)에는 해당 지역의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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