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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해변에선 어떤 일이…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무대’

  • 이서원 자유기고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무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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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죠스’다. 어쩔 수 없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물속에 들어갔다가 거대한 백상아리에 물려 죽은 여자와 그녀의 잘려나간 손이 발견되는 백사장을 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영화가 개봉되자 바닷가 피서지를 찾는 사람들은 급감했고 상어 공포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 때문에 양심에 찔린 스필버그는 아직도 상어 보호 관련 기관에 꾸준히 기부금을 내고 있단다.

하지만 아무리 스필버그와 ‘죠스’의 힘이 막강해도 해변은 로맨스와 사랑의 무대다. 영화 팬들이라면 해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뜨거운 키스와 애무를 나누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데보라 카와 버트 랭커스터를 기억할 것이다. 그 영화가 만들어진 뒤 반세기 넘는 세월이 흘렀고 온갖 종류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영화 팬들은 가장 로맨틱하고 섹시한 장면으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물결치는 바다를 뒤로하고 키스를 주고받는 할리우드 스타들만큼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대상이 또 있겠는가.

해변은 쾌락의 상징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이들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싹트고 비키니라는 근사한 발명품이 탄생하자 할리우드에서는 해변을 무대로 한 수많은 청춘영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50, 60년대에 만들어진 해변 뮤지컬 영화를 지금 보면 우스울 정도로 순진하고 건전했다. 그래도 여자들은 비키니를 입고 나왔고, 록 음악도 들을 수 있었으니 당시 관객들은 만족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할리우드는 뮤지컬을 버리고 액션을 받아들인다. 그 결과물이 90년대의 가장 유치한 텔레비전 시리즈물 ‘베이 와치’다. 이야기 설정이야 용감한 해변구조대 대원들이 악당들을 때려잡고 착한 사람들을 구출하는 것이지만, 누가 이 시리즈를 그런 내용 때문에 봤겠는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내용이 아니라 실리콘 가슴을 출렁이며 해변을 질주하던 빨간 수영복 차림의 파멜라 앤더슨이다.

그러나 해변이 언제나 경박한 쾌락주의만 탐한 건 아니다. 해변은 운명론적인 사랑의 장소이기도 하다. ‘시월애’의 무대가 조수가 오가며 만들어낸 갯벌이 아니었다면 과연 초자연적인 우체통을 통해 2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편지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애틋할 수 있었을까? 갯벌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아름다운 집 ‘일 마레’가 없었다면, 과연 이 영화가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유감스럽게도 샌드라 불록과 케이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리메이크작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갯벌이 아닌 호숫가로 무대가 바뀌었지만.



최근 영화 중 해변을 가장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로는 프랑수아 오종의 ‘타임 투 리브’를 추천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진작가의 마지막 나날을 다룬 이 영화는 우리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해변을 찾아 수영을 즐기고 해변에 누워 잠드는 것으로 끝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의 실루엣 주변엔 조용히 석양이 내린다.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온다. 어느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죽음을 원치 않겠는가.



주간동아 551호 (p65~65)

이서원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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