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수준별 수업 결사반대 신념인가 아집인가

전교조 주장의 진짜 속셈은? 평등교육 vs 지나친 획일화 ‘엇갈린 시선’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수준별 수업 결사반대 신념인가 아집인가

수준별 수업 결사반대 신념인가 아집인가
“맥락은 따져보지 않고 왜 결과에 집착하느냐?”

7월14일에 열린 ‘수학·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안’ 공청회를 실력 저지로 무산시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장혜옥·이하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물리력 행사는 지나친 처사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반문했다.

이날 전교조 회원 200여 명은 공청회 장소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과 대강당에서 공청회 진행을 막았고, 그중 일부는 단상마저 점거해 난장판이 되었다.

전교조가 이처럼 강력하게 ‘교육과정 개정안 백지화’를 외치는 속내는 뭘까.

논란의 중심에 놓인 건 ‘수준별 수업’.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이번에 마련한 교육과정 개정안은 제7차 교육과정의 기존 수준별 수업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 위한 것. 즉 단계형(수학, 영어) 및 심화·보충형(국어, 사회, 과학)으로 구분된 현행 ‘차별적 교과 교육과정’을 폐지하는 대신 수준별 수업을 영어와 수학은 물론 국어, 사회, 과학에까지 확대해 동일한 교과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겠다는 것. 아울러 학생 개개인별 실력 차가 큰 만큼 각각의 수준에 맞는 보조 교과서를 도입해 단위 학교별로 교사 책임 아래 자율적인 수준별 수업을 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수준별 수업 효과 놓고 교육부와 견해차 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2009년 3월부터 연차적으로 시행돼 2011년까지는 모든 학년으로 확대된다. 현재 수준별 수업은 전국 중·고교의 50%에서 자율적으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입장은 대척점에 있다. 전교조가 수준별 수업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세 가지. 첫째는 수준별 수업이 학생 간 불평등 교육을 조장하므로 ‘교육의 평등’을 주창하는 공교육 원리에 어긋난다는 점, 둘째는 사실상 ‘우열반’의 부활을 불러와 하위권 학생의 열패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 셋째는 수준별 학생집단 편성의 효율성이 당초 의도와 달리 낮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교조 이인호 참교육실장은 “우리의 반대는 막연한 반대가 아니다. 전교조 차원에서 2005년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준별 수업을 시행 중인 학교의 학생 10명 중 7명, 교사 10명 중 8명이 수준별 수업을 실패작으로 보고 있었다”며 “학생들을 수준별 집단으로 ‘갈라치기’했을 때 전체의 70%가량인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되레 떨어지고, 30%의 상위권 학생들도 잠시 성적이 오르다 다시 상·중·하로 재분화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주장한다.

전교조의 지적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수준별 수업에 대한 교육부의 조사 결과는 전교조의 그것과 달라 양자는 신뢰도 면에서 평행선을 긋는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김양옥 과장은 “수준별 수업의 취지는 지금처럼 한 교실에서 이질적인 학생들이 동일한 가르침을 받는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엄연히 개인차가 존재하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연구 학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위권 학생의 성적이 확실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당초 2005년 12월에 개정안을 고시하려 했으나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자는 여론이 있어서 4~5월에 전국 3700여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수준별 수업에 관한 ‘현장 적합성 검토’를 실시했다. 전교조도 의견을 냈고, 그중 ‘단계형’ 폐지 부분은 개정안에 받아들여졌는데,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며 “자기네 의견이 100%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계속 반대하는 건 심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수준별 수업 결사반대 신념인가 아집인가

전교조는 수준별 수업뿐 아니라 교원평가 등 여러 교육정책들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수준별 수업의 효과에 대한 학부모 단체의 시각도 극과 극이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이경자 사무국장은 “수준별 수업을 받는 요즘의 하위권 학생들은 과거만큼 자괴감에 빠지지 않는다. 주요 과목에선 처져도 다른 건 잘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준별 수업을 확대하면 학생이 교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므로, 일부 교사들이 이를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준별 수업이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김현옥 회장은 “수준별 수업이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린다는 계량화된 조사 결과는 아직 본 적이 없다. 학생들을 나눌 게 아니라 한데 모아서 가르치는 게 바른 교육”이라며 “교육부가 평준화 보완책이라며 내놓은 정책들은 하나같이 ‘평준화 흔들기’에 가깝다”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준별 수업의 효과에 대해 어느 한쪽의 주장만 전폭적으로 지지하긴 힘들다. 문제는 수준별 수업 논의 과정에서의 파행이다. 전교조는 7월14일의 공청회가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 주장한다. 교육부가 8월 말에 개정안을 고시하기 위한 ‘요식행위’ 내지 ‘통과의례’로 공청회를 열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그 근거로 서울시교육청이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교육과정 담당부장) 중

1명 이상이 반드시 공청회에 참석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낸 사실을 든다. 교육부가 교사들에겐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공청회를 강행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교사 업무량 증가도 또 다른 걸림돌

좀더 광범한 여론을 수렴하지 않은 채 ‘8월 말 고시’ 강행을 고집하는 교육부 관료들에게도 물론 문제는 있다. 교육부는 특히 이번 공청회가 전교조의 반대로 주제발표나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공청회 당일 ‘개정안에 대한 관련 학계 교수, 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를 세세히 담은 보도자료를 은근슬쩍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전교조 역시 논의의 장(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한 전교조 관계자 2명(영어 1명, 수학 1명)은 다른 전교조 회원들과 단상에서 ‘반대’ 구호를 외쳐댔을 뿐이다.

한술 더 떠 일부 전교조 회원들은 자신들과 이념적 동질성을 지니지 않은 학부모 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학사모) 측에 막말까지 퍼부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사모 최미숙 상임대표는 “전교조 측은 공청회 무산의 책임을 따지는 학사모 측에 ‘사기꾼 단체’ ‘교육부의 시녀’ 등 공청회와 하등 관련 없는 말들로 모욕했다”며 “공문까지 보내 공개 사과를 요구했지만 성과가 없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사의 업무량 증가가 불 보듯 뻔한 것도 수준별 수업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수준별 수업이 확대되면 수업 형태가 훨씬 다양해지기 때문. 전교조 측은 “부차적 문제이긴 하지만, 교사들의 근무 여건이 더 힘들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도 수준별 수업 시행에 대해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며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보인 전교조의 행태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전교조는 이념적으로 획일화된 평등주의를 고집하면서 신자유주의적 경쟁 시스템에 대한 무한 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변화와 개선에 대한 융통성이 부족하다”라고 꼬집는다.

전교조는 수준별 수업 확대의 목적을 어떻게 해석할까. 이인호 참교육실장은 “평준화 교육이 입시 성적을 떨어뜨린다는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사회적 발언권이 강한 일부 계층이 자신들의 이해를 정책에 반영시키려는 시도 중 하나로 본다”며 “교육부가 8월 말 고시를 강행한다면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그동안 여러 교육정책들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교원평가, 시범평가, 공영형 혁신학교 관련 공청회 저지 등에 나서기도 했고, 최근엔 법리적으로 ‘반납’이 불가능한 차등 성과급 반대 투쟁도 벌였다. 이는 전교조가 스스로의 이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난장판으로 변한 이번 공청회도 그 연장선에 있다면 과장일까. 그들의 말은 틀렸다. 결과부터 따져봐도 맥락은 보이는 법이다.



주간동아 546호 (p44~45)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45

제 1345호

2022.06.24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무결점의 완벽한 꿈 ‘누리호’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