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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긴 것,짧은 것:최선아 개인전

끊임없이 반복되는 知覺의 기억

  • 이병희 미술평론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知覺의 기억

끊임없이 반복되는 知覺의 기억

최선아, ‘Fade-In’.과 ‘Mirroed Mirror’.

서울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LOOP)에서 작가 최선아가 전시한 소재들은 ‘드 스틸’(1917년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미술운동. 몬드리안이 주축이 돼 새 시대에 맞는 시각적 환경을 창조하려고 했다) 그룹의 대표적인 작가 테오 반 되스부르크의 건축과 디자인 원칙, 이상(李箱, 1910~1937)의 시 ‘거울’이다. 시 ‘거울’의 자음과 모음들은 거울 조각으로 해체된 뒤 어떤 원칙에 따라 전시장 바닥에 설치된다. 우리는 종잇조각들의 부분을 찍은 사진도 보게 된다. 그리고 초록색 풀밭 위에 원색보다 더 선명하게 빛나는 과일 조각들과 씹고 뱉는 소리로 이루어진 영상, 한밤중 폐기물 더미의 표면을 비추는 전등 빛, 신문의 아파트 광고 사진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영상 등을 보게 된다.

이런 것들 사이에서 공통 주제나 발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아니, 그런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시간과 역사, 문화, 지역, 기억, 지식 등이 혼성적으로 섞여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구조는 어떤 원칙에 기반한다. 그 요소는 색, 소리, 광선, 공간, 속도 같은 것들, 즉 색,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소리, 목적지를 두지 않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인공의 빛, 역사 속 인물의 흔적,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언어 조각들, 반사된 빛과 해체되거나 굴절된 형태, 속도감 그리고 우리의 체험 등이다.

최선아가 제시하고, 우리가 그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어떤 경험과 지각의 기억들이다. 지각의 기억은 일종의 무의식의 경험과 축적, 그리고 그것의 끊임없는 재생산과 관련된다. 게다가 우리가 발견한 구조는 마치 언어처럼 체계화된 구조다. 그것은 그 자체로 구조화된 무의식의 세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소통의 내용은 일종의 ‘부정’과 저항에 기반한 어떤 것이다. 이는 일상화된 언어 습관, 그리고 역사화된, 문명화된, 문화화된, 약호화된, 기호화된, 상징화된 언어와 소통 방식을 위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국 최선아의 혼성적 설치 공간에서 부정을 경험하고, 이어서 또 다른 체계, 즉 무의식이라는 언어처럼 구조화된 세계를 만날 것이다. 7월14일~8월11일,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주간동아 2006.07.25 545호 (p78~78)

이병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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