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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허벅지 때리면 성적 오른다고?

‘셀프 체벌’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공부 부담감,자기반성 명목으로 자학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스스로 허벅지 때리면 성적 오른다고?

스스로 허벅지 때리면 성적 오른다고?
체벌 도구랑 셀프 체벌하는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초등학교 6학년생입니다.”

“종아리 : 약간 구부린 뒤 오른손(왼손잡이면 왼손)으로 최대한 세게 때린다. 진짜 아프다. 그러나 때리기가 상당히 힘들다. 참고로, 실제로 맞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데미지(damage)가 30%쯤 낮다. (하략)”

“체벌에 관심 있습니다. 체벌 카페나 사이트 좀 알려주세요.”

“‘세이클럽’이나 ‘다음’에서 ○○○, ◇◇◇등을 검색하시면 많이 나옵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iN’ 코너. 누리꾼(네티즌)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이곳엔 영문 모를 글들이 적잖이 올라온다. 이 뚱딴지 같은 문답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전파되고 있는 ‘자기 체벌(體罰).’ ‘셀프(self) 체벌’로도 불리는 이 희한한 행위는 말 그대로 스스로를 벌하는 것. 맞는 것도 서러운데, 자신의 신체에 고통을 준다? 셀프 체벌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군산 초등학생 체벌 동영상 파문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피멍 든 신체 부위 사진 올려 공유

네이버의 한 카페. 카페 명칭에 ‘스쿨(School)’ ‘공부방’ 등의 표현을 쓴 덕분인지 카페의 카테고리가 묘하게도 ‘교육일반’으로 분류돼 있다. ‘자기주도적 공부를 도와드린다’고 밝히는 이 카페는 ‘허벅지 체벌’ ‘종아리 체벌’ ‘셀프 체벌’ 등을 통해 반드시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7월11일 현재 가입한 회원은 375명. 초·중·고등학생이 대다수지만, 대학생도 적지 않다. 이들이 게시판에 올린 사연은 일반 성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다. 회원끼리 교사와 학생으로 역할을 분담한 뒤 서로 체벌을 주고받는 만남도 갖는다. 이른바 ‘체벌 교환’이다.

“나이 87년생(서울대 경제학부 1년). 가르치고 싶은 과목은 수학2 빼고 모든 과목. 모든 학년 커버 가능합니다. 때리고 싶은 부위는 엉덩이, 때리고 싶은 매는 회초리. 원한다면 학생증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이미 검증!”

스스로 허벅지 때리면 성적 오른다고?

체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유료 사이트.

더욱 놀라운 건 회원들이 스스로를 체벌한 뒤 피멍이 든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까지 버젓이 올려 다른 회원들과 ‘공유’한다는 점. 체벌을 가하는 부위는 주로 종아리와 허벅지, 발바닥, 엉덩이 등이다. 가장 아픈 부위는 허벅지. 하지만 종아리가 가장 자국이 많이 남아 선호된다고 한다. 체벌 도구도 회초리를 비롯해 단소, 리코더, 팽이채 등 다양하다.

회원 자신이 체벌을 가할 특정 연령대의 학생을 ‘공개모집’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 근처에 살고, 대학교 1학년이에요. ‘차갑고 냉정하게 생겼다’는 말 많이 들어요. 사진 보내달라면 보내드릴게요. 구하는 나이는 12~20세 여자분.”

“남자이고 대학생입니다. 대구에서 체벌을 원하는 16세 이상 여자분은 쪽지 주시기 바랍니다. ‘폭탄’ 아닙니다.”

문제는 체벌을 매개로 한 이 같은 오프라인 만남이 탈선 혹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다음은 두 누리꾼의 문답.

“며칠 전 체벌 카페에서 저를 때려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없을 때 집을 털거나 저를 협박하거나 유괴하지는 않겠죠? 만약 그런다면 어떻게 하죠?”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체벌 도중에 섹스로 이어가기도 합니다. 제 친구도 그런 걸 좋아하는데, 그 친구 이해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청소년들은 왜 자기 체벌에 빠져들까. 가장 큰 이유는 공부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이다. 디지털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찍은 자신의 체벌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유도 목표한 시험 성적을 내지 못한 데 대한 속죄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육체적 고통을 준 뒤 이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한 초등학생은 7월8일, “시험을 너무 망쳤다”며 “국어 90점, 수학 85점, 사회 80점, 과학 95점(참고로 반에서 10등 안에 들어요)인데 몇 대 맞을까요?”라는 질문을 체벌 카페에 올렸다. 한 회원의 답변은 “종아리나 엉덩이를 15대 때려라”였다.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모호하지만, 어쨌든 시험 점수에 따라 체벌의 강도까지 계량화해 제공하고 있다.

부모와의 약속이나 금기사항을 깨뜨린 데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을 체벌하기도 한다. “어젯밤 늦게까지 컴퓨터 하고 학원까지 땡땡이 치고 엄마한테는 갔다고 거짓말했습니다. 종아리 몇 대를 맞아야 하나요?”

호기심도 또 다른 이유다. 기자와 접촉한 한 중학생은 “나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체벌을 한다. 스스로에게 벌을 줌으로써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해방감 때문이다”면서도 “단순한 호기심에서 자기 체벌에 빠져드는 친구들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체벌 카페는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성업’ 중이다. 때로 자기 체벌의 정도가 심해 마조히즘(이성으로부터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음으로써 쾌감을 느끼는 것)적 성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자기 엉덩이를 때릴 때 어떤 자세로 때리면 좋나요? 따갑고 아프면서도 멍이 잘 안 드는 구하기 쉬운 매 좀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직접 만나서 제 엉덩이 때려주실 분, 메일 보내세요. 바지랑 팬티를 내리고 때려도 됩니다.”

“경험해보고 싶다” 의견도 상당수

자기 체벌에 식상한 일부 청소년들은 특정 업자가 자체 제작한 체벌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는 유료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설된 한 체벌 사이트의 경우 하녀 복장이나 교복 차림을 한 여성을 회초리나 채찍 등으로 때리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동영상에서 성적 행위는 이뤄지지 않지만, 매를 맞는 출연 여성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통해 가학과 피학을 소재로 했음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법망을 의식해서인지 서버도 해외에 개설했다

이 사이트의 매니저는 “우리 사이트는 국내 최초의 BDSM 및 종아리 체벌 사이트”라며 “외국의 대표적인 사이트 40여 개의 자료를 모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보유한 사진은 18만장, 동영상은 9600여 개에 이른다”고 자랑한다. 한술 더 떠 국내 배우를 활용한 동영상까지 공급하고, 회원들 간 오프라인 만남을 가질 수 있는 ‘미팅 서비스’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BDSM’은 B(Bondage·굴종), D(Domination·지배), SM(Sado-Masochism·가학-피학)을 줄여서 일컫는 말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체벌을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작(自作) 체벌소설을 돌려 보는 청소년도 있다. 기자는 체벌소설 몇 편을 읽어봤다. 내용은 하나같이 오빠나 교사 등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동생이나 제자를 성적이 떨어졌다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정이나 체벌실 등에서 때리는 것들이다.

자기 체벌의 유행에 대해 청소년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린다. “이해할 수 없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 더 많지만,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기자의 요청으로 체벌 카페들을 둘러본 참교육학부모회 손순희 상담위원은 “교사의 체벌로 인한 피해 학부모와 학생의 상담은 많이 들어오지만, 체벌 카페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 섬뜩하다”며 “성적을 올려보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가입한 학생들조차 일탈행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왜 하필 자기반성이란 명목으로 자학행위를 택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원장(김창기정신과의원)은 “체벌은 진정한 반성보다 자학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자기 체벌 역시 깊이 빠질 경우 거기에 순치(馴致)돼 더 강도 높은 체벌을 요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잘못을 저지르면 맞아야 한다’는 단순한 발상은 서글픈 현실이다. 그렇다면 자기 체벌은 무엇인가? 자학인가, 아니면 또 다른 유형의 자기애인가? 지금 인터넷 속 ‘체벌 학교’에선 형언하기 어려운 ‘자기모독’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주간동아 2006.07.25 545호 (p28~29)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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