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5

2006.07.25

北 미사일 옹호 ‘실천연대’는 NL계열 단체

민변 변호사도 상임대표…남파간첩 김남식 씨는 고문 활동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6-07-19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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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건 인공위성이건, 이는 북한의 정당한 자주적 권리이며, 미-일 양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쟁 책동에 대한 자위적 조치로서 국제사회가 이러쿵저러쿵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와 관련, 7월6일 이 같은 논평을 발표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상임대표 권오창·윤한탁·김승교, 이하 ‘실천연대’)는 상당수 언론 매체로부터 친북단체가 아니냐는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반면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은 실천연대의 이 논평을 받아 쓰기도 했다.

    각종 시국 현안과 정세에 대한 실천연대의 공식 입장 표명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 단체는 5월24일 ‘박근혜 피습사건, 의혹을 제기한다’라는 제목의 긴급 정세진단을 통해 피습사건이 5·31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기 위한 한나라당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총련·주한미군철수국민운동본부 등 가입

    이처럼 나름의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띠고 있음에도 실천연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물론, 좌파 진영의 소식에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 노동운동가조차 그 존재를 모를 정도다. 팩트(fact·사실)에 기반한 비판보다 날 선 ‘외침’에 주력하는 실천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실천연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15남북공동선언을 내놓은 지 넉 달 후인 2000년 10월21일 결성됐다. 실천연대는 홈페이지(www.615.or.kr)를 통해 단체의 정의와 설립 목적을 ‘2000년 분단 반세기 만에 이뤄진 남북 두 정상의 만남에서 발표된 6·15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해 조국의 통일에 기여하고자 결성된 민간 통일운동연대단체’라고 소개했다. 또한 주된 사업 내용에 대해서는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제반사업, 주한미군 철수와 민족자주권 실현 사업, 민족 대단결을 실현하는 연대협력사업 등을 전개하며 5년여 기간 동안 반미자주와 통일운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천연대를 이끄는 상임대표 3명 가운데 권오창 씨는 196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시작한 이래 1980년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10년형을 선고받는 등 5차례 넘게 징역을 산 민주화투쟁 전력을 갖고 있다. 윤한탁 씨는 99년 서울 모 고교에서 교사로 정년 퇴임한 원로 교육운동가로 전교조 1세대의 일원이다.

    김승교 씨는 현직 변호사다. 사법시험 38회 출신으로 법무법인 정평 소속이다. 2003년 대북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의 특별검사보를 지냈다. 현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 변호사는 다른 상임대표의 변론을 맡은 것을 계기로 실천연대에 감사로 합류했다가 지금은 상임대표까지 맡고 있다.

    규약을 살펴보면 실천연대는 이들 상임대표 외에 임원진으로 공동대표 9명, 상임고문 2명, 감사 1명과 고문 다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 면면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천연대에 가입한 조직으로는 한총련과 주한미군철수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 미술패 ‘그림공장’, 노래패 ‘우리나라’, 인터넷 방송국 ‘청춘’, 가극단 ‘미래’ 등이 있다. 이처럼 다른 단체와 달리 상당수 소속 단체가 미술, 음악, 연극 등 문화 분야에서 대중사업을 펼치는 것도 실천연대의 특징 중 하나다.

    실천연대는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중앙조직과 광주·전남, 경기, 대전, 부산, 충남, 제주에 지역조직을 두고 있으며 부설기관으로 한국민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정세동향’이라는 격주간지를 발행하며, 소장은 김 상임대표다.

    한때 남파간첩 출신인 김남식 씨가 이 연구소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기도 했다. 2005년 1월7일 사망한 김 씨는 6·25전쟁 당시 월북했다가 1963년 간첩으로 남파된 후 당시 방첩부대에 의해 검거돼 간첩 검거를 위한 역(逆)공작에 투입됐고, 이를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이후부터는 친북 논리를 전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좌파 진영에선 ‘통일애국지사’, 우파 진영에선 ‘진심으로 전향하지 않은 수령영생(永生)론자’라는 지극히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실천연대는 김 씨의 죽음을 애도해 2005년을 자주통일 및 주한미군 철수의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고문직은 실천연대의 강령과 활동에 찬동하는 원로 인사가 맡는다. 백범 김구 암살범 안두희 씨를 10년 가까이 추적해 처단한 민족정기구현회 권중희 회장도 고문 중 한 명이다.

    실천연대 최한욱 정책위원장은 “실천연대 회원은 7월 현재 후원회원 300여 명을 포함해 600여 명쯤 된다. 단체보다는 개인 회원이 훨씬 많다”며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한총련과 민주노총에 소속된 일부 인사들이 실천연대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한총련 출신의 학생운동권 인사다.

    올 3000만원 정부 보조금 받아

    실천연대의 지향점은 5개항으로 이뤄진 강령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반미민족자주운동으로 주한미군을 하루빨리 철거하고, 미국의 지배양식을 완전히 제거’하며, ‘민족공조로 가까운 장래에 6·15공동선언이 지향하는 연합·연방제 통일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미군 없이 우리 민족끼리 통일하자’는 구호로 집약된다. 이념적 노선으로 보자면, 실천연대는 NL(민족해방) 계열의 단체 중 하나인 셈이다.

    실천연대는 ‘6·15남북공동선언 실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통일연대’(약칭 통일연대)에 가입해 있고,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만큼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에도 소속돼 있다.

    실천연대의 재정은 회원들의 회비와 참가단체 분담금, 후원금, 특별성금 등으로 충당된다. 정부 보조금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자치부의 ‘2006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선정내역’에 따르면, 실천연대는 2005년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한 뒤 올해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사업에 신청해 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지원 명목으로 선정된 실천연대의 사업명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운동’. 국가보조금 지원 대상은 민간 공익활동 사업에 한하며, 보조금은 선정된 사업만을 위한 사업비(인건비, 운영비 등 제외)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행자부 주민참여팀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단체에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는 ‘주간동아’의 물음에 “보조금을 정해진 선정 사업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목적 외 사용 여부는 중간점검과 종합평가로 파악하고 있으며, 위반사항에 대해선 전액 환수하고 있다”면서 “다른 문의사항이 있으면 행정정보 공개신청을 하라”는 간략한 답변만 내놓았다.

    실천연대의 행보에 대해 보수단체들은 당연히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낸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박찬성 운영위원장은 “실천연대라는 단체의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옹호하는 이적행위를 하는 단체라면 볼 것도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안정을 해치는 친북좌파 단체임이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실천연대 김 상임대표는 “실천연대는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선언의 내용을 실천하기 위해 시민사회 진영에서 가장 먼저 결성된 단체”라며 “남북 관계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성명이나 논평을 통해 주장하는 건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6월15일로 여섯 돌을 맞은 남북공동선언. 선언만 남고 이렇다 할 결과물조차 없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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