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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올해 들어 벌써 10여 명 실종,가족들 애태워…대부분 범죄 관련 추정에 불안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실종자 이윤희 씨가 다니던 전북대학교 앞에는 그녀의 행방을 찾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씨는 6월6일 새벽 귀가한 뒤 실종됐다.

“목을, 향숙이 목을 꽉~ 꽉~ 조른다.”(백광호)

“뭘로?”(박두만)

“브라자, 향숙이 하얀 브라자로. 그러니까 향숙이가 몸을 약간 부르르 떨더니… 완전히 죽은 거 같드라구.”(백광호)

“그래서?”(박두만)

“향숙이 빤스를, 히히~ 빤스를 모자처럼 씌운다.”(백광호)



“거들 말이지. 거들?”(박두만)

“아! 그래 맞아, 거들, 히히. 그걸 향숙이 얼굴에다 쓱 덮어씌운다.”(백광호)

1986년부터 6년간 10명의 희생자를 내며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 극 중 백광호(박노식 분)는 자신이 짝사랑하던 첫 번째 희생자 ‘향숙이’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리고 형사들에게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백광호가 범인이라고 믿는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은 백광호가 자신이 본 것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다. 영화, 아니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2006년.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치 화성사건을 보는 듯한 연쇄살인사건이 최근 군포와 안양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 2004년 유영철, 2004~2006년 정남규에 이어 젊은 여성 3명을 살해 및 유기한 혐의로 김윤철(26·군포시 금정동)이 검거됐다.

그의 손에 비명횡사한 20대 초·중반의 피해자들은 모두 화성사건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모습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아니, 살해방법은 더 잔인했다. 김 씨는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던 여성들을 차에 태워 협박,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발견 당시 피해자들의 입에는 모두 팬티가 물려 있었고, 두 팔과 다리는 몸 뒤쪽으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얼굴에는 포장용 투명테이프가 감겨 있었다. 사인은 모두 질식사였다.

용의자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같은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정남규가 무직에 전과도 있는 ‘사회 부적응자’였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 구로에 있는 컴퓨터 부품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해온 용의자는 말 그대로 ‘보통사람’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너무 평범해서 우리도 설마 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군포·안양 등지에서 연쇄살인사건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여 건.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늦은 밤 종강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생이 사라지는가 하면 “친구 집에 갔다 온다”며 나간 여중생과 초등생이 사라졌다. 고객을 만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간 여성 보험설계사는 한 달이 넘게 귀가하지 않고 있다. 군포와 안양 등지에서 5월부터 사라진 3명의 젊은 여성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월드컵의 열기가 사그라진 2006년 여름, ‘살인의 또 다른 추억’이 대한민국을 덮치고 있는 것일까.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경남 양산에서 사라진 이은영(15), 박동은(12) 학생을 찾기 위해 뿌려진 전단지.

5월13일 오후 1시경.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평소 자매처럼 지내던 두 여학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중학교 2학년인 이은영(15) 양과 초등학교 5학년인 박동은(12) 양. 두 학생의 모습은 같은 날 낮 2시20분경 아파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박 양의 어머니 정향숙(40) 씨는 “평소 은영이와 동은이가 같이 잘 다니곤 했는데, 그날도 옆 마을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나간 뒤 소식이 없다. 벌써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살아 있다는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며 울먹였다. 경남 양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두 집안에 원한관계나 금전관계로 문제가 될 소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무런 단서도 발견되지 않아 발만 구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6월6일 전주에서는 종강파티를 마치고 새벽에 귀가한 미모의 여대생이 실종됐다. 전북대 수의대 4학년 이윤희(29) 씨. 이 씨는 실종 전날인 5일 학과 교수, 동료들과 종강모임을 가진 뒤 이튿날 새벽 3시경 자신의 원룸에 도착했다. 같은 과 친구의 배웅을 받은 그녀는 집으로 들어간 이후 사라졌다. 그녀의 실종을 설명해줄 단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실종 3일 전 휴대전화와 지갑 등을 모두 날치기 당한 그녀는 원룸에 들어온 뒤 3분간 인터넷을 사용했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그녀가 입력했던 단어는 범죄신고 번호인 ‘112’와 ‘성추행’이었다. 이 씨의 언니 윤주(31·경기도 남양주시) 씨는 “새벽에 집에 들어와 이런 단어를 검색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이 채 3분밖에 안 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녀가 사라진 이후 그녀와 관련된 행적이 전혀 파악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실종 나흘째인 6월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누군가가 이 씨의 인터넷 계정을 사용해 ‘악보공장’이라는 이름의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확인된 것. 그러나 이것이 이 씨가 직접 접속한 것인지, 아니면 비밀번호를 아는 제3자가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전주 덕진경찰서 공병길 팀장은 “형사사건이라는 확신을 갖고 수사하고 있다.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이 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2003년 전북대 수의대에 재입학, 성적도 1~2위를 다툴 정도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여대생·보험설계사도 사라져

경남 김해에서는 고객을 만난다며 집을 나간 보험설계사가 한 달이 넘도록 귀가하지 않고 있다. 6월10일 오후 자신의 아반떼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간 김미자(47·김해시 삼계동) 씨. 키 162㎝, 몸무게 60㎏의 통통한 체격에 짧은 파마머리를 하고 있던 김 씨는 실종 당시 검정색 점퍼와 검정색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사 착수 직후인 6월14일 김 씨의 집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경남 밀양 인근 도로에서 그녀의 차량이 번호판이 떨어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집을 나간 직후인 6월10일 오후 6시59분쯤 차량이 발견된 장소 인근의 농협 현금인출기에서 예금 200만원이 인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씨는 실종 일주일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 3000여 만원을 출금했다. 경찰은 이 돈의 사용처가 사건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김 씨와 거래관계에 있던 남자가 행방불명된 사실이 최근 확인돼 수사는 활기를 띠고 있다. 62년생으로 44세인 이 남자는 김 씨의 보험관련 일을 돕던 사람. 김해경찰서 황철환 형사과장은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갑자기 사라진 이 남자가 이번 사건과 관련 있다고 본다”며 “김 씨의 행적을 쫓는 것과 별도로 이 남자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세 자녀(1남 2녀)를 혼자 키우는 등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서·남부 부연쇄 살인범 정남규 충격

“담배 피우듯 살인 충동 … 내가 죽는 건 두려워”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세 자매 피습사건 등 8차례에 걸쳐 살인과 강도를 저지른 정남규.

“지금도 살인 충동을 느낀다. 독방에 갇혀 있어 살인을 못하니 답답하고 조급하다. 사회에 나가도 계속 살인을 하겠다. 더 이상 살인을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난다.”

7월7일 서울남부지법. 서울 서·남부 지역 연쇄살인범 정남규(37)는 공판 중 이렇게 말했다. 방청석은 들썩였고 유족들은 오열했다. 현재 정 씨는 3월 ‘봉천동 세 자매 피습사건’을 포함해 2004년부터 올 4월까지 12건의 강도상해, 살인을 저지르고 8명을 연쇄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첫 공판에서 시종 당당하게 자신의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날 그의 입에서는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말들이 쏟아졌다.

“피해자의 고통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지금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피해자들을 죽일 때 죄책감은커녕 오히려 즐거웠다.”

특히 정 씨는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면서 1순위 젊은 여성, 2순위 여자 어린이, 3순위 남자 어린이 등 범행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았다고 진술했다. 그에게 살인은 담배와도 같은 것이었다. 없으면 심심하고, 이유 없이 찾게 되는 것. 푸른색 수의에 흰색 운동화 차림의 정 씨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처럼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며 “운이 나빠서 붙잡혔을 뿐 잡히지 않았다면 살인을 계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오면서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그는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불까지 지르는 엽기 행각을 벌인 것과 관련해 “살해한 뒤 죽은 사람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 타오르는 불을 보면 황홀했다”고 말해 재판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살인마’ 정 씨도 결국 인간이었다. 그는 “당연히 사형선고를 받겠지만, 사실 내가 죽는 건 두렵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 3명 살해·유기 김윤철의 엽기 행각

악마로 돌변한 평범한 회사원... 범죄 뉘우치는 기색 없어 더 충격


적색경보!2006년판 ‘살인의 추억’

1. 첫번째 희생자 윤모(22)싸의 사체 발견 당시 모습. 2. 윤씨의 사체가 유기된 금정역 뒤 도로. 3. 세번째 희생자 허모(27)씨가 발견된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 풀숲.

군포, 안양 연쇄살인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5월15일. 친구와 늦게까지 술자리를 함께한 회사원 윤모(22) 씨가 납치, 살해됐다. 용의자 김 씨는 자신의 승용차로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만취한 채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 씨를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 조사과정에서 김 씨는 “강간이나 한번 하려고 했지,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씨를 성폭행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윤 씨가 신고할 것을 걱정, 살해를 결심했다. 윤 씨로부터 신용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도 알아낸 김 씨는 윤 씨의 입에 팬티를 물린 뒤 손과 발을 등 뒤로 묶고 포장용 투명테이프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질식사시켰다.

납치된 직후 윤 씨는 자신의 남자친구와 112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다. 짧게는 3초, 길게는 10여 초 동안 신호가 울렸지만 그녀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 납치부터 살해까지는 불과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윤 씨를 살해한 뒤 범인은 그녀의 사체를 버릴 곳을 찾아 군포 시내를 한 시간 이상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금정역 뒤 역과 도로의 담 틈을 발견, 이곳에 사체를 유기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곳을 다시 찾아 사체 훼손을 목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김 씨는 사체 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윤 씨를 살해, 유기한 지 이틀째인 5월17일 저녁, 김 씨는 윤 씨의 신용카드로 13차례에 걸쳐 현금 284만원을 인출했다. 일부러 유동인구가 많은 산본역 내의 현금인출기를 택했다. 그러나 당시 범인의 현금 인출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 잡히지 않았다. 수사를 맡은 군포경찰서 강성수 강력3팀장은 “CCTV가 설치돼 있지만 기계는 없는 깡통 CCTV였다. 만약 이때 범인의 모습이 확인됐다면 2차, 3차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윤 씨의 사체는 실종 닷새 만인 20일에 발견됐다.

두 번째 희생자는 의왕시에 사는 대학교 2년생 김모(20) 양. 6월9일 밤 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집에 가고 있었다. 산본역 근처를 걷던 그녀에게 용의자 김 씨의 산타페 승용차가 다가온 것은 12시가 다 된 시간. “집에 바래다주겠다”는 범인의 말에 그녀는 의심 없이 차에 올랐다. 용의자는 김 씨와 1시간 40분이 넘게 대화를 나눴다. 서로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도 보여주는 등 분위기도 좋았다. 피해자의 남자친구, 학교생활 등이 대화 주제였다. 희생자 김 씨의 한 친구는 “새벽에 김쭛쭛가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으니 집에 가는 중이라고 했다. 범인과 그 시간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내 일처럼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용의자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범행에서 성폭행과 함께 신용카드를 빼앗아 300만원 가까운 돈을 손쉽게 얻은 범인은 이번에는 성폭행도 하고 돈도 빼앗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범인은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용의자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현금도 1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성폭행만은 안 된다’고 사정을 해서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사체로 발견된 김 씨의 몸에는 성폭행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김 씨는 실종 3주일이 지난 7월3일 의왕시 청계동, 일명 도깨비 도로 옆 풀숲에서 첫 번째 희생자와 같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 씨 사체의 허벅지 부근에는 예리한 흉기로 인해 생긴 듯한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경찰은 범인이 피해자를 성폭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로 사체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는 두 번째 피해자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체포 당시 자신의 차 안에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는 고가의 디지털카메라도 있었다. 범인은 희생자에게서 빼앗은 카메라를 사건 4일 후인 6월13일 회사로 가져가 동료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십 장의 사진도 찍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여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범행 다음 날인 일요일에 카메라 가방, 메모리 카드 등 부속품도 추가로 구입했다. 김 씨의 회사 동료는 “김 씨가 하루는 평소 못 보던 디카를 가지고 와서 ‘이거 쓸 만한 것이냐’고 묻고는 회사 동료들에게 사진을 찍어줬다. 자기 사진을 셀카로 찍기도 했다”고 말했다.

7월1일 밤 11시경에는 군포시 산본동에서 집에 가던 허모(27) 씨가 세 번째로 희생됐다. 두 차례 범행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은 범인은 세 번째 범행에서는 더욱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횟수가 더해갈수록 대범하고 잔인해지는 연쇄살인범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것. 폭력을 사용해 허 씨를 강제로 차에 태운 김 씨는 이전 희생자와 같은 방법으로 허 씨를 살해, 유기했다.

허 씨는 살해된 지 4일 만인 7월5일 의왕시 백운호수 인근의 야산 풀숲에서 발견됐다. 허 씨의 몸 곳곳에는 구타로 인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용의자는 허 씨가 가지고 있던 명품 구찌 핸드백을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선물했을 정도로 초범답지 않은 태연함을 보였다.

범인 체포에는 CCTV가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김 씨는 허 씨를 살해한 이틀 후인 7월3일 첫 번째 희생자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했던 바로 그 장소, 산본역 내 현금지급기에서 120만원을 인출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수사를 위해 5월 말 이곳에 CCTV를 새로 설치했었다.

7월5일 새벽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검거된 김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차에서 범행에 사용된 나일론 끈, 김 씨와 허 씨의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여러 개의 혈흔이 발견되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그가 교통사고 1건 말고는 전과가 전혀 없는 ‘모범시민’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수사를 맡은 경찰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압수수색을 실시한 김 씨의 집에서는 수십 개의 포르노 동영상도 나왔다. 주로 실제 강간 장면 등을 모아놓은 동영상들로, 일부 동영상에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도 있었다. 강 팀장은 “아마도 그런 동영상들을 보면서 상상을 하고 실제로 범행을 계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체포 당시 그는 자신의 범죄를 감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현금인출기에도 얼굴이 그대로 드러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카드빚이 1000만원 정도 있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한 달 평균 15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김 씨는 카드빚과 차량할부대금으로 매달 160여 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적자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안 잡혔으면 피해자가 더 나왔을 것이다. 김 씨 자신도 ‘안 잡혔으면 한 달에 1~2명은 더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도 없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07.25 545호 (p14~16)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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