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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참모들 모래알 됐다카이”

왕 수석은 옥쇄로, 외곽 그룹은 새 길 모색 … 지방선거 이후 회오리 불면 분화 재촉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부산 참모들 모래알 됐다카이”

“부산 참모들 모래알 됐다카이”

문재인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대통령이 부산 출신인데 부산 시민들은 왜 현 정부를 부산 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문재인 전 대통령 민정수석이 가슴에 담아뒀던 말을 꺼냈다. 부산 출신으로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A 씨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할 만큼 했는데 ‘부산’이 마음을 열지 않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부산과 노무현 대통령은 10년 가까이 악연을 이어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부산’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부산은 매번 이를 뿌리쳤다.

노 대통령의 부산에 대한 짝사랑은 5·31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에서 올라오는 보고서에는 ‘희망’이란 글자를 찾기 어렵다. ‘어렵고 힘들다는, 참패의 기운만이 가득하다’는 게 여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변이 없는 한 노 대통령은 또 한번 부산의 외면 앞에 고개를 떨궈야 할 운명이다. 이런 애증사(愛憎史)를 지켜보는 참모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 A 씨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 부산의 민주공원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공직에 나서지 않겠다던 송기인 신부가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도 지지부진한 개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요즘 그는 지인들에게 “남은 시간 노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말을 입에 올린다.



5·31 부산 구애작전 또다시 퇴짜?

송 신부는 수시로 이호철 대통령 국정상황실장과 통화한다. 이 실장 역시 2003년 2월 부산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는 문 전 수석이 떠난 청와대를 지키는 몇 안 되는 부산 출신 참모다. 두 사람의 대화 소재는 개혁 완성이다.

그러나 집권 4년차에 들어선 노 대통령의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면 온도 차가 느껴진다. 심지어 노 대통령의 가장 확실한 기반인 부산 출신 참모들 사이에서도 분화 현상이 감지된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이런 원심력은 강하다. 이제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서려는 모습마저 눈에 띈다.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우리당)은 이를 두고 “부산 참모들이 방향타를 잃고 헤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부산 참모들이 ‘포스트 노’와 당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그만큼 상황에 끌려다닌다는 지적이다. 부산 참모들은 대부분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역할이나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K 씨는 “노 대통령을 수시로 볼 수 있었던 시절과 지금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권력의 속성상 당연한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른 흐름도 엿보인다. 문 전 수석처럼 중단 없는 개혁을 주장하며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달리는 그룹이 있는 반면, 정권 재창출을 제1의 정치적 가치로 생각하는 그룹도 늘고 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정치적 선택에 나선 참모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정동영 당의장과 정치적 연을 맺고, 또 일부는 김근태 최고위원과 제휴를 시도하고 있다. 3월 당의장 선거에서 부산, 경남 등 영남권 인사들은 정 의장 및 김 위원을 비롯한 새로운 ‘차기 그룹’과 합종연횡을 왕성하게 모색했다.

“부산 참모들 모래알 됐다카이”

2005년 12월22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송기인 신부(오른쪽)와 함께 환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원래 정치인이란 정치적 견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현실을 풀어나가는 해법도 다르게 마련이다. 부산 출신 참모들 중에도 민주당과 합당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의 속성으로 본다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현상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심각한 분화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지켜보던 조 의원은 부산 참모들이 모든 것을 접고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부산 참모 가운데 검증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제3의 인물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참여정부에) 동참하는 수준으로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자기들이 이끌어가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참모들이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 자기 잘못을 부산 시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른바 무한책임론이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공허하다. 이미 지방선거 후에 대한 계산을 끝낸 참모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섰고, 그들 귀에 조 의원의 지적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 후다. 그때쯤이면 정치권은 합종연횡과 정계개편이란 회오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노 대통령이 이 지각변동의 중심에 서거나 우리당을 탈당하는 사태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문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을 대신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힘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의 참모들 가운데, 특히 부산 출신 참모들에게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터뷰 노건평 씨

“꽉 닫힌 부산 민심 대통령 힘으로 열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보는 부산 민심은 어떨까. 5월17, 18일 두 차례의 전화통화에서 노 씨는 ‘농촌에 묻혀 사는 촌로(村老)’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거듭된 질문에 조금씩 말문을 열었다.

그는 참여정부에 대한 부산 민심 이탈과 관련 “계절이 바뀌었는데 모닥불 가지고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역사라는 큰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운명론으로 노 대통령의 한계를 설명한 것.

그는 언론의 편가르기가 민심 이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당에 잘못이 있었지만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것을 고쳤다”며 적극적으로 동생을 두둔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부산 민심 때문에 청와대의 고민이 깊은 것 같다.

“… 대충 예측하지 않느냐. 본 대로 들은 대로다. 걱정이다. 이 꼴로 나라가 뭐가 되겠느냐. 대통령은 미래를 설계하고 개혁을 했다. 그런데 부산도 갑갑하고, 호남도 그렇고…. 대통령 혼자서만 화합을 한다.”

-왜 부산 민심이 돌아섰다고 생각하나.

“공을 많이 안 들여서 그런 것 같다. … 부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 민정수석은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공을 잘못 들인 것이다.”

-지역구도 해체를 위해 노 대통령이 노력한 것은 사실 아닌가.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그러나 부산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원한다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 사람들(한나라당)이 나서서 정치를 잘하면 되지 않겠나.”

-어떻게 하면 부산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가.

“계절이 바뀌었는데 모닥불 가지고 온도를 조절할 수는 없다. 대통령 혼자 힘으로 이를 바꿀 수는 없다. 큰 흐름이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모든 것은 (정치) 흐름에, 역사에 맡겨야 한다.”

-참여정부의 정책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대통령이 다 잘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과 우리당에 여러 차례 잘못이 있었다. 그러나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것을 고쳤다. 그렇지만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같은 나라도 의회에 문제가 생기면 언론은 대통령을 돕는다. 우리는 남북 문제든, 국내 문제든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 안 하고 쓴다. 언론이 문제다.”

-선거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희망 없이 살 수는 없다. 선거는, 정치는 생물 아닌가. 바뀔 것이고,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537호 (p14~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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