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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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보수 등 미 남부 후진성 고발

  •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ho1627@hotmail.com

    입력2006-03-27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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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보수 등 미 남부 후진성 고발

    ‘캐리’‘미시시피 버닝’‘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위부터).

    얼마 전 기아자동차가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현대차는 조지아주에서 좀 떨어진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세워 가동 중이다. 그런데 미국에 진출하면서 왜 ‘모타운(디트로이트의 별칭)’ 등 북부가 아닌 남부를 선택했을까.

    일단 남부의 주정부들이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가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조지아주는 공장 부지와 인프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각종 세금 감면 등 선물 공세를 폈다. 이는 한국 회사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디트로이트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대거 줄여 미시시피주와 텍사스주 등으로 내려오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남진’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 강성 노조로 꼽히는 자동차노조의 입김을 덜 받을 수 있는 곳이 남부이기 때문이다. 남부는 노조 조직률이 북부에 비해 매우 낮고, 노동 쟁의도 활발하지 않다. 그 뿌리에는 미국 남부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다.

    북부와 동서부가 진보적이라면 ‘하트랜드(heartland)’라고 불리는 중부와 함께 남부는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으로 분류된다.

    서부에 자리 잡고 있고, 진보적인 성향의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은 그래서 흔히 남부를 낙후되고 진부한 곳으로 묘사한다.



    완고하고 비합리적이며 고집불통이 많은 곳. 흑백 차별이 아직도 일상화돼 있는 지역. 그런 이미지는 ‘앵무새 죽이기’나 ‘미시시피 버닝’이라는 영화들에서 남부 특유의 끈적끈적한 날씨처럼 불쾌한 느낌과 함께 그려진다.

    인권운동 열기가 높던 1962년에 개봉된 ‘앵무새 죽이기’는 죄 없는 흑인이 백인들에 의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는 이야기다. 제목 ‘앵무새 죽이기’는 무슨 뜻일까. 사람에게 아무런 해악도 끼치지 않고 단지 즐거운 노래만 선사할 뿐인 앵무새를 생각 없이 죽이듯, 마을 사람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흑인을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그려진 미국판 귀족문화는 ‘북동부의 리버럴리스트’들과 매우 상반되는 이미지다. 미국 남부는 보수적인 근본주의 기독교가 강세를 띠는 곳이다. 70년대 나온 공포 영화 ‘캐리’는 남부지역의 광신적 믿음이 부른 참극과 공포에 대한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첫 번째 소설을 브라이언 드 팔마가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 캐리는 광신도인 어머니에게서 시대착오적인 순결을 강요받는 등 세상과 정상적인 소통을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끔찍한 살육을 펼친다. 온몸에 돼지피를 뒤집어쓴 캐리의 모습은 영화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북부나 서부 사람들은 남부인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조롱한다. 남부인들이 현대·기아차가 만든 차를 타고 바깥 세상과 더 많이 교통할 때, 이들의 정치적 성향도 달라질 수 있을까.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영화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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