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2006.03.28

현역 의원들 끌고, ‘나라비전硏’ 밀고

‘바른정치모임’ 정 의장 주변 포진 全大서 맹활약 … 각 분야 전문가 40여명 정책과 비전 조언

  • 구자홍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jhkoo@naeil.com

    입력2006-03-22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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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악수법은 독특하다. 한 손은 상대방의 손을 맞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반드시 상대방의 팔목이나 팔뚝, 어깨를 감싼다. ‘상대가 나를 잡든 잡지 않든 나는 당신을 잡고 있겠다’는 적극적인 의미의 인사법이다.

    ‘한 번 만난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든 붙잡아두겠다’는 이런 적극성과 친화력은 정 의장이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정동영의 사람들’ 중에는 정 의장의 이런 스킨십에 감동한 사람이 많다.

    정 의장은 당내 인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손과 발 구실을 하는 참모진도 촘촘하게 구성돼 있다. 2월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선보인 참모진들은 대선조직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베일에 가려졌던 정동영 사람들은 그가 당으로 돌아온 직후 모습을 드러냈다.

    “정 의장에게는 조세형이 있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2월2일 서울 여의도 산정빌딩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명목은 ‘당의장 후보 선대위’ 출범식이었지만, 참석한 면면으로 보면 ‘대선 선대위 출범식’에 비할 만한 규모였다. 선대위원장에는 1997년 대선 때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으로 김대중 대통령 당선에 앞장섰던 조세형 전 의원이 추대됐다. 참여정부 초대 주일대사를 지낸 조 전 의원은 정 의장과 전주고 20여년 선후배 사이. 한국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그는 정 의장과 함께 ‘전언회’(전주고 출신 언론인 모임)를 창립했다.



    공동 선대본부장직을 맡은 박명광 의원과 이강래 의원도 ‘정동영 사람들’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추적 인물들. 전당대회 이후 당의장 비서실장을 맡게 된 박 의원은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대외담당 부총장을 역임한 학자 출신이다. 2004년 8월 정 의장이 자신의 정책자문 그룹인 ‘나라비전연구소’의 공동 이사장으로 박 의원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이강래 의원은 정 의장의 고향(전북 순창)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1990년 구 민주당 정책연구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97년 대선 때 ‘DJ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으로 국민의 정부 초대 대통령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역임한 기획통. 그는 정 의장 지지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바른정치모임’(이하 바모)의 회장을 맡고 있다.

    ‘바모’의 전신은 새천년민주당 ‘정풍’ 운동을 주도하고 우리당 창당 주역으로 우뚝 선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등 이른바 천신정의 모태가 되기도 했던 ‘푸른정치연대’다. ‘바모’는 ‘푸른정치연대’의 17대 국회 버전으로 일컬어진다.

    ‘바모’에는 김영주, 김종률, 김한길, 김현미, 노현송, 민병두, 이종걸, 전병헌, 정동채, 정세균, 정장선, 제종길, 채수찬, 천정배, 최성, 최용규 의원 등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강창일, 구논회, 김재윤, 김희선, 노웅래, 박영선, 송영길, 양형일, 오제세, 우윤근, 이미경, 이상경, 정청래, 한명숙 의원 등이 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모’ 소속 의원 대부분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 의장 선거운동을 적극 도왔다.

    현역 의원들 끌고, ‘나라비전硏’ 밀고

    조세형, 박명광, 이강래, 염동연, 박영선(왼쪽부터).

    현역 의원들 끌고, ‘나라비전硏’ 밀고

    이계안, 김재홍, 김현미, 민병두, 이종걸, 양기대(왼쪽부터).

    정 의장 선대위에는 많은 의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의원들의 면면은 전국 권역별로 고르게 안배된 느낌을 줬다.

    광주·전남 출신으로 염동연(광주 서갑), 양형일(광주 동), 주승용(전남 여수을), 우윤근(전남 광양·구례) 의원 등이 선대위에 합류해 정동영 사람으로 자리매김했고 충청 출신으로는 양승조(충남 천안갑), 박상돈(충남 천안을),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 등이 적극 동참했다. 이계안(서울 동작을), 김낙순(서울 양천을), 이근식(서울 송파병), 이상경(서울 강동을), 우제창(경기 용인갑), 안민석(경기 오산), 이종걸(경기 안양 만안) 의원 등 수도권 의원과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 등 영남권 의원도 눈에 띄었다.

    선대위에 많은 의원들 직·간접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의 참석도 두드러졌다. 김현미 의원을 비롯해 김재홍, 김명자, 박영선, 장복심, 정의용, 서혜석 의원 등도 함께했다. 당직을 맡고 있어 공식 활동은 자제했지만 민병두 기획위원장, 전병헌 대변인도 정동영 당시 후보와 함께한 의원들이다.

    이들은 전당대회 전략을 논의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지역구 등 전국 각지로 흩어져 대의원 지지표 결집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정동영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48.2%의 득표율로 당의장에 당선됐다.

    현역 의원들이 정 의장 주변에 포진해 세를 과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그룹이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정 의장의 손과 발 구실을 묵묵히 수행하는 그룹도 있다. 지난달 우리당 전당대회 때 정 의장의 선대위에서 활동한 측근 그룹이 주인공.

    총괄조직실장으로 활동한 양기대 씨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정 의장의 전주고 후배다. 2004년 총선 때 경기 광명에 출마했다 석패했다. 이후 우리당 경기 광명 당원협의회장으로 활동했고, 전당대회 이후에는 수석부대변인에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상황실장은 정 의장이 15~16대 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보좌관을 지낸 정기남 씨가 맡았다.

    정 씨는 지난해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으나 정 의장이 당의장 출마를 결심하자, 당초 일정보다 한 달여 일찍 귀국해 앞장서 도왔다. 정책본부장은 양형일 의원, 정책실장으로는 계명대 김관옥 교수가 책임을 맡았다.

    우리당 내에는 친노직계 그룹으로 현역 의원 중심의 ‘의정연구센터’(의정연)와 유시민·김두관 중심의 ‘참여정치실천연구회’(참정연), ‘국민참여 1219’(국참) 등 세 갈래 조직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의정연은 김혁규 후보, 참정연은 김두관 후보, 국참은 정동영 후보를 각각 지원했다.

    현역 의원들 끌고, ‘나라비전硏’ 밀고

    3월3일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을 비롯한 최고위원 및 중앙위원들이 백범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국참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노직계’에서 ‘친정동영계’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변인으로 활동한 정청래 의원은 물론 이상호 전국청년위원장, 김영술 전 사무부총장, 윤혜안 중앙위원 등이 모두 정 의장 선대위에 합류해 당의장 당선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공보실장 겸 부대변인은 이재경 씨가 책임을 맡았다. 조직단장을 맡았던 이학노 씨는 정 의장과 전주고 동기동창으로 2004년 정 의장이 당의장을 지낼 때 비서실 차장으로 일했다. 이학노 씨는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와 2002년 대선 경선, 2004년 당의장 선거 등을 치르며 지역별로 정 의장 지지 조직을 구성해 세 확장에 앞장섰고, 사후 관리까지 도맡다시피 했다.

    사이버단장을 맡았던 박정 단장은 ‘박정 어학원’으로 유명한 유학용 토플의 대부다. 박 단장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 의장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지만, 경기도 파주 경선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사이버단에는 박 단장과 함께 실무 책임자로 ‘국참’ 회원이며 참여정부 들어 대통령 혁신제도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장형철 팀장이 합류해 함께 활동했다. 메시지 전략실장으로 활동한 김갑수 씨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정 의장의 전주고 후배다. 97년 대선 때 정 의장 유세팀에서 능력을 발휘한 황세곤 정무특보도 ‘정동영 맨’으로 손꼽힌다.

    親盧직계 ‘국참’ 親정동영계로

    이밖에 통일부 장관 시절부터 수행비서관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김상일 씨와 통일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종욱 씨, 정 의장 일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권수 씨, 전당대회 기간 동안 언론특보로 활동한 성일권 박사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정동영 맨’들이다.

    현역 의원들 모임인 ‘바모’가 느슨한 지원단체라면, 나라비전연구소는 당 외곽 자문조직이다. 2003년 출범한 이 연구소에는 40여명의 각 분야 학자와 전문가들이 2주일에 한 번꼴로 모여 토론과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의장의 ‘대권 비전의 산실’로 여겨지기도 한다.

    연구소는 출범 당시 남궁석 국회 사무총장이 이사장을 맡았다. 이후 박명광 의원이 합류, 현재 두 사람의 공동 이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남궁 총장은 삼성SDS 사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정보통신부 장관과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2004년 정 의장이 당의장을 지낼 때 사무총장으로 당 살림을 총괄하면서 정 의장과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장은 권만학 경희대 교수가 맡고 있다. 권 교수는 정 의장과 서울대 72학번 동기로 오랜 지기다. 권 교수는 미국 텍사스대학 오스틴 캠퍼스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경희대 국제, 경영대학장 겸 아태지역연구소장이다. 권 교수 외에도 연구소 이사로는 송관호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이 활동하고 있다.

    경제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채수찬 의원은 미국 라이스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정 의장에게 경제 분야 조언자 역할을 했다.

    나라비전연구소는 앞으로 정동영계 세 확산의 매개체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당대회를 석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말에는 300여명의 핵심 지지자들이 모여 1박2일 워크숍을 하기도 했고, 12월 초에는 비공개 모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외부 인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룡 고려대 교수와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고도원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등은 정 의장이 어려움에 처할 때면 언제든 자문을 청하는 지인들.

    각 분야별로 학자와 전문가 중심의 정책자문 그룹이 결성돼 있다. 일부 교수들은 나라비전연구소에 직접 참여하지만, 외곽에서 자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경제 분야는 연세대 정갑영 교수를 비롯 10여명, 사회 분야에는 중앙대 박종열 교수 등 10여명, 통일외교안보 분야에는 세종연구소 홍현익 수석연구위원 등 10여명의 자문교수단이 결성돼 있다.

    정 의장은 각 분야별로 조직돼 있는 학자와 전문가 중심의 정책자문 그룹과 한 달에 한 번꼴로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대선후보 ‘정동영’의 본격적인 담금질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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