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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도 ‘코드 인사’가 점령?

‘3기 방송위원’ 지명 선정이 태풍의 눈 … 대통령과 정당 추천, 여의도는 벌써부터 ‘술렁’

  • 서정보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uhchoi@donga.com

방송계도 ‘코드 인사’가 점령?

방송계도 ‘코드 인사’가 점령?
향후 3년간 방송계를 좌우할 초대형 인사 태풍이 5월부터 계속해서 이어진다. 5월9일 임기가 끝나는 2기 방송위원을 대신할 3기 방송위원을 시작으로 KBS 이사회, EBS 이사회,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이상 6월17일), KBS 사장(6월31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5월12일) 등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인사의 핵심은 방송위원 선정이다. 방송위원은 KBS 이사 추천권,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감사 선임권, EBS 사장·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어 방송위원이 결정돼야 나머지 인선도 진행된다. 방송위원은 대통령이 3명, 여야 당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여당 몫의 최종 추천 후보를 10여 명으로 압축해 원내대표에게 명단을 넘겼다. 우리당은 현재의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성유보 방송위 상임위원을 포함시켰다. 여성계 인사로는 이옥경 내일신문 편집국장과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 법조계 인사로는 안상운·박형상 변호사, 위성채널인 스카이라이프 서동구 사장 등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연주 KBS 사장도 방송위원장급으로 추천 인사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위원 향후 3년간 방송계 좌우

하지만 이 중 이효성 부위원장은 업무 추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점, 이옥경 편집국장은 국회 문화관광위원장인 이미경 의원의 동생이라는 점, 서동구 사장은 본인이 “스카이라이프 일을 마무리 짓지 않고는 가지 않겠다”고 적극 고사하는 점 등이 각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 최종 선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당의 추천은 형식적인 과정일 뿐 최종 선정은 청와대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문광위에 소속된 우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당이 추천 명단을 올렸지만 여당 몫의 3명도 실제로는 청와대에서 결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우리도 판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유재홍 케이블TV방송국(SO)협회장과 부산MBC 사장 출신인 유삼렬 전 케이블TV협회장이 케이블TV 출신 최초의 방송위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SO협회장은 청와대의 낙점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태광MSO 부회장직도 사임했다. 케이블 업계에선 “낙점을 받지 않고 현직에서 물러나겠느냐”며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

한나라당도 추천 후보를 6명으로 압축했다. 강동순 KBS 감사와 김인규 KBS 이사, 전육 중앙방송 대표이사, 유자효 SBS 이사(라디오업무 총괄), 기자 출신으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원창 씨와 MBC 출신 K 씨 등이다. 그동안 한나라당 추천 몫으로는 일부 교수들이나 현 방송위원의 연임도 언급됐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배제된 셈이다.

한나라당에선 2기 방송위원 선임 때 2002년 대선 당시 고생한 인사들을 배려했지만 이들이 방송위에서 제 몫을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에서 방송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행동력을 갖춘 사람들을 추천했다는 평이다. 강 감사가 1순위로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송계도 ‘코드 인사’가 점령?
친여 성향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PD연합회, KBS 내 PD협회 등 5개 직능단체가 4월21일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강 감사를 부적격 인사라고 지목하고 나섰는데, 이는 강 감사의 강성 이미지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강 감사가 내부 비밀을 한나라당으로 유출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나라 당원인지 KBS 직원인지 모를 정도로 부도덕한 인사”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강 감사는 4월24일 KBS 본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추천 몫의 방송위원까지 자신들의 코드에 맞춰야 한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다”며 “수십 명의 방송위원 후보 중 유독 한 사람만 지목해 부적격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방송위원 후보로는 자천타천으로 많은 인사들이 거론되지만 정작 제대로 선임될지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회 문광위는 4월26일 방송위원 추천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방송위원 추천 몫을 놓고 서로 다투고 있어서 합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당은 여당 3명, 한나라당 2명, 민주당·민주노동당 1명으로 방송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교섭단체가 아닌 당에 방송위원 지명권을 줄 수 없다며 자신들이 3명을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이 설사 1명을 양보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1명 추천 몫을 서로 갖겠다고 나설 것이 뻔해 어차피 합의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KBS 사장 교체 여부도 관심사

이에 따라 여야 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방송위원 윤곽은 다음 임시국회 때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기 때도 여야가 대립해 3개월간이나 방송위원 선임이 늦어졌다. 3기 위원 선정이 늦어지면 2기 방송위원이 대행하게 된다.

방송위원 선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정당이 추천하면 방송위원이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방송위원회를 민간기구로 독립시킨 것은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였는데, 이런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9명의 위원 가운데 친여적 인사가 다수를 이루고 이들이 KBS, MBC, EBS의 이사 구성과 사장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영방송 전체가 인사권 독립을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자리는 KBS 사장직이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중이 100% 반영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정연주 현 사장의 연임이 확실한 분위기였다.





주간동아 2006.05.09 534호 (p32~33)

서정보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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