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그의 말마따나 호랑이굴에 들어갔으니 호랑이를 잡는 일만 남았다. ‘추적 60분’ 영상물의 저작권은 KBS에 있다. 하지만 사측의 부당하고 조직적인 압력이 국민의 알 권리를 해쳐 ‘투쟁’에 나섰다고 공언한 문 PD에겐 KBS 내에서 벌어진 모종의 사태에 관한 진실을 공개할 책무가 있다. ‘자살’을 운위하며 국민의 시선을 붙든 그에게 힘입어 황 박사 지지자들은 정치세력화까지 꿈꾸고 있지 않은가.
“나는 ‘황빠’도 ‘황까’도 아니다.” “‘제3의 카드’를 공개하겠다.” 잠적 중에도 특정 인터넷 언론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애매한 말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 문 PD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황 박사는 선정적 화술로 자멸의 길을 걸었다. 국민은 더 이상 비슷한 문제로 사기당하고 싶지 않다.
바람은 한나라당에도 불어닥쳤다. 5·31 지방선거를 둘러싼 공천비리 태풍. 현역 중진 김덕룡·박성범 의원을 당 스스로 검찰에 고발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스타트라인’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 외에도 K 의원, H 의원 등이 연루된 여러 건의 공천비리 의혹에 대해 당 자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은 더 이상 ‘한 나라’가 아니다.
언론은 두 중진의원에 대한 검찰 고발을 두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게 울 일인가. 마속이 목을 베인 건 전투에서 상관인 제갈량의 지시를 어긴 탓이다. 마속은 ‘검은돈’따윈 받지 않았다. 어찌됐건 잘못이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법. 제2, 제3의 공천비리가 터져나와 ‘칼바람’이 이어질수록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희망은 커질 것이다. 이참에 정치권 전반에 ‘정풍’이라도 불어 선거철 고질병을 뿌리 뽑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 오풍(吳風), 강풍(康風)도 불어온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그래도 바람이 한낱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4월엔 바람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