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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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로 흥한 자, 표로도 흥할까

선거 전문가들 “강금실 vs 오세훈 막상막하, 서울시장 본선까지 아직 먼 길”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6-04-19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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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로 흥한 자, 표로도 흥할까
    이미지로 흥한 자, 표로도 흥할까
    열린우리당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예비 후보가 마주 섰다. 두 사람의 등장으로 여야의 선거구도가 출렁거린다.

    두 후보는 수려한 외모를 비롯해 각종 사회 경력과 이력이 비슷하다. 그들의 외모와 이력은 중산층이 선호하는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이른바 이미지 정치인으로서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성격과 스타일, 외모 등을 통해 호감과 비호감을 직감적으로 구별하는 유권자들은 이들의 등장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이에 힘입어 두 후보는 등장과 동시에 여야의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선거 전문가들은 강 후보와 오 후보의 이미지 경쟁력에 대한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과연 그들의 이미지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미지는 거품이다”는 말이 있다. 실체가 없음을 꼬집는 표현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및 선거 전문가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현실정치에서 이미지는 엄청난 힘의 원천이라는 것. 한길리서치 홍현식 소장의 설명이다.

    “이미지는 어느 날 느닷없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은 TV나 언론을 통해 특정인을 지켜본 뒤 그 느낌과 잔상을 기억 속에 저장해놓는다. 이 잔상은 필요에 따라 결정적 판단의 근거로 작용한다.”

    한 번 형성된 이미지에 대한 대중의 믿음과 신뢰는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기억 속 이미지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대중의 습성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창교 수석전문위원은 “오랜 세월을 거쳐 축적된 이미지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이런 현상을 설명한다.



    깔끔한 외모, 사회적 지위 갖춘 두 사람 닮은꼴

    선거 전문가들이 강 후보와 오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미지 속에 숨은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홍 소장은 서울 강남의 중산층이 선호하는 세련된 이미지라고 설명한다.

    “두 사람은 깔끔한 외모를 소유한 고학력자다. 권위주의적이지 않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출 줄도 안다. 정치인으로, 장관으로 사회적 지위도 갖췄다. 그럼에도 자유주의적이고 쿨한 모습(강 후보)으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기득권층이 아닌 겸손한 이미지(오 후보)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넉넉함도 갖추고 있다.”

    이런 이미지에 흠뻑 빠진 서울 유권자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여간해선 다른 평가기준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오직 자기의 기억 속 잔상에 의지한 채 선거판을 들여다볼 뿐이다. 유권자들의 이 같은 고집과 소신은 선거를 자연스럽게 이미지 선거로 이끈다. 코리아리서치 김정혜 이사의 전망이다.

    “정책공약 등에서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하다면 선거구도는 바뀔 수 있다. 그러나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미지에 천착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에 따라 이미지 선거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미지의 위력에 의구심을 갖는 전문가도 있다. 민(MIN)기획 박성민 대표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미지 선거의 한계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점친다.

    “우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정규직 및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서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슈들이다. 그런데 강 후보의 이미지는 우리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이슈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강 후보의 얼굴에는 강남의 세련된 살롱문화가 엿보이고, 말에서는 청담동의 고급스러운 문화가 느껴진다. 세련된 도회풍인 강 후보와 서민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당을 하나의 컨셉트로 묶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점에선 한나라당도 예외가 아니다. 박 대표의 지적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심판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오 후보로 어떻게 심판하는가. 오 후보의 이미지 뒤에는 강남의 성공한 전문가가 누리는 풍요와 웰빙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서민 정당을 표방한 당의 이념과는 거리가 있다. 고급 휘트니스 클럽에서 몸을 만드는 이미지로 노 대통령을 심판하자고 하면 서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결국 여야가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당의 정체성과 관계없이 이기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는 것.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는 허물어지고, 그 공간을 당 조직이 치고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선거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이미지가 갖는 경쟁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이미지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당세와 선거환경 및 선거전을 주도할 이슈, 여론 등을 감안해 경쟁력의 높낮이를 구분한다. 대다수 여론 및 선거 전문가들은 일단 오 후보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다. 정 위원의 설명이다.

    “강 후보의 지지도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오 후보의 등장을 계기로 완만하게 내려가고 있다. 이는 강 후보와 중복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오 후보가 강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진행될 것이다.”

    먼저 출발한 강 후보의 지지층은 분산되고 후발주자인 오 후보는 이삭줍기에 나서는 형국으로, 결국 오 후보가 유리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오 후보는 보이지 않는 지원군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통상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투표율이 낮을 경우 야당이 유리하다.

    강 후보는 20대와 30대가 주요 지지층이지만 이들은 ‘좋아하는 것과 투표하는 것’을 별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민기획 박 대표도 이미지 외적인 측면에서 오 후보가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이미지 경쟁력은 사실상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문제는 당세와 여론 등 이미지 외적인 조건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오 후보가 다소 유리하다고 본다.”

    “여야 당 정체성과 관계없는 카드 뽑아 들어”

    하지만 박 대표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아킬레스건은 오 후보 측이 더 많다는 것. 특히 오 후보의 트레이드마크인 클린 이미지가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오 후보는 백지(白紙)의 이미지다. 그러나 하얀 종이에 김칫국물이 떨어지면 금방 더러워진다. ‘클린 오세훈’이 알고 보니 이렇더라는 얘기가 나오고 그게 사실로 밝혀지면 청정 이미지는 치명적인 상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2002년 대선 때 대쪽 이미지를 갖고 있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병역비리에 몰려 좌절한 것을 예로 들었다. 반면 강 후보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혼한 강 후보는 법무부 장관 때나 그 이후에도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수시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는 쿨한 이미지로 연결돼 그를 감싸고 있다.”

    그만큼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미지 선거가 대세를 이룰 경우 이런 부수적 문제는 눈길을 끌지 못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정 위원의 말이다.

    “오 후보는 지방선거 공천비리에 휘말린 김덕룡 의원 등 제2세대 정치인에게 부족한 도덕성과 참신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공천비리와 같은 비리가 폭로될수록 오 후보의 클린 이미지는 오히려 강조될 수 있다. 제3세대 정치인으로서 세대교체 바람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 환경에 대한 여야의 대응능력에 따라 유권자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콘텐츠 및 세심한 정책 검증이 선거의 본질

    이미지 선거에 대한 여론 및 선거 전문가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책 및 콘텐츠 개발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취임 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민기획 박 대표의 설명이다.

    “국회의원이나 군소 시장 선거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서울시장은 공무원 5만 명과 연간 15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중한 자리다. 이 거대조직과 자금을 집행하는 서울시장은 하루에도 서너 번씩 결단을 요구받고, 그 결단은 시민생활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책과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 이런 결단을 내린다고 상상해보라.”

    콘텐츠와 정책에 대한 세심한 검증이 선거의 본질이라는 것. 물론 반대 주장도 있다. 정 위원의 설명이다.

    “이미지와 콘텐츠는 분리할 수 없다. 어쨌든 대중은 후보자가 활동하는 모습과 인상을 기반으로 이미지를 구축했고, 그것이 곧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오 후보는 클린 이미지로 각인됐다. 그 이미지를 따라가면 이른바 ‘오세훈법(공직선거법)’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법에는 선거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오 후보의 의지와 정치철학이 함축돼 있다. 강 후보의 자유주의적인 쿨한 이미지가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그 이미지는 장관 시절 소신껏 일한 모습과 활동에서 비롯한 것 아닌가. 이미지와 콘텐츠는 결국 이란성 쌍둥이다.”

    사실 특정인에 대한 이미지와 환상은 그들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이미지와 가면 뒤에 숨은 실체를 냉혹하게 찾아내 도마에 올려놓기 때문이다. 박찬종 전 의원과 이인제, 정몽준 의원 등이 이 같은 실패를 경험한 정치인들이다.

    대중은 강 후보와 오 후보에게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른 새로운 지도자상을 요구한다. ‘3김’을 거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3김이 보여준 강한 카리스마에 향수를 느낀다. 강 후보와 오 후보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유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쉽지 않은 이 퍼즐을 푸는 사람이 5월31일 밤에 웃는 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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