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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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최초‘사제가 된 수녀’

  • 이남희 동아일보 여성동아 기자

    입력2006-04-24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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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성공회 최초‘사제가 된 수녀’
    ’“‘하느님 아버지’보다 ‘하느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게 훨씬 푸근하지 않나요? 호호. 여성 사제(신부)의 장점은 바로 큰 포용성과 따뜻한 마음일 거예요.”

    대한성공회 사상 처음으로 수녀가 사제로 임명됐다. 성가수도회 오카타리나(본명 오인숙·66) 수녀. 그는 5월26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부제(副祭) 서품을 받고 1년 후 사제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신학을 전공한 9명의 여성이 성공회에서 사제가 됐지만, 수녀가 사제로 변신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 로마 가톨릭은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지만 성공회는 가능하다.

    서울 대한성공회 성당 성가수녀원에서 만난 오 수녀는 영락없는 ‘만년 소녀’의 모습이다. 1984년부터 성공회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1987년부터 이 수녀원의 원장을 지냈지만, 그에게서 권위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수녀원 앞뜰에서 백구와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그의 모습은 엄숙한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노래를 흥얼거려도, 큰 소리로 웃어서도 안 되는 게 수녀원의 규칙이었죠. 하지만 쉬는 시간엔 수녀도 자신의 끼를 좋은 방향으로 발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노래하고, 악기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하느님이 주신 탤런트니까 개발해야죠.”

    그는 ‘수녀원의 이단자’처럼 엄격한 규율을 고치는 데 앞장섰다. 턱받이처럼 얼굴 주위를 감싸는 윔플을 없앴고, 검거나 회색이 아닌 푸른색 수녀복을 도입했다. “예수님이 수도자에게 꼭 그 복장을 갖추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시대에 맞게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그의 설득에 모두 감복하고 말았다.



    그는 오래전부터 사제가 될 것을 권유받았으나 결정을 미뤄왔다. 여성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신도가 많았기 때문. 오 수녀는 여성 사제에 대한 선입관이 깨지길 간절히 바란다.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우열이 없잖아요. 남성만 사제로 활동하면 50%밖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면 100%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는 전쟁고아 출신이다. 열 살 때 6·25전쟁이 일어났고, 인민군에 끌려간 그의 부모는 총살을 당했다. 그가 동생의 손을 잡고 찾아간 곳이 바로 성공회가 운영하는 보육원이었다. 고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봐주는 보모들과 좋은 친구들이 있는 보육원은 천국이었다.

    “어린 시절 저는 사람들에게 ‘우리 집은 궁전같이 크다’고 늘 자랑했어요. 심지어 보육원에 놀러 왔던 친구들은 제가 보육원 원장의 딸인 줄 알았대요. 학교에서나 보육원에서나 저는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네가 슬퍼하면 돌아가신 엄마가 더 슬퍼해. 네가 행복하면 하늘에 계신 엄마도 행복해’ 하고 위로해줬어요. 부모가 안 계시니 빨리 철이 든 모양이에요.”

    오 수녀는 사제가 되면 강화도의 노인복지요양시설인 ‘성안나의 집’과 충북 청원의 정신지체장애인 시설 ‘보나의 집’ 등 성가수녀원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성공회 사제는 결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 수녀는 “결혼할 계획은 없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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