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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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한-미 FTA 반대인가

  •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입력2006-04-24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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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를 위한 한-미 FTA 반대인가
    경제학의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가 ‘자유거래는 거래 양쪽에 모두 이롭다’는 것이다. 물론 사기와 강압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명제는 너무나 당연해서 증명이 필요 없는 일종의 공리(公理)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쪽이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 순간 거래를 거절해버리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자발적으로 성립된 거래는 그것이 자판기에서 음료를 사먹는 것이든, 주식거래든, 부동산 거래든 파는 쪽과 사는 쪽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고, 이 원리는 개인은 물론 기업 간, 지역 간, 국가 간에도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역사적 경험과 자료를 보더라도 자유무역이 확산됐던 시기에는 세계경제가 번영을 누렸고,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됐던 시기에는 세계경제가 침체를 면치 못했다. 또한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 경험으로 봐도 자유무역과 개방을 선택한 나라들은 빠른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을 이룬 반면, ‘자립경제’의 명분으로 폐쇄경제를 추구했던 나라들은 한결같이 빈곤과 퇴보를 면치 못했다. 지금의 대한민국과 북한이 그 증거다.

    그러나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은 불가피하게 국내에서 손실을 보는 사람들을 만든다. 그래서 어느 나라나 시장개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가들이 무역협상을 국제문제가 아닌 국내문제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진행되는 논쟁도 사실은 한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내문제로 봐야 한다.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면 경제적 잉여가 증가하기 때문에 양국 모두 이로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늘어나는 경제적 잉여를 양국이 어떻게 나눠 가질지는 앞으로 진행될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면밀한 준비와 협상전략 수립을 통해 부담은 최소화하고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치 자유무역협정이 맺어지면 한국경제가 미국에 종속된다거나 미국의 51번째 주가 된다는 등의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말들이 나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 협상 결과를 보지도 않고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이익집단 저항 이겨낼 정치 지도력 필수

    이는 패배주의적이고 폐쇄주의적인 발상일 뿐 아니라 세계 12대 무역대국, 11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모독이다. 동남아나 남미에서 바라본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무섭게 공격적인 수출국이다. 이들에게 시장개방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한국에 시장을 열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정부가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자신감 때문이다.

    시장개방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익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보호장벽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보호받는 이익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오는지는 자명하다. 문제는 시장개방의 부담은 단기간에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지만, 이득은 장기적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분산돼 나타나기 때문에 항상 반발은 드세고, 지지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성공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익집단의 저항을 이겨내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치적 지도력이 필수적이다.

    2007년은 대통령 선거 열기로 가득 찬 정치 과잉의 시기가 될 것이다. 이런 시기에 퇴임을 앞둔 정부가 과연 그러한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시험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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