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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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時空) 넘어 이화장서 만난 한·오스트리아 퍼스트레이디

  • 오진영 자유기고가

    입력2007-04-11 2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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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時空) 넘어 이화장서 만난 한·오스트리아 퍼스트레이디
    4월 초, 서울 이화동의 이승만대통령기념관(이화장)은 뜻깊은 인연이 있는 손님을 맞았다. 한국을 국빈 방문한 오스트리아 하인츠 피셔 대통령의 부인 마그리트 피셔 여사가 이곳을 찾아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 부부의 자취를 둘러본 것.

    이화장은 오스트리아 태생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1992년 작고할 때까지 머문 곳이다. 한국방송대학 뒤쪽 낙산 기슭에 자리해 경관이 빼어나고 1700평 규모의 대지에 약수터와 숲이 우거진 곳으로 이 박사 부부가 광복 직후 귀국했을 때, 반평생을 외국에서 떠돌며 독립운동에 몸 바친 그가 거처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 지인 33명이 사재를 모아 1947년 이 집을 사서 이 전 대통령에게 기증했다. 프란체스카 여사 생전에는 오스트리아 대사가 부임할 때마다 인사를 왔고, 여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스트리아에서 귀빈이 오면 반드시 찾는 장소가 됐다.

    이날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76) 박사와 며느리 조혜자(65) 여사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손님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방문객들과 함께 피셔 영부인 일행을 맞아 이화장 본채와 별채, 기념관, 정원 등으로 안내했다.

    피셔 대통령 부부는 2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프란체스카 여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셔 여사는 “한국 최초의 퍼스트레이디가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고 밝히고 “두 나라의 깊은 인연이 담긴 장소를 방문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피셔 여사는 프란체스카 여사가 생전에 사용했던 타자기와 자필 기록, 30년간 버리지 않고 사용했다는 대야와 부엌용품, 헌 양말로 만들어 대사 부인들에게 선물했다는 구두 속주머니, 오스트리아 친정에서 보내준 종이상자로 만든 옷장 등을 둘러본 뒤 “한국인의 존경을 받고 양국의 문화교류에 업적을 남긴 오스트리아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삶이 큰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피셔 여사는 1941년 스웨덴에서 태어났고 빈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직물디자인 아티스트로, 하인츠 피셔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1남1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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