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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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든 불협화음의 지휘자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7-04-16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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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든 불협화음의 지휘자

    ‘Breaking to Bits’

    일종의 다큐멘터리 영화인 ‘카메라를 든 사나이’(지가 베르토프·러시아·1929)를 보면 러시아혁명 이후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도시민들과 그들 삶의 터전인 도시 곳곳의 역동적인 모습이 하나의 교향곡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차하는 철도, 기차, 공장, 기계화된 조립라인, 광장에서 바삐 오가는 사람들, 바닷가의 사람들, 노숙자들, 어린아이들, 노동자, 운동경기, 장애물 넘기, 자전거 경주, 놀이공원 등 온갖 도시생활의 모습이 빠르게 편집돼 있고, 영상에 맞춰 작곡된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카메라가 있다.

    안정주는 마치 현대 한국의 지가 베르토프 같다. 안정주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4채널 비디오 작품 ‘Breaking to Bits’(2007)는 광주에 있는 송원재단의 교사(校舍) 철거 현장을 찍은 것이고, 2채널 비디오 작품 ‘The Bottles’(2007)는 소주 공장에서 분당 1600병의 소주가 생산되는 제작 공정을 촬영한 것이다. 여기서 안정주는 엄청난 광경을 보여줄 뿐 아니라 하나의 음악을 들려준다.

    산업화·도시화 현장의 소리와 이미지 조합

    촬영된 이미지에서 생기는 소리, 소음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으로 음악을 만든 것이다. 베르토프가 영상에 리듬을 부여했다면, 안정주는 실제 현장에서 동시녹음된 소리와 이미지를 조합, 편집해 우리에게 경쾌한 사운드-이미지의 자연스러운 교향곡-를 선사한다.

    회수된 빈 병이 깨끗하게 씻기고, 그 안에 소주가 채워지고, 갑자기 공중에서 병마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낙하해 소주병을 틀어막는다. 소주 공장에서 소주병들이 부딪치는 소리, 기계화된 공장 조립라인에서 쉴새없이 돌아가는 기계들의 굉음, 이 모든 소리가 리듬으로, 그리고 음악으로 탄생한다. 한쪽에서는 건물이 어마어마하게 무너지고 털썩 내려앉는다. 작가의 표현처럼 한 악장에서는 ‘우지직~ 쾅!!! 우지직~ 쾅!!! 쨍그랑…’, 다음 악장에서는 ‘우지직~ 쾅!!! 우지직~ 쾅!!!, 우지직~ 쾅!!! 우지직~ 쾅!!! 쨍그랑…’. 그리고 다른 곡에서는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



    안정주는 산업화, 도시화된 현대의 반복적인 생산·소비 사이클의 리듬을 잡아내 그 조직적이고 빠른 움직임, 반복과 무시무시한 속도가 지탱하는 현대의 (불협)화음을 들려준다. 마치 그 모두가 우리의 삶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교향곡인 것처럼. 4월15일까지, 금호미술관, 02-720-5114

    카메라를 든 불협화음의 지휘자

    ‘The Bot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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