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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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 권리와 ‘재벌 눈치보기’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7-04-11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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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 모두 순전히 운이 좋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스스로 생각해도 의아하지만 운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기자는 4월2일 발매된 580호와 2001년 11월7일 발매된 309호에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대외비’ 문건을 입수해 전·현직 재벌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예보의 부실책임 소송 관련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예보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하거나(580호), 직접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내용(309호)이었다. 중앙 일간지들은 두 번 모두 ‘주간동아’ 발매 후 예보 관계자가 이를 확인해주자 경제면 주요 기사로 다뤘다.

    예보 관계자는 “부실책임 소송의 경우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여서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지시한 금융기관 등에 보안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했는데…”라면서 “어떻게 그 문건을 입수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예보는 외환위기 이후부터 올 2월 말까지 부실 금융기관 등에 지원된 총 168조3000억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110조6000억원을 집행했다.

    이 중 현재 회수된 금액은 36조8000억원.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기관 주식을 매각하면 회수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공적자금의 ‘구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은 그 자체가 국민 부담은 아니지만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 예보가 부실에 책임 있는 금융기관 및 부실기업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기자 입장에선 예보의 ‘보안 유지’가 없었다면 단독보도 행운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찜찜한 구석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예보가 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국민 부담 최소화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공익이 더 크지 않을까.

    열심히 일해놓고도 ‘재벌 눈치보기’라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을까 걱정돼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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