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라는 지역명만으로도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이 분다. 두껍게 쏟아지는 햇볕과 맛난 음식, 다채로운 문화 이벤트가 넘치는 그곳은 언제나 5월의 햇살처럼 눈부시다. 바다처럼 펼쳐진 대평원, 뜨거운 태양을 먹고 자란 포도와 오렌지, 호두와 레몬은 미 서부가 여행자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미 서부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꼭 차를 빌려 자유 일정으로 돌아다닐 것을 권한다. 로스앤젤레스-샌타바버라-샌프란시스코를 잇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녹색 여행지’로 미 서부가 왜 적합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한쪽으로는 태평양이, 다른 한쪽으로는 녹색 평원이 펼쳐진다. 맑게 갠 하늘, 스카프를 휘날리며 달리는 청춘 남녀들은 이 여정의 또 다른 볼거리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는 녹색 여행과 잘 어울린다. 미국 제1의 농업주인 이곳 어디에서든 드넓은 초지와 평원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 최대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는 녹색 풍경의 핵심이다. 나파밸리에 속하는 와이너리는 약 400곳. 최고급 와인과 음식을 내는 레스토랑, 호텔들 역시 와이너리 사이사이에 쉼표처럼 자리한다.
캘리포니아 주에 자리한 와인 산지 나파밸리.
나파밸리에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만큼 유명한 와이너리가 여럿 있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와인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파커가 “100점짜리”라고 칭송한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 샤도네 명가, 파 니엔테(Far Niente), 나파밸리를 통틀어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오퍼스 원(Opus One) 등은 ‘스타 와이너리’급이다. 미국의 부호와 미식가들은 나파밸리로 날아와 음식과 와인에 취해 여름을 나는 것을 최고의 호사로 친다.
나파밸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인 ‘오퍼스 원’의 저장소(왼쪽). 샌디에이고만을 둘러싸고 정박한 요트들.
샌디에이고 시월드의 돌고래 쇼.
미 서부 여행에서 특히 추천하는 지역은 샌타모니카다. 남캘리포니아 해변은 우리나라 남도만큼이나 유명한 곳. 고운 모래사장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이곳은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시원한 날씨를 자랑한다. 공항과도 가까워 치안과 교통이 모두 뛰어나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샌디에이고에도 들르자.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보다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미국인들이 여름 휴양지로 특히 사랑하는 도시다. 샌디에이고 최고의 매력은 기후. 연중 13~20℃의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다. 풍경 역시 훌륭하다. 샌디에이고만을 둘러싸고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요트들이 더없이 낭만적이다. 가족이 함께 떠난 여행이라면 그 전면에 있는 시월드(Sea World)에 들르자.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만큼 유명한 관광지로 각종 해양동물이 벌이는 수상 묘기가 볼만하다.
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기암절벽과 계곡을 자랑한다.
마지막으로 요세미티 국립공원. 100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기암절벽과 계곡을 자랑하는 곳이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호수, 폭포, 계곡이 무려 300개에 이른다고 하니, 이 정도면 공원 단위를 뛰어넘어 독립된 자연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미 서부를 여행하다 보면 미국이 갖는 다채로운 매력에 놀랄 때가 많다. 그저 거대하고 평면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미국은 서부에서 팔색조처럼 다채롭게 변신한다. 미국다운 인공미와 함께 거대한 자연이 곳곳에 가득하므로 긴 일정의 여행이더라도 질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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