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이 무성한 카우아이 섬.
카우아이(Kauai) 섬은 외국인들보다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이 섬의 원시적이고도 거대한 밀림에 반해 이곳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을 찍었다. 좀더 정확한 영화 촬영장소는 섬 중앙에 자리한 와이알레알레(Waialeale) 산 일대. 깊은 산림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쥬라기 공원’이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이 일대를 헬리콥터로 돌아보는 여행상품도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헬리콥터 여행을 체험한 사람은 약 50만명. 1인당 189달러를 내야 하는 고가지만 관광객들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하와이에서 헬리콥터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 것도 한 이유다. 심지어 유럽인들은 별도의 비용을 추가해 비디오 촬영을 하기도 한다.
투어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다. 상공에서 조망하는 와이알레알레 산은 원초적이다. 나무 한 그루 더 심을 공간이 없을 만큼 우거져 금방이라도 공룡 한 무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기류가 불안정한 곳을 지날 때 헬리콥터가 심하게 요동치는데, 밀림 한가운데로 불시착해 공룡과 맞닥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해발 1570m의 산은 장대한 협곡과 산맥, 폭포와 함께 더욱 눈부시다. 울창한 수목을 뚫고 물줄기 굵은 폭포-영화에도 등장한 하나페페(Hanapepe) 폭포-가 쏟아지고 거친 표면의 화산 분화구도 보인다.
카우아이 섬 해변은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루마하이(Lumahai) 해변의 푸우포아(Puu Poa) 절벽에 자리한 프린스빌(Princeville) 리조트에 머무는 것도 방법이겠다. 로비 전체가 고급 대리석으로 꾸며져 카우아이 섬을 통틀어 가장 세련된 곳으로 꼽히는 이곳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촬영장소로 애용되는 하날레이(Hanalei) 만과 와이알레알레 산을 조망할 수 있다. 가늘고 길게 떨어지는 폭포의 경치도 감상하기 좋다.
카우아이 섬에서 헬리콥터 투어만큼 인기를 누리는 액티비티는 1인용 산악 바이크를 타고 정글과 사탕수수밭, 계곡을 달리는 어드벤처 투어다. 진흙탕과 들판, 동굴 등으로 구성된 ‘밀림 코스’를 약 3시간 동안 누비게 된다. 오토바이를 탄 지 30여 분 만에 온몸이 진흙범벅이 되지만, 여행자들은 바로 그 기분에 오토바이를 몬다. 오토바이는 전진과 정지 기능만 있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미니탱크처럼 다부진 오토바이를 타고 밀림 구석구석을 누비는 기분은 짜릿하다. 동굴을 통과할 때는 앞이 보이지 않아 으스스한 기분이 들고, 뭉게구름 피어난 하늘을 이고 너른 들판을 달릴 때는 기분이 상쾌해진다. 폭포 근처를 지날 때는 웃통을 벗고 물 속으로 뛰어들어보자. 초원 한 귀퉁이에 앉아 먹는 도시락도 그야말로 꿀맛이다.
카야킹 또한 카우아이 섬을 대표하는 액티비티다. 요란한 모터를 달지 않고, 수면과 밀접해 유영하므로 요트에서보다 훨씬 가깝게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카우아이 섬에서의 카약은 보통 훌레이아(Huleia) 강가에서 이뤄지는데, 이곳에는 드넓은 초원도 있어 풍경이 아름답다. 여행자들은 때때로 보트에서 내려 타잔처럼 강 한쪽에 설치된 굵은 밧줄을 타며 휴가를 만끽한다.
카야킹을 즐기는 젊은이들.
카우아이 섬은 골퍼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이 섬의 대표적인 골프코스는 조경이 일품인 포이푸 베이(Poipu Bay) 코스(www. poipubaygolf.com). 카우아이 섬의 주도인 리후에에서 남서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졌는데, 매년 PGA그랜드슬램 대회가 열릴 만큼 코스와 풍광이 빼어나다. 그러나 좋은 스코어를 내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대단한 집중력과 정교함이 요구된다. 하지만 해안절벽을 따라 설계됐다는 점, 86개의 벙커, 4개의 연못 옆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는 점 등으로 인기가 높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근처 바다를 누비는 고래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와이는 생각만큼 멀지 않다. 인천~호놀룰루 직항 노선을 이용할 경우 비행시간은 7시간30분에 불과하다. 태평양의 중심 하와이로 날아가 하와이의 ‘중심’ 카우아이 섬을 보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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