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아일랜드의 녹음 속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제주도의 20배에 이르는 방대한 자연 속에 생태계가 그대로 보전돼 있다. 연어 떼는 매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멸종 위기에 처한 대머리독수리마저 이곳에서는 안심하고 둥지를 튼다. 평온한 자연은 활기찬 일상을 선물하는 법. 주말이 되면 밴쿠버 아일랜드(Vancouver Island) 곳곳은 래프팅과 낚시, 돌고래 관광을 즐기는 캐나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밴쿠버 아일랜드로의 여행은 무엇보다 느린 시간을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녹색 풍경이 섬 전체에 펼쳐지므로 삶의 박자가 한 단계 늦춰지는 느낌이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통나무 로지에 묵으며 에코투어(eco-tour·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 방식)를 즐기다 보면 오래도록 이 섬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밴쿠버 아일랜드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은 마음에 드는 로지를 정해 사나흘 푹 쉬었다 오는 것이다. 태평양과 함께 로지를 빛나게 하는 것은 ‘숲’이다. 소설가 김훈은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서 ‘숲’이라는 단어에서는 ‘ㅅ’과 ‘ㅍ’의 파찰음에서 오는 시원함이 전해진다고 했는데, 밴쿠버 아일랜드의 로지들은 어김없이 그런 숲에 둥지를 틀고 있다. 캐나다 국토의 41%가 삼림으로 이뤄져 있고, 특히 밴쿠버 아일랜드가 속하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가 세계 신문 용지 수량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숲의 울창함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강과 산, 하늘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태평양을 오가는 배들만 살펴봐도 밴쿠버 아일랜드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아름답다. 연어 낚시용 4인용 보트에서부터 석유와 목재를 실은 화물선, 알래스카로 여행을 떠나는 유람선까지 세상 모든 종류의 배가 로지 앞 바닷길을 건넌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아득히 펼쳐지는 망망대해가 그렇게 운치 있을 수 없다.”
페인터스 로지의 수영장.
밴쿠버 아일랜드에서는 고래 물개 사슴 곰 독수리 등 야생동물도 볼 수 있다. 이런 풍족함은 자연의 천국 캐나다에서도 흔하지 않다. 캐나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단연 고래다. 고래는 태평양을 따라 알래스카로 간다. 따라서 알래스카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밴쿠버 아일랜드에는 고래가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낸다. 빅토리아에서 알고 지냈던 리처드는 “한 번에 500마리가량의 고래떼가 축제하듯 다이빙하며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는데 그 광경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대머리독수리도 밴쿠버 아일랜드에서만큼은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사람들은 해안가의 키 큰 나무 가지에 용맹한 자태로 앉아 있는 대머리독수리를 발견하면 말소리도 줄이고, 보트 시동도 끈 채 한참 동안 그 모습을 구경한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숲과 바다는 하나같이 거대하다. 70m를 훌쩍 넘는 키 큰 나무가 가득하고 로지와 리조트에 접해 있는 태평양은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다. 하물며 이곳에선 낮은 동산에 피어나는 네잎클로버조차도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 밴쿠버 아일랜드의 거대한 자연을 느끼기 좋은 곳은 수목원이다. 이곳의 수목원은 한국의 그것처럼 아기자기하지 않다. 쓰러진 나무를 한쪽으로 치우지도 않고 물도 따로 주지 않는다. 한번 불이 나면 큰불로 번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킹피셔 오션사이드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 여행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수목원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도움으로만 운영된다.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정년퇴직을 했거나 일하는 즐거움을 찾고 싶어하는 고령자들. 비록 기력은 왕성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지하다. 이들은 수목원의 정원에서 상추나 토마토를 키우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수목원에서 개최하는 문화 이벤트를 위해 먹을거리도 마련한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전구로 수목원 전체를 밝히는 것도 그들 몫이다.
페인터스 로지에 걸린 연어.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야외활동은 연어낚시다. 어딜 가나 연어 음식이고, 연어에 관한 이야기다. 밴쿠버 아일랜드 중앙에 자리한 캠벨(Campbell)강에는 ‘연어의 수도’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연어낚시로 가장 유명한 곳은 캠벨강에 자리한 페인터스 로지(www.painterslodge.com). 이곳은 ‘연어낚시 명예의 전당’까지 만들어 13kg 이상 대어를 낚아올린 사람들의 사진까지 전시한다. 할리우드 서부영화의 영웅이었던 존 웨인(John Wane)도 팔뚝만한 연어를 잡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캐나다 사람들이 연어낚시에 열광하는 이유는 손맛 때문이다. 큰 놈의 경우 1~2m까지 이르는 힘 좋은 연어와 줄다리기 끝에 낚아올리는 기쁨이 크다고 한다. 연어낚시가 활발한 것은 이곳이 연어들의 이동로이기 때문이다. 북극 연어들은 알래스카 바다에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선을 거쳐 밴쿠버 아일랜드로 거슬러 오른다.
수상 비행기와 래프팅, 보트 투어 또한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길거리. 캠벨강에는 이 세 가지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서비스업체가 즐비하다. 보트를 타고 2~3시간 캠벨강 하류를 둘러본 다음, 수상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다시 캠벨강 상류로 가 래프팅을 즐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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