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네시안 스파의 바위 풀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관광객들.
뉴질랜드의 자연은 기묘해서 때론 성스러운 기운까지 발산한다. 그 깊고 원시적인 자연 안에서는 신의 제왕 제우스도 실재를 드러낼 것만 같다. 특히 로토루아(Rotorua)는 신비와 전설의 기운이 가득한 땅이다.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로 40여 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불도저보다 강력한 도시의 기세가 이곳까지는 흘러 들어오지 못한다.
로토루아는 청정하고 울창하며 무엇보다 신비스럽다. 그 배경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밀도가 옅어지지 않는 유황 냄새가 있다. 후각에 뿌리를 둔 기억은 시각적인 것보다 훨씬 강렬하고 유효기간이 긴 법이다. 그래서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몸에 스며든 로토루아의 영험한 기(氣)를 잊지 못한다. 이곳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타라웨라산의 화산 폭발로 새로 생긴 와이망구 화산계곡. 분화구에서는 지금도 증기가 나온다.
1848년 로토루아에서는 재앙과도 같은 화산 대폭발이 일어났다. 로토루아 중심부에 있는 타라웨라(Tarawera) 산이 6월10일 새벽 폭발한 것. 벌겋게 달아오른 용암과 진흙, 화산재는 주변의 생명을 뿌리째 태우며 17km를 흘러내렸다. 이 재앙은 4시간 동안 계속됐다. 포효하는 듯 날카로운 화산 폭발음은 오클랜드에까지 들렸다고 한다.
베리드 빌리지는 타라웨라산 폭발로 묻힌 마을을 복원한 곳이다.
베리드 빌리지(The Buried Village)는 타라웨라산 폭발로 묻힌 마을을 복원한 곳이다. 그런데 그 느낌이 흉물스럽거나 스산하기는커녕 눈부시고 아름답다. ‘뉴질랜드 자연’의 위력은 화산폭발 이후에도 퇴색하지 않아 하늘만큼이나 높은 포플러 나무는 복원된 마을의 풍경을 전원적으로 채색한다. 마을 한쪽으로 흐르는 개울에는 재앙이 마을을 덮치기 전에도 살았던 무지개송어가 여전히 살고 있다.
화산 폭발이 낳은 새로운 자연, 와이망구 화산계곡
타라웨라 산의 화산 폭발은 새로운 자연을 낳았다. 와이망구 화산계곡(Waimangu Volcanic Valley)이 그곳으로 깊이가 50m에 이르는 분화구와 크고 작은 호수, 개천을 가로지르는 증기 구멍과 맨발로 걸으면 열기가 전해지는 황톳길이 어우러져 있다. 이 계곡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영화로 제작할 때 촬영장소로도 손색없을 만큼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다. 산비둘기, 방울새, 공작비둘기, 흰담비, 야생고양이, 사슴, 돼지 등이 서식한다고 한다.
이 방대한 계곡에서 관광객들은 보트를 타고 로토마하나(Rotomahana) 호수를 유영한다. 산딸기가 지천에 있고 새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온다. 레이디 녹스 간헐천(Lady Knox Geyser)은 참 신기하다. 매일 오전 10시10분에 끓기 시작해 정확히 15분 후 물줄기를 뿜어내는데, 그 높이가 30m에 이른다.
세계적인 스파 시설로 손꼽히는 폴리네시안 스파는 주변 풍광도 빼어나다(왼쪽). 관광버스에 부착된 마오리족의 모습(오른쪽).
지구상에 더 이상 문명과 고립된 삶을 누리는 부족은 없는 걸까.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은 여행자들을 위해 전통 춤을 추고 노래 부르고 음식을 대접한다. 그들은 마오리 마을에 살지 않는다. 오직 ‘쇼 타임’을 위해 다른 동네에서 차를 타고 마을로 온다고 한다. 마오리 마을에서의 시간이 유쾌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사라져가는 종족을 만난다는 기대감은 접어야 한다.
마오리 마을에서 마오리족과 관광객이 처음 만나 행하는 일종의 의식은 흥미롭다. 관광객이 운집하면 창과 방패를 든 마오리 전사는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모습으로 이방인이 적이 아닌 친구임을 시험한다. 손바닥으로 연방 자신의 가슴을 때리고, 눈을 부릅뜨고 혀를 내미는데, 이는 적을 위협하기 위한 도전과 무시의 표시다. 마오리 전사가 평화의 상징인 표적을 두고 가면 관광객은 비로소 그들의 땅에 입성할 수 있다. 입성 후 본격적인 환영 공연이 시작된다. 탄탄한 근육과 야성을 자랑하는 마오리족 남성과 풍만한 몸매의 마오리족 여성은 한데 어울려 전사들의 무기와 손동작, 음악, 전통 춤을 선보인다. 남성들의 춤은 역동적이고 힘이 넘친다. 여성들의 춤과 노래는 하와이 원주민의 그것을 연상시키듯 부드럽고 여유롭다.
하카(Haka·전투 전에 승리를 다짐하는 동작과 소리)라는 민속 공연을 관람하고, 항이(Hangi)라 불리는 전통 음식을 먹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마오리족 후손이라는 운전사는 마오리족의 언어와 인사법을 관광객들에게 가르친다. 베네수엘라 독일 이탈리아 그리스 핀란드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운전사가 가르친 언어를 반복하며 웃고 노래 부른다.
스파와 어드벤처 여행도 즐길거리
로토루아의 면면이 신비롭고 영험한 것으로만 규정되진 않는다. 이곳은 스파여행, 어드벤처 투어로도 유명하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 가봐야 하는 곳은 폴리네시안 스파. 세계적 인지도를 갖는 여행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가 세계 10대 스파 중 하나로 선정한 이곳에서는 다양한 온도의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실내 수영장과 스파 시설도 훌륭한데, 특히 가족이나 연인만을 위한 단독 저쿠지(jacuzzi·거품목욕)가 많다.
로토루아 시내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농고타하(Ngongotaha) 산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그곳에서 삼륜 라이드 기구인 루지(Luge)를 타고 트랙을 달리는 일정 또한 추천할 만하다. 미니자전거 같은 루지는 바퀴가 3개라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데, 발을 떼면 속도가 붙어 봅슬레이처럼 짜릿한 활강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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