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하늘과 암석으로 눈부신 난탈리의 전경.
“주말과 여름휴가를 어디에서 보내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핀란드인은 “내 통나무집(my cabin)에서”라고 답한다. 얼마나 많은 핀란드인이 통나무집을 소유하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핀란드관광청의 대외마케팅매니저 카리나 씨는 “전 국민의 60~70%가 본인 소유의 캐빈이 있다”고 어림잡는다.
통나무집에서 주말을 보낸 이야기, 이를테면 통나무집에서 자다가 소나기 소리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깼는데 현관문 바로 앞까지 새끼곰이 먹이를 찾으러 왔더라 등의 에피소드는 핀란드인들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수도시설이 없어 호수에서 물을 길어다 쓰고 난방이 제대로 안 돼 장작불을 때면서도 그들은 통나무집이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핀란드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인생’은 우리의 그것과는 한참 다르다. 참고로 핀란드 전체 면적의 70%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숲과 호수를 앞마당처럼 거느리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핀란드인들이 여름휴가를 위해 가장 자주 찾는 곳이 바로 난탈리(Naantali)다. 난탈리가 가장 활기찬 시기는 6월에서 8월 중순까지. 자녀들의 개학과 동시에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러나 난탈리는 ‘도시’라는 삭막한 단어 대신 ‘마을’이라는 온기 있는 단어와 더 잘 어울린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호텔과 상점, 화가들의 갤러리가 마을 안쪽을 차지하고, 마을 바깥으로는 잔잔한 바다가 흐른다. 건물은 모두 나무로 지어졌다. 하늘, 연두, 주황 등 수수한 색깔로 칠해진 집들은 마당 한가득 꽃을 내놓고 있다.
난탈리 대통령 별장의 본관 1층 외관.
핀란드인들처럼 난탈리를 즐기고 싶다면 나룻배 타고 섬 주위를 돌며 낚시를 할 것. 미끼는 필요치 않다. 보통 꽃새우처럼 작은 새우를 쓰기도 하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등 푸른 생선 모양을 한 금속판을 미끼 대신 사용한다. 바다 속으로 던져 넣은 이 ‘생선 금속판’은 언뜻 보면 작은 피라미 같다. 하지만 아무렴 물고기가 금속판을 먹이로 착각할까. 이런 의문에 핀란드인 선장은 “물고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멍청하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핀란드 할로넨 대통령도 난탈리 마니아
핀란드의 여름, 난탈리로 몰려오는 사람들 중에는 핀란드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 대통령은 매년 7월 난탈리로 날아온다. 수행인원은 약 50명. 비서와 요리사, 경호원, 제빵사 등 대통령의 휴가를 기름지게 할 각계 전문가가 동원되고 정원에만 8명의 정원사가 배치된다고 한다.
난탈리 대통령 별장의 본관 1층 외관(왼쪽)과 난탈리 스파 호텔의 요트 사이드(오른쪽).
난탈리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위). 관광객들을 데리고 바다낚시를 다니는 선장.
선상 객실에서의 호화로운 하룻밤
난탈리의 역사는 길다. 중세시대 헬싱키 이전의 수도였던 투르쿠(Turku), 배 타고 고기 잡던 핀란드의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라우마(Rauma) 등에 이어 핀란드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도시다. 가톨릭수도원의 개원과 더불어 1443년 처음 마을의 간판을 올렸으니 벌써 그 역사가 500년을 넘어섰다. 난탈리가 휴양도시로 탈바꿈한 것은 1772년 온천수를 발견하면서부터. 1970, 80년대 난탈리는 ‘스파의 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난탈리 스파 호텔(Naantali Spa Hotel)’은 그러한 영광의 상징으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스파 시설을 자랑한다. 또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스파 호텔로는 유일하게 ‘귀족 클럽’이라고 할 수 있을 ‘로열 스파 오브 유럽 (Royal Spas of Europe)’의 회원이기도 하다.
난탈리 스파 호텔은 메인 건물과 요트 사이드로 나뉘는데, 더 매혹적인 것은 아무래도 요트 쪽이다. 요트 사이드는 타이타닉호처럼 거대한 배가 그대로 바다에 정박해 있는 선상 객실이다. 모터가 없으니 소음이나 진동이 있을 리 없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찰랑이는 물결소리와 바다 너머 숲에서 우짖는 새소리뿐이다. 최고의 객실은 1박에 196유로인 로열 스위트룸. 여느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사우나 시설은 물론 선상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야외 데크까지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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