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3

2006.05.02

다시 울려 퍼진 ‘위 아 더 월드’

  • 정일서 KBS라디오 PD

    입력2006-04-28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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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울려 퍼진 ‘위 아 더 월드’

    라이오넬 리치

    4월14일 밤(현지시간)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미국의 팝스타 라이오넬 리치가 60여 명의 오케스트라를 동반하고 무대에 올라 1985년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 자신이 공동 작곡했던 바로 그 노래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열창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함께했고, 무대 뒤 발코니에서 30여 명의 ‘천사’들이 합창으로 화음을 보탰다. 리비아 어린이들이었다.

    이날 공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꼭 20년 전인 1986년 4월15일 새벽, 미군은 트리폴리에 있던 리비아 지도자 카다피 관저에 전격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베를린에서 발생한 미군 전용 디스코테크 폭발사건이 리비아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한 미국의 보복조치였다. 이날 공습으로 40여 명의 리비아인들이 사망했는데, 그중에는 카다피의 수양딸도 포함돼 있었다.

    리비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리비아는 1988년 영국에서 미국 팬암 항공기를 납치해 공중 폭파시키는 것으로 보복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리비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적대국가가 됐다.

    그런데 공습 20주년을 맞은 올해 리비아가 서방 팝스타 초청 콘서트라는 극적인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라이오넬 리치는 “음악은 어려운 문제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소감을 피력했고, 아랍 일간지 ‘알 하야트’는 “이보다 더 서방에 우호적인 제스처는 없다”고 논평했다.

    1989년 여름 모스크바 평화음악축제의 한 장면도 생각났다. 냉전이 계속되던 그때, 소연방의 심장부 모스크바에 서방의 인기 록밴드들이 총출동했다. 당시 공연의 산파역을 했던 오지 오스본은 무대에 올라 이렇게 외쳤다. “로큰롤은 정치가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맞다. 때로 음악은 정치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그것이 만국 공통어라는 음악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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