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빛 바다와 고운 백사장, 아담한 비양도가 어우러져서 이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는 금릉해수욕장.
둘째 날 06:00~07:00 기상 후 펜션 주변 산책 → 07:00~08:30 아침식사(직접 취사) 후 짐 정리 → 08:30~11:00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로 이동하여 배낚시(문의:수용횟집 064-773-2288) 체험 → 11:00~11:30 수월봉 정상에서 자구내포구와 차귀도 일대 조망 → 11:30~12:30 서회선일주도로(12번 국도)를 타고 선인장마을인 월령리, 비췻빛 바다가 아름다운 금릉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을 경유해 한림으로 이동 → 12:30~13:20 점심식사 → 13:40~16:00 곽지해수욕장에서 해수욕한 뒤 과물에서 멱감기 → 16:00~17:30 애월-신엄-구엄-하귀 해안도로를 거쳐 제주공항으로 이동
외돌개와 돔베낭골 사이의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 바다에는 범섬이 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극동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빅토르 씨는 1994년에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를 처음 찾았다가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러다 서울에서 몇 년 동안 계속해오던 러시아어 강사직을 그만두고 2001년에는 아예 부인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했다.
제주도에 대한 빅토르 씨의 애정과 지식은 웬만한 토박이를 훨씬 능가한다. 270여 쪽 분량의 제주여행 가이드북을 펴낸 필자조차도 제주도에 관한 의문이 생길 때면 수시로 그에게 자문한다. 그는 외국인과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제주도의 독특한 절경과 자연생태를 오감(五感)으로 느끼게 하는 생태체험 및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효돈천 하류에 위치한 ‘비밀의 연못’ 쇠소깍, 서귀포시 예래동의 갯깍 주상절리해안, 천연해수풀장이 형성돼 있는 황우지해안, 날마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강정동의 서건도 등과 같이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비경들을 그는 즐겨 찾는다.
빅토르 씨의 투어 코스에는 스노클링, 바다 카약, 해안 트레킹 등과 같은 레포츠 체험프로그램도 한둘쯤 포함돼 있는가 하면, 제주 토박이들만의 맛집을 찾는 별미기행도 곁들여진다. 물론 가이드는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 등의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빅토르 씨가 직접 맡는다. 가이드 비용도 놀랄 정도로 저렴하므로 서귀포에서 하루 이틀 정도의 일정은 빅토르 씨에게 의뢰해볼 만하다.
빅토르 씨의 가이드를 받지 않더라도 그가 즐겨 찾는 비경들은 꼭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 거기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가 산책코스인 외돌개-돔베낭골 해안산책로, 촘촘한 주상절리 돌기둥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용천수가 인상적인 돔베낭골, 아이들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천연담수풀장 논짓물, 중문관광단지와 산방산(395m)뿐만 아니라 멀리 송악산과 마라도까지도 한눈에 들어오는 군산(334m), 기암절벽과 상록수림에 둘러싸인 안덕계곡 등은 제주도가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꼽히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포구에 널린 한치.뒤편에 아름다운 무인도이자 바다낚시터인 차귀도가 보인다
제주도 3박4일 여정의 마지막 날은 다소 느긋하고 여유 있게 운용한다. 한경면 고산리의 자구내포구는 제주도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다. 포구 앞 바다에 떠 있는 차귀도에는 대물의 입질이 잦은 일급 포인트가 즐비하고, 자구내포구와 차귀도 주변 바다는 배낚시의 최적지다. 요즘 낮에는 쥐치, 노래미, 볼락 등이 올라오고 밤에는 한치, 고등어가 곧잘 낚인다. 간혹 참돔(황돔), 돌돔, 혹돔, 감성돔, 벵에돔 등 고급 횟감이 되는 어종도 짜릿한 손맛을 안겨준다. 자구내포구는 포구의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 옛 등대인 도대불이 지금도 남아 있고, 포구 주변에서 한치를 널어 말리는 광경도 이채롭다. 그리고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차귀도, 천혜의 바다전망대인 수월봉도 자구내포구의 매력을 한층 돋워준다.
서귀포 외돌개 근처의 황우지해안에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빅토르 씨 일행.
제주도를 떠나기 앞서 마지막으로 바다에 온몸을 던져보고 싶다면 애월읍 곽지해수욕장으로 달려가라. 이곳은 협재, 중문, 함덕 해수욕장과 함께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손꼽힌다. 조개껍데기가 곱게 부스러져 형성된 모래해변은 눈부시도록 새하얗고, 옥빛을 띤 바닷물은 깊은 산중의 계곡 물처럼 깨끗하다. 하지만 최고의 매력 포인트는 백사장 서쪽 ‘과물’이라는 용천수다. 차가운 샘물이 풍부하게 솟아나는 과물 주변에는 네모진 돌담이 둘러쳐져 있는데, 이곳은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바닷물과 모래를 씻어내는 샤워장으로 활용된다. 여유가 있다면 곽지해수욕장의 수평선 너머로 오메가(Ω)를 그리며 떨어지는 해넘이 광경도 감상해볼 만하다.
애월읍 유수암리의 로그캐빈(064-799-2070·사진) 펜션은 잠시나마 번잡한 세상사를 잊고 느긋하게 쉬는 데 딱 좋다. 바다 전망을 숙소 선정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다면 서귀포시 대포동 포구의 나폴리펜션(064-738-4820), 한경면 금등리의 IGH펜션(064-772-3340), 한경면 판포리의 스위스콘도(064-773-0700), 한림읍 월령리의 월령코지펜션(064-796-7138)과 ‘풍차와 바다’(064-796-9966), 협재해수욕장의 ‘꿈의 바다’(064-796-7272) 등을 권할 만하다. ▶ 맛집 사계-송악산 해안도로변에 자리잡은 성원식당(794-0085)은 현지 택시기사들이 제주 최고의 맛집 중 하나로 꼽는다. 게, 낙지, 새우, 조개 등 각종 해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해물탕을 하나 시키면 값비싸고 귀한 전복회와 옥돔구이가 덤으로 딸려 나온다. 그밖에 서귀포시 법환동 포구의 포구식당(자리물회, 064-739-2987), 서귀포시 상예동의 쉬는팡가든(흑돼지구이·동치미국수, 064-738-5833), 안덕면 사계리의 남경미락(다금바리회, 064-794-0055), 대정읍 모슬포항 어귀의 해녀식당(회덮밥, 064-794-3597), 자구내포구의 수용횟집(생선회, 064-773-2288), 한림읍의 보영반점(냉우동 및 중화요리, 064-796-2042) 등도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맛집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