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들이 실려 있을까? 20세기를 살고 있거나 살다 간 숱한 화제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히틀러 같은 전쟁광에서부터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까지 다양하다. 간디, 엘리자베스 2세, 처칠 수상 등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이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들에 관한 이야기의 초점은 ‘훌륭한 과거’에 맞춰져 있지 않다. 본인들 입장에선 숨기고 싶은, 조금은 창피한 과거를 살며시 공개한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흥미롭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세계 인물편, 2부 세계 사건편, 3부 한국편이다. 그런데 낯익은 인물, 낯익은 사건보다는 ‘이게 누구더라?’ 할 정도의 생소한 이름에 더욱 관심이 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앨런 튜닝(1912~1954)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다. 1943년 연산 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당시 사회에선 인정받기 힘든 동성애자였다. 그는 동성애 혐의로 체포돼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처벌을 받는다. 발기불능과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참을 수 없던 그는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베어 문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뒤 우리는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애플사(社) 로고를 통해서다.
은막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1929~1982) 하면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숱한 염문을 뿌린 배우였다. 앨프래드 히치콕 감독은 “내가 켈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거실의 숙녀처럼 보이지만 침실에서는 요부가 되는 반전의 전율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녀와 결혼한 모나코 왕 레이니 3세는 켈리의 50번째 남자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어르신들이 애창하는 가요 중 하나가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박헌영(1900~1956)이다. 어떤 연유일까? 그는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았지만 일제 하에선 항일의 상징이었다. 1925년 일경에 붙잡힌 뒤 모진 고문 끝에 병보석으로 풀려난 박헌영은 이듬해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했다. 그의 탈출은 조선 민중들에게 빅뉴스였다. 당시 영화 촬영차 두만강변에 와 있던 김용환(가수 김정구의 친형)이 ‘눈물 젖은 두만강’의 가사를 만들었다. 가사에 나오는 ‘내 님’은 바로 박헌영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인물 외에도 위대한 예술가이자 정력적인 연인이었던 피카소, 가겟집 딸로 태어나 영국 수상에 오른 대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 권투선수 알리, 전쟁을 증오한 전쟁영웅 아이젠하워, 금융사기 사건으로 화제를 뿌린 장영자 부부, 영화 같은 삶을 산 신상옥 감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많은 위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숨겨진 모습은 책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비폭력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는 한때 정욕을 이기지 못해 외손녀에게 동침을 요구했던 나약한 인간이었고, 줏대 있는 지도자로 알려진 처칠은 루스벨트의 신임을 얻기 위해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관’을 자임했다. 꿩 사냥을 나갔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새의 목을 비트는 모습이 동물보호단체의 눈에 띄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총 163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잘 몰랐던 사연’이 대부분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2, 3쪽 분량으로 비교적 짧다. 한 호흡에 수십 쪽씩 진도가 나간다. 20세기의 인물·시사상식백과로, 휴가지에 동반하기에 제격인 책이다.
이기우 지음/ 황금가지 펴냄/ 412쪽/ 2만3000원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 세계 인물편, 2부 세계 사건편, 3부 한국편이다. 그런데 낯익은 인물, 낯익은 사건보다는 ‘이게 누구더라?’ 할 정도의 생소한 이름에 더욱 관심이 간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앨런 튜닝(1912~1954)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다. 1943년 연산 컴퓨터 ‘콜로서스’를 만들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연합군의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당시 사회에선 인정받기 힘든 동성애자였다. 그는 동성애 혐의로 체포돼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는 처벌을 받는다. 발기불능과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참을 수 없던 그는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다. 백설공주처럼 독사과를 베어 문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뒤 우리는 한 입 베어먹은 사과를 쉽게 볼 수 있다. 바로 애플사(社) 로고를 통해서다.
은막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1929~1982) 하면 차갑고 지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숱한 염문을 뿌린 배우였다. 앨프래드 히치콕 감독은 “내가 켈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가 거실의 숙녀처럼 보이지만 침실에서는 요부가 되는 반전의 전율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다. 그녀와 결혼한 모나코 왕 레이니 3세는 켈리의 50번째 남자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어르신들이 애창하는 가요 중 하나가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박헌영(1900~1956)이다. 어떤 연유일까? 그는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았지만 일제 하에선 항일의 상징이었다. 1925년 일경에 붙잡힌 뒤 모진 고문 끝에 병보석으로 풀려난 박헌영은 이듬해 두만강을 건너 블라디보스토크로 탈출했다. 그의 탈출은 조선 민중들에게 빅뉴스였다. 당시 영화 촬영차 두만강변에 와 있던 김용환(가수 김정구의 친형)이 ‘눈물 젖은 두만강’의 가사를 만들었다. 가사에 나오는 ‘내 님’은 바로 박헌영을 뜻한다.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인물 외에도 위대한 예술가이자 정력적인 연인이었던 피카소, 가겟집 딸로 태어나 영국 수상에 오른 대처,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 권투선수 알리, 전쟁을 증오한 전쟁영웅 아이젠하워, 금융사기 사건으로 화제를 뿌린 장영자 부부, 영화 같은 삶을 산 신상옥 감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많은 위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숨겨진 모습은 책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비폭력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는 한때 정욕을 이기지 못해 외손녀에게 동침을 요구했던 나약한 인간이었고, 줏대 있는 지도자로 알려진 처칠은 루스벨트의 신임을 얻기 위해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관’을 자임했다. 꿩 사냥을 나갔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새의 목을 비트는 모습이 동물보호단체의 눈에 띄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총 163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잘 몰랐던 사연’이 대부분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2, 3쪽 분량으로 비교적 짧다. 한 호흡에 수십 쪽씩 진도가 나간다. 20세기의 인물·시사상식백과로, 휴가지에 동반하기에 제격인 책이다.
이기우 지음/ 황금가지 펴냄/ 412쪽/ 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