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음식 공부를 할 때였다. 요리 방법과 용어 등을 익히기 위해 고등학교 가정 교과서를 읽는데 ‘계삼탕’이라는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닌가. 내가 알지 못하는 요리인가 싶어 살펴보니 삼계탕의 다른 이름이었다. 물론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그래서 주변의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들에게 물어봤다. “혹시 계삼탕이라는 음식 아세요? 가정 교과서에 나와 있던데….” 대입과 관련 없는 과목이어서 그런지 다들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음식에 이름을 붙이는 기본적인 원칙은 주요 재료(주재료와 보조재료)와 조리법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계삼탕을 놓고 보면 닭이 주재료이고 인삼이 보조재료, 요리방법은 ‘탕’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를 삼계탕이라고 부르고 있다. 닭보다 인삼을 강조한 것인데, 이렇게 음식 이름을 고쳐 부르는 까닭은 대부분 그 음식으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의도다. 개장국을 보신탕이라 이르고, 닭야채볶음을 닭갈비라 하며, 김치찌개를 김치전골이라 부르는 이유와 같다. 그 큰 탕그릇 안에 달랑 한 뿌리 들어갔을 뿐이지만 몸에 좋은 인삼이 있음을 강조하여 보신했다는 느낌을 주려는 전략인 것이다.
백과사전 등에 나와 있는 삼계탕 요리법은, ‘내장을 꺼낸 닭의 뱃속에 깨끗한 헝겊으로 싼 찹쌀·마늘·대추 등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냄비나 솥에 푹 삶아 고기가 충분히 익었을 때 건져낸다. 인삼을 헝겊에 싸서 국에 넣고 푹 고아 인삼의 성분이 우러나게 한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춰 국물만 마시거나, 국물에 양념한 고기를 넣어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인삼을 찹쌀 등과 함께 넣어 고면 닭뼈에 인삼의 영양분이 스며들어 인삼의 영양분이 감소된다’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삼계탕은 이렇게 요리되지 않는다. 부재료로 녹각(사슴뿔)에 밤·황기·당귀·잣 따위가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고, 전복이며 낙지가 들어가는 삼계탕도 있다. 특히 삼계탕 국물을 낼 때 온갖 것이 동원된다. 닭만으로 국물을 내면 개운한 맛은 있어도 어쩐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닭발, 사골, 곡물 등 넣어 닭 고유의 맛 못 살려
요즘 삼계탕용 닭은 보통 27일짜리를 쓰는데, 이걸 아무리 오래 고아봤자 진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닭발을 흔히 쓴다. 닭발을 함께 넣고 푹 고면 국물 색깔이 약간 짙어지며 입술에 찐득한 것이 느껴진다. 어느 집에서는 사골 국물을 쓰기도 하며 곡물을 갈아 넣는 데도 있다. 복날 장사진을 이루는 식당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국물에 ‘손’을 댄다.
사실 난 고민스럽다. 온갖 것을 넣은 삼계탕을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 ‘맛있는 삼계탕’으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닭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으니 ‘사술을 부린 삼계탕’이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건 삼계탕만의 문제가 아닌데, 닭발로 국물을 낸 순댓국, 양지 국물로 만든 추어탕, 아몬드와 땅콩 국물로 만든 콩국수 등 원래 그 맛의 음식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입맛을 ‘속이는’ 음식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대략 난감’인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닭고기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한 마디 거들었다.
“생각을 해봐라. 27일짜리 닭이 닭이니? 영계?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따스한 춘삼월에 알에서 깬 병아리가 복날에 이르렀을 때에야 먹기 좋게 자라는데, 이를 영계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3개월짜리는 돼야 제 맛이 나고, 이것으로 삼계탕을 해야 하는 거지. 때문에 요즘 삼계탕 국물에 온갖 것을 넣는 것은 사술이라기보다는 고육지책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거야.”
그런 닭으로 끓인 삼계탕 어디 없을까?
“양계장에는 없고 시골 마당에서 자라는 걸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귀한 영계가 네 몫으로 돌아올 게 있겠어? 내년 봄에 병아리 사서 직접 키워.”
초복날 삼계탕집에 갔다가 길게 늘어선 인파에 놀라 그냥 돌아왔다. 다음 날 혹시나 하고 또 갔다가 더 길어진 줄에 질려 뒤돌아서는데 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에이, 그깟 엉터리 삼계탕.”
음식에 이름을 붙이는 기본적인 원칙은 주요 재료(주재료와 보조재료)와 조리법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계삼탕을 놓고 보면 닭이 주재료이고 인삼이 보조재료, 요리방법은 ‘탕’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를 삼계탕이라고 부르고 있다. 닭보다 인삼을 강조한 것인데, 이렇게 음식 이름을 고쳐 부르는 까닭은 대부분 그 음식으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으려는 의도다. 개장국을 보신탕이라 이르고, 닭야채볶음을 닭갈비라 하며, 김치찌개를 김치전골이라 부르는 이유와 같다. 그 큰 탕그릇 안에 달랑 한 뿌리 들어갔을 뿐이지만 몸에 좋은 인삼이 있음을 강조하여 보신했다는 느낌을 주려는 전략인 것이다.
백과사전 등에 나와 있는 삼계탕 요리법은, ‘내장을 꺼낸 닭의 뱃속에 깨끗한 헝겊으로 싼 찹쌀·마늘·대추 등을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냄비나 솥에 푹 삶아 고기가 충분히 익었을 때 건져낸다. 인삼을 헝겊에 싸서 국에 넣고 푹 고아 인삼의 성분이 우러나게 한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춰 국물만 마시거나, 국물에 양념한 고기를 넣어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인삼을 찹쌀 등과 함께 넣어 고면 닭뼈에 인삼의 영양분이 스며들어 인삼의 영양분이 감소된다’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삼계탕은 이렇게 요리되지 않는다. 부재료로 녹각(사슴뿔)에 밤·황기·당귀·잣 따위가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고, 전복이며 낙지가 들어가는 삼계탕도 있다. 특히 삼계탕 국물을 낼 때 온갖 것이 동원된다. 닭만으로 국물을 내면 개운한 맛은 있어도 어쩐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닭발, 사골, 곡물 등 넣어 닭 고유의 맛 못 살려
요즘 삼계탕용 닭은 보통 27일짜리를 쓰는데, 이걸 아무리 오래 고아봤자 진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닭발을 흔히 쓴다. 닭발을 함께 넣고 푹 고면 국물 색깔이 약간 짙어지며 입술에 찐득한 것이 느껴진다. 어느 집에서는 사골 국물을 쓰기도 하며 곡물을 갈아 넣는 데도 있다. 복날 장사진을 이루는 식당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국물에 ‘손’을 댄다.
사실 난 고민스럽다. 온갖 것을 넣은 삼계탕을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 ‘맛있는 삼계탕’으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닭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했으니 ‘사술을 부린 삼계탕’이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이건 삼계탕만의 문제가 아닌데, 닭발로 국물을 낸 순댓국, 양지 국물로 만든 추어탕, 아몬드와 땅콩 국물로 만든 콩국수 등 원래 그 맛의 음식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입맛을 ‘속이는’ 음식이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대략 난감’인 것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닭고기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한 마디 거들었다.
“생각을 해봐라. 27일짜리 닭이 닭이니? 영계?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따스한 춘삼월에 알에서 깬 병아리가 복날에 이르렀을 때에야 먹기 좋게 자라는데, 이를 영계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3개월짜리는 돼야 제 맛이 나고, 이것으로 삼계탕을 해야 하는 거지. 때문에 요즘 삼계탕 국물에 온갖 것을 넣는 것은 사술이라기보다는 고육지책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거야.”
그런 닭으로 끓인 삼계탕 어디 없을까?
“양계장에는 없고 시골 마당에서 자라는 걸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귀한 영계가 네 몫으로 돌아올 게 있겠어? 내년 봄에 병아리 사서 직접 키워.”
초복날 삼계탕집에 갔다가 길게 늘어선 인파에 놀라 그냥 돌아왔다. 다음 날 혹시나 하고 또 갔다가 더 길어진 줄에 질려 뒤돌아서는데 내 입에서 이런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에이, 그깟 엉터리 삼계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