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모(남) 씨는 4월 전북 남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쌍춘년 바가지’를 톡톡히 치렀다. 입지도 않은 웨딩드레스 값을 내야 했기 때문. 사정인즉 이랬다. 황 씨는 웨딩드레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기 때문에 애초에 웨딩드레스는 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식을 코앞에 둔 시점에 예식장에서 드레스 대여료로 30만원을 요구했다. 예식장 측은 “드레스 대여료는 본식 비용과 상관없이 무조건 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우겼다. 황 씨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다른 예식장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할 수 없이 드레스 값을 지불했다.
200년 만에 쌍춘년(雙春年)이 찾아왔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 산다’는 속설에다 ‘돼지띠인 내년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다’는 속설까지 더해져 어느 해보다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다. 때문에 예식장을 구하지 못한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날짜를 연기하거나 평일에 결혼식을 치르고,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이런 쌍춘년의 위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올해 윤달인 8월24일부터 9월21일까지도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차 있다.
“잘 산다” 어느 해보다 많이 결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부부들을 울리는 ‘배짱 상혼’ ‘얌체 상혼’ ‘바가지 상혼’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예식업체 관련 분쟁 건수만 해도 1~6월 동안 6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6건에 비해 13% 증가했다.
서울에 사는 양모(여) 씨는 10월에 결혼하는 동생과 함께 예식장을 구하러 다니다 마음만 상했다. 예식장에 동생이 마음에 들어하는 웨딩드레스가 없어서 드레스를 대여하지 않으려 하자 예식장 측에서 “드레스를 빌리지 않으면 식장도 빌려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양 씨가 항의하자 예식장 직원은 “계약하지 않으면 된다”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손님이 얼마든지 있다는 배짱 상혼이었다.
다른 예식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예식장에서 드레스를 빌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턱없이 비싼 대여료가 양 씨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예식장 대관료가 90만원인데, 웨딩드레스 대여료가 60만~80만원에 달했다. 양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비용에 관대하다는 점을 악용한 바가지요금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며 씁쓸해했다.
웨딩드레스를 빌리지 않으면 예식장도 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예식장 관계자들은 “예식장 고유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예식장 고유의 색깔’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0월29일 결혼하는 이모(여) 씨. 그는 3월 일찌감치 예식장을 계약했다. 계약 당시 이 씨는 예식장만 빌리고 다른 행사 진행은 이벤트업체를 통해 할 것이라고 했으며, 예식장에서는 순순히 식장 대여비 80만원에 식대비는 별도라고 했다. 그래서 이 씨는 3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그런데 6월에 갑자기 예식장에서 전화가 왔어요. 상담하러 나오라는 전화였죠. ‘식장만 쓰면 되는데 무슨 상담이냐’고 했더니 ‘드레스와 스튜디오 이용은 안 하냐’고 했어요.”
이 씨가 다른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예식장을 빌릴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가 항의하자 예식장 직원은 “그럼 2시 예식을 4시로 옮기든지, 아니면 우리 예식장을 이용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쌍춘년이라서 식장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예식장의 태도에 이 씨는 너무 화가 났다.
지난달 결혼한 정모(여) 씨 또한 예식장 횡포 때문에 오후 1시에 하려던 예식 시간을
5시로 늦춰야 했다. 어렵사리 토요일 점심시간에 예약이 가능한 곳을 찾았지만 예식장에서 “하객이 400명 미만이면 1시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던 것이다.
“부가비용 등 올해는 지나칠 정도”
이 같은 예식업체의 ‘쌍춘년 횡포’는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예식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에도 성수기 황금시간대에 비슷한 일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지나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사진이나 꽃, 드레스, 한복 등도 최고급 제품만을 강요하거나 계약서에는 있지 않은 부가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2월에 결혼한 장모(여) 씨는 계약할 때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가비용을 부당하게 지불한 경우. 예식이 끝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 씨는 남편에게서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랑 입장을 하려는 순간 예식장 여직원이 다가와서 “행진 축포를 터뜨리는 데 16만원이 든다”며 “지금 사인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입장을 하는 떨리는 순간에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사기꾼에게 당한 기분이에요.”
여행사 횡포도 만만치 않다. 5월 결혼한 이모(여) 씨는 결혼 두 달 전 A 여행사에서 호주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했다. 일반 항공권보다 20% 싼 가격의 항공권이어서 이 씨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A 여행사는 결혼식을 9일 앞둔 날 돌연 “항공권이 없다”고 알려왔다. 이 씨는 비싼 항공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의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일부 영세 여행사들이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피해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계약서와 여행 일정을 서면으로 받아두고 특약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피해를 방지하고 보상받을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축복을 받으며 행복해야 할 청춘남녀들. 하지만 웨딩 관련 업체들의 횡포 때문에 쌍춘년 예비부부들의 얼굴에는 웃음 대신 수심이 가득하다.
200년 만에 쌍춘년(雙春年)이 찾아왔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 산다’는 속설에다 ‘돼지띠인 내년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다’는 속설까지 더해져 어느 해보다 결혼하는 커플들이 많다. 때문에 예식장을 구하지 못한 예비부부들이 결혼식 날짜를 연기하거나 평일에 결혼식을 치르고,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결혼식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이런 쌍춘년의 위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올해 윤달인 8월24일부터 9월21일까지도 주말마다 예약이 꽉 차 있다.
“잘 산다” 어느 해보다 많이 결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부부들을 울리는 ‘배짱 상혼’ ‘얌체 상혼’ ‘바가지 상혼’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예식업체 관련 분쟁 건수만 해도 1~6월 동안 6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6건에 비해 13% 증가했다.
서울에 사는 양모(여) 씨는 10월에 결혼하는 동생과 함께 예식장을 구하러 다니다 마음만 상했다. 예식장에 동생이 마음에 들어하는 웨딩드레스가 없어서 드레스를 대여하지 않으려 하자 예식장 측에서 “드레스를 빌리지 않으면 식장도 빌려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양 씨가 항의하자 예식장 직원은 “계약하지 않으면 된다”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손님이 얼마든지 있다는 배짱 상혼이었다.
다른 예식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이 예식장에서 드레스를 빌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턱없이 비싼 대여료가 양 씨를 어이없게 만들었다. 예식장 대관료가 90만원인데, 웨딩드레스 대여료가 60만~80만원에 달했다. 양 씨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비용에 관대하다는 점을 악용한 바가지요금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며 씁쓸해했다.
웨딩드레스를 빌리지 않으면 예식장도 빌려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예식장 관계자들은 “예식장 고유의 색깔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예식장 고유의 색깔’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0월29일 결혼하는 이모(여) 씨. 그는 3월 일찌감치 예식장을 계약했다. 계약 당시 이 씨는 예식장만 빌리고 다른 행사 진행은 이벤트업체를 통해 할 것이라고 했으며, 예식장에서는 순순히 식장 대여비 80만원에 식대비는 별도라고 했다. 그래서 이 씨는 3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그런데 6월에 갑자기 예식장에서 전화가 왔어요. 상담하러 나오라는 전화였죠. ‘식장만 쓰면 되는데 무슨 상담이냐’고 했더니 ‘드레스와 스튜디오 이용은 안 하냐’고 했어요.”
이 씨가 다른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럼 예식장을 빌릴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가 항의하자 예식장 직원은 “그럼 2시 예식을 4시로 옮기든지, 아니면 우리 예식장을 이용하지 말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쌍춘년이라서 식장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예식장의 태도에 이 씨는 너무 화가 났다.
지난달 결혼한 정모(여) 씨 또한 예식장 횡포 때문에 오후 1시에 하려던 예식 시간을
5시로 늦춰야 했다. 어렵사리 토요일 점심시간에 예약이 가능한 곳을 찾았지만 예식장에서 “하객이 400명 미만이면 1시 예약이 불가능하다”고 거부했던 것이다.
“부가비용 등 올해는 지나칠 정도”
이 같은 예식업체의 ‘쌍춘년 횡포’는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예식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에도 성수기 황금시간대에 비슷한 일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지나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사진이나 꽃, 드레스, 한복 등도 최고급 제품만을 강요하거나 계약서에는 있지 않은 부가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2월에 결혼한 장모(여) 씨는 계약할 때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가비용을 부당하게 지불한 경우. 예식이 끝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 씨는 남편에게서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랑 입장을 하려는 순간 예식장 여직원이 다가와서 “행진 축포를 터뜨리는 데 16만원이 든다”며 “지금 사인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입장을 하는 떨리는 순간에 와서 사인해달라고 하면 이것저것 따지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꼭 사기꾼에게 당한 기분이에요.”
여행사 횡포도 만만치 않다. 5월 결혼한 이모(여) 씨는 결혼 두 달 전 A 여행사에서 호주 신혼여행 상품을 계약했다. 일반 항공권보다 20% 싼 가격의 항공권이어서 이 씨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A 여행사는 결혼식을 9일 앞둔 날 돌연 “항공권이 없다”고 알려왔다. 이 씨는 비싼 항공권을 살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의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일부 영세 여행사들이 계약금만 받고 잠적하는 피해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계약서와 여행 일정을 서면으로 받아두고 특약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피해를 방지하고 보상받을 수도 있다”고 충고한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축복을 받으며 행복해야 할 청춘남녀들. 하지만 웨딩 관련 업체들의 횡포 때문에 쌍춘년 예비부부들의 얼굴에는 웃음 대신 수심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