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십계'의 한 장면
성서 속의 기적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지금 홍해가 실제로 ‘갈라지고’ 있다. 과학잡지 ‘네이처’ 8월호는 홍해가 두 개의 바다로 갈라지면서 새로운 바다가 생겨나고 있다는 영국-에티오피아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리되어 큰 섬이 될지도 모른다. 1억5000만년 전, 마다가스카르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홍해가 갈라지는 원인은 지난해 9월 동아프리카에 일어난 지진 때문이다. 9월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사막에 지진으로 인해 길이 60km, 폭 8m의 균열이 생겼다. 균열이 생겨난 지점은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지각판(tectonic plates)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 균열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내해가 생기고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나갈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게 지질학자들의 주장이다.
“아프리카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갈 것”
흔히 사람들은 땅덩어리가 말 그대로 요지부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륙은 지금도 조금씩 움직이는 중이다. 대서양은 현재 매년 1~2cm씩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표현대로라면 ‘손톱이 자라듯’ 바다가 넓어지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날까? 지각판은 때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두 개의 판이 충돌해 한 판이 다른 판 밑에 깔리기도 한다. 이처럼 인접한 지각판들이 몇백만 년에 걸쳐 서로를 밀어내 마침내 새로운 대륙과 대양이 생겨나는 것이다. 아파르 사막 단층에서는 균열 사이로 마그마가 솟아나오며 지각판이 서로 벌어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카판이 아라비아판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중이라는 것.
영국 옥스퍼드 대학, 런던 대학 로열 할러웨이 칼리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대학 합동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유럽우주기구(ESA)의 지구관측위성 ‘엔비사트’가 찍은 사진을 분석했다. 아파르 사막에 생겨난 60km의 균열은 불과 3주 만에 생성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 틈은 현재도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지각변동 자체가 인공위성에 의해 관측된 것도 처음이지만, 이토록 급속한 지각변동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로열 할러웨이 칼리지의 신디 에빙거 교수와 옥스퍼드 대학의 팀 라이트 교수는 “이번 지각변동은 단층이 ‘찢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지하에서 두 개의 화산이 마그마를 계속 분출해 그 결과로 이처럼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곧 마그마들이 단단하게 굳고 이 틈으로 홍해의 바닷물이 흘러 들어와 새로운 내해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분출된 마그마의 양은 거대한 스타디움 2000개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이라고 한다.
“아파르 사막 지역의 지각변동을 통해 우리는 먼 옛날 대륙과 바다가 만들어진 과정을 복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빙거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라이트 교수는 이와 같은 속도로 균열이 넓어진다면 100만년 안에 에티오피아 일부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완전히 떨어져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