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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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야 상상력이 춤춘다

  • 이도희 경기도 송탄여고 국어 교사

    입력2006-08-0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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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학생들이 논술 공부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학생들은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그리고 나에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물론 학생들의 답답한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처럼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억지로 논술을 쓴다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이런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좌절과 희망의 양극단을 자주 오갈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억지 사고를 통해 억지 논술답안을 작성해왔다. 이런 억압된 심리상태에서는 창의적인 논술답안이 나오기가 어렵다.

    논술을 즐기면서 쓸 수는 없을까? 즐긴다는 것은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올 심리적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즐기면서 하다 보면 그 자체가 동기유발이 되어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 바로 이런 구조 속에서 독창성이 나오는 것이다. 논술시험에서 비판력과 창의력을 갖춘 답안이 합격 조건에 든다고 볼 때, 학생들에게 이런 ‘즐김의 사고’는 더욱 필요하다.

    즐기는 가운데서 창의성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디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즐기는 축구의 모습을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그는 항상 웃으면서 경기를 한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로 경기를 하는데, 호나우디뉴는 상대 선수로부터 고의성 태클을 당해도 웃으면서 넘긴다. 그의 그림 같은 발재간이나 환상적인 슛은 이처럼 즐기는 자세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논술을 공부할 때 호나우디뉴처럼 즐기면서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창의적인 논술을 쓸 수 있는 원천임을 알게 될 것이다.

    다음 글을 보자.

    (…) 어떤 교회를 짓는데 세 사람의 석공이 와서 날마다 대리석을 조각한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느냐고 물은즉, 세 사람의 대답은 각각 다르다. 첫째 사람은 험상궂은 얼굴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어조로 “죽지 못해서 이놈의 일을 하오” 하고 대답한다. 둘째 사람은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오.” 그는 첫째 사람처럼 자기 일에 대해서 불평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일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



    셋째 사람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만족스러운 대답을 한다.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대리석을 조각하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 안병욱 ‘행복의 메타포’

    우리는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일하는 석공에게서 창의성이 깃든 작품을 기대한다. 그 석공은 대리석 조각을 즐기면서 하기 때문이다. 그 석공의 ‘즐김’은 조각의 구석구석에서 창의성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그는 세 사람 중 작품을 완성한 뒤 그 결과에 만족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즐기면서 하는 일은 주체성을 키워준다. 이것이 적극성으로 연결되고, 창작의 기대와 의욕으로 이어진다. 우리 학생들은 논술을 이런 마음가짐으로 대할 수 없을까?

    억압된 심리 상태에서 창의적 논술 답안 작성 어려워

    학생들은 그동안 전문가가 만든 논술문제집을 가지고 공부했다. 이런 문제집이 갖는 단점은 지독하게 타율적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문제를 풀면서 자기 생각보다는 저자가 써놓은 예시답안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시답안은 상식적인 관점에서 써진 것이 대부분이다. 상식적인 답안에 매달리는 식의 논술공부 방법으로는 창의성이 깃들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시사주간지를 선택해 정기적으로 읽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시사주간지의 기사는 기자가 일주일 동안 일어난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을 선택해 문제의식을 도출한 뒤, 자기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쓴 글이다. 학생들은 이런 기사를 논술의 제시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 ‘주간동아’를 예로 들면 커버스토리,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 건강/과학, 스포츠, 칼럼의 9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것들을 항목별로 각각 600자 내외로 요약하면 9개의 제시문이 만들어진다. 그 다음, 커버스토리를 중심으로 주제의 줄기를 잡고 여기에 맞춰 요약된 제시문을 편집한다. 이때 주제와 관련 없는 제시문은 몇 개 제외해도 좋다. 이처럼 자율적인 과정을 거쳐 6개 정도의 제시문과 대학 기출문제를 참고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문제를 만들고 답안을 썼다는 자부심에 그 문제를 두고두고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한다면 그 어렵다는 논술도 멀기만 한 목표가 아니다. 무슨 일이건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

    논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등산할 때 정해진 등산로를 가는 사람이 있고, 빙벽 루트를 개척해가며 등정하는 사람이 있다. 둘 중 누구의 등산 실력이 월등히 향상될까? 즐김은 창조성의 원천이다. 학생들이여, 논술을 철저하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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