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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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버섯으로 암 정복 꿈꾼다

항암 성분 다량 함유한 신비의 버섯…日 ㈜미나헬스 등 인공재배 성공 이어 연구 박차

  • 구마모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6-08-02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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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송이버섯으로 암 정복 꿈꾼다

    꽃송이버섯(위)과 7월14일 일본 구마모토시 ANA 호텔에서 열린 ‘꽃송이버섯의 항암 작용에 관한 연구결과 발표회’.

    암 정복은 21세기에 들어서도 의학계의 변함없는 과제다. 오랜 기간 수많은 의료, 연구진이 암을 정복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지만 뚜렷한 효능을 지닌 암 치료약 개발은 요원하기만 하다. 지금도 암 정복을 위한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꽃송이버섯(일본명 하나비라다케)을 이용한 일본 ㈜미나헬스의 항암 연구도 그런 노력들 중 하나다.

    꽃송이버섯은 산호 또는 모란채(牡丹菜) 모양의 식용버섯으로 담황색이나 흰색을 띠고, 가지의 끝이 꽃잎처럼 꼬불꼬불한 것이 특징. 한국, 일본, 미국 등지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쉽게 발견되지 않아 일본에서는 ‘신비의 버섯’으로 불린다. 이 희귀 버섯이 유명세를 탄 것은 항암 성분인 베타 글루칸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다.

    버섯을 비롯한 자연식물에 들어 있는 베타 글루칸은 면역력을 높이는 다당체의 일종으로 1.3, 1.4, 1.6 등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항암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이 베타 1.3글루칸이며, 꽃송이버섯에는 다른 버섯보다 휠씬 많은 베타 1.3글루칸이 들어 있다. 7월14일 일본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 ANA 호텔에서 열린 ㈜미나헬스의 ‘꽃송이버섯의 항암 작용에 관한 연구결과 발표회’도 꽃송이버섯의 뛰어난 항암 효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베타 1.3글루칸 함유량 아가리쿠스의 4배

    이날 발표자로 나선 ㈜미나헬스의 나카지마 미쯔시로 사장은 대를 이어 각종 버섯 연구와 재배에 힘을 쏟아온 인물. 도쿄대학에서 항균성 물질 연구에 일생을 바친 그의 아버지 나카지마 미쯔오 박사의 뜻을 이어 20여 년 동안 버섯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는 1998년 재단법인 일본식품분석센터에 의뢰해 측정한 꽃송이버섯 성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꽃송이버섯 100g에 함유된 베타 1.3글루칸은 43.6g으로 아가리쿠스(11.6g), 잎새버섯(15~20g), 영지버섯(8~15g) 등에 비해 2~5배 정도나 많다는 것. 꽃송이버섯을 분석한 연구원이나 결과를 접한 나카지마 사장 모두 믿기지 않아 수차례 확인을 거듭했을 정도라고 한다. ㈜미나헬스는 베타 1.3글루칸이 들어 있는 꽃송이버섯 추출물에 MH-3라는 이름을 붙여 1999년 통산성 공업기술원 생명공학기술연구소에 ‘미생물의 표시 꽃송이버섯 MH-3’를 등록했다.

    그 후 도쿄대학 약과대가 실시한 MH-3의 동물실험 결과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먼저 암세포를 이식한 쥐 30마리에게 꽃송이버섯 추출물을 각각 20㎍, 100㎍, 500㎍씩 35일 동안 순차적으로 투여한 결과 모든 쥐에게서 암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꽃송이버섯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백혈구 수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백혈구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항암제 사용 시 백혈구 수가 감소함으로써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실험을 주도한 야도마에 도시로 도쿄대학 약과대 명예교수도 이날 연구결과 발표회에 참석, “MH-3의 기초 임상실험 결과 인체 면역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며 “항암제는 면역세포를 죽여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만 MH-3는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실험 결과를 토대로 구마모토시 요시다병원에서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진행됐다. 요시다병원은 1901년 설립된 106년 전통의 병원으로, 부작용 없는 암 치료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병원에서의 실험 결과 또한 흥미롭다.

    임상실험 암환자 14명 중 9명이 수명 연장

    요시다병원은 3~6개월의 시한부 진단을 받은 말기 암환자 14명에게 MH-3를 하루 100mg씩 3회 복용시켜 8~10개월간 경과를 지켜본 결과 증상이 호전된 것을 확인했다. MH-3를 복용한 환자 가운데 4명이 5년 이상 생존했으며 5명은 시한부 기간보다 2배 이상 더 살았다. 나머지 5명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항암 효과에도 꽃송이버섯을 이용한 치료약 개발은 갈 길이 멀다. 희귀 버섯인 꽃송이버섯의 인공재배가 성공한 것이 불과 7년 전일 정도로 꽃송이버섯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은 점에서 부족하다. 인공재배에 성공한 뒤 2004년 ‘생리활성을 지닌 꽃송이버섯 균상 제작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했지만 실제 대량 재배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해 7월 바이오센터를 이용하면서부터. 인공재배에 쏟은 시간과 열정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균주 배양에 성공하기까지 무려 1만여 개의 균주가 사용됐을 정도. 꽃송이버섯 연구는 이제 걸음마를 막 끝낸 단계인 셈이다. 현재 꽃송이버섯을 이용한 건강보조식품, 청주(淸酒), 각종 요리 등이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는 정도다.

    꽃송이버섯을 이용한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임상실험과 학계, 의료계의 인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미나헬스와 도쿄대학 약과대, 요시다병원의 열정과 노력이라면 그 산도 높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인터뷰 요시다 겐시 요시다병원 총원장

    “MH-3 복용 땐 백혈구 수 증가해 면역력 향상”


    꽃송이버섯으로 암 정복 꿈꾼다
    -MH-3는 무엇인가?

    “꽃송이버섯 균주의 하나인데 잘 정리되고 고정화된 특징을 갖고 있다. 고정화됐다는 말은 꽃송이버섯 균주를 이용해 여러 차례 실험했을 때 결과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MH-3의 효과는?

    “암환자가 MH-3를 복용하면 백혈구 수치가 증가해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백혈구가 감소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이런 결과를 알고 환자들이 안정감을 갖는다.”

    -MH-3와 기존 항암제를 비교한다면?

    “항암제는 원래 모든 세포를 죽이는 물질이다.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도 죽이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MH-3를 복용하면 이 같은 부작용이 줄어든다.”

    -아가리쿠스, 잎새버섯 등 많은 버섯이 있는데 꽃송이버섯을 주목하게 된 이유는?

    “이들 버섯에는 모두 항암 성분인 베타 1.3글루칸이 들어 있는데, 특히 꽃송이버섯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그러니 꽃송이버섯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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