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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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순간’ 앞에서 더 진지했던 2세대 펑크밴드를 기리며

유진정의 사진집 ‘SEOUL PUNX’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8-02-13 1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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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정 작가의 ‘SEOUL PUNX’에 실린 사진들. [유진정 인스타그램]

    유진정 작가의 ‘SEOUL PUNX’에 실린 사진들. [유진정 인스타그램]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끝나지 않을 여름처럼 산 자들이 있다. 누구의 눈도 의식하지 않고 그들만의 정글을 구축한 자들이 있다. 2세대 펑크밴드와 그 주변인이다. 굳이 2세대 펑크라고 지칭한 이유는 노브레인, 크라잉넛 등 1세대 펑크밴드와 달랐기 때문이다. 홍대 앞 라이브 클럽 ‘드럭’을 근거로 하던 1세대 펑크밴드의 음악은 모던 록과 더불어 한국 인디 음악을 양분하는 주요 장르였다. 세기말의 욕망과 ‘X세대’의 차별화 욕구가 맞물려 홍대 앞은 새로운 문화의 메카가 됐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자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1세대 펑크밴드는 막 열리기 시작한 록페스티벌의 주요 출연진으로 자리 잡으며 ‘말달리자’ ‘바다 사나이’ 같은 곡으로 유명해졌다. 그들이 미디어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일부 미디어는 그들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소비했다. 상대적으로 대중친화적이었다. 2세대에 비해서는 말이다. 

    홍대 앞 클럽 ‘스컹크’와 홍대 정문 앞 어린이 놀이터를 주 ‘서식지’로 삼았던 2세대 펑크밴드는 한국 청년 하위문화의 역사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스타일로 치장했다. 염색한 머리를 뾰족뾰족, 중력을 거스르며 치켜세웠다. 누구보다 빨리 온몸에 문신을 새겼다. 눈 주변엔 검은 마스카라를 바르고 징이 가득 박힌 가죽점퍼를 교복처럼 입었다. 무리 지어 다니면 가까이 있는 이들은 피해가고, 멀리 있는 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지켜보곤 했다. 음악은 단순하고 과격했다. 공격적인 포효였다. ‘이유 없는 분노’라는 문구를 증류해 음표와 사운드에 담아내곤 했다. 한마디로, 한국 음악사에서 가장 젊은 극단주의자 집단이었달까. 

    모든 극단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 그들도 사라졌다. 다시 머리를 검게 물들이고 가죽점퍼 대신 양복을 걸치고 사는 이들이 있다. 장르를 바꿔 다른 음악을 하는 이들이 있다. 더욱 강력해진 비주얼로 미용사, 디자이너 등으로 ‘표현하는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 시절이 ‘좋았던 때’일 수도 있고, 또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지옥’일 수도 있겠다. 굳이 현 기준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들의 정글에는 미래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사진집 ‘SEOUL PUNX’는 인생 앞에선 덜 진지했고, 순간 앞에선 더 진지했던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2세대 펑크밴드의 무대 안팎 모습을 1만 2000장 사진 중에서 추려냈다. 이화여대 앞 거리공연으로 처음 그들을 접한 유진정이 그들의 게토 속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찍은 사진이다. 작가의 간략한 후기를 제외하면 어떠한 설명도 붙어 있지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생생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한국 청년 하위문화의 소중한 인문학적 기록지다. 



    그들이 워낙 배타적이었기에 외부 시선으로 그들에 대한 기록을 남긴 이가 거의 없어 더욱 그렇다. 1990년대 홍대 앞 느낌에 가까운 용산구 한남동 우사단길의 ‘시티카메라’에서 사진전시도 열리고 있다. 이제 더는 홍대 앞에서도 찾기 힘든, ‘홍대앞스러운 느낌’의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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