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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김광림, 오차범위 내 선두 다툼
보수의 본향(本鄕)인 경북은 한국당 경선이 곧 도지사 당락을 결정해온 만큼 한국당 경선 열기는 벌써부터 고조되고 있다.‘경북매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와 함께 경북 거주 성인 남녀(1083명, 유무선 ARS 조사)를 대상으로 2017년 12월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도지사 적합도’에선 이철우 의원(14.7%)과 김광림 의원(13.2%)이 오차범위에서 각축을 벌였고 오중기 전 행정관(10.5%), 박명재 의원(10.4%), 권오을 전 의원(6.7%), 이삼걸 전 차관(6%), 남유진 구미시장(5.5%), 김영석 영천시장(4.2%) 순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 지지 정당은 한국당이 47.2%로 1위였으며 그다음으로 민주당(25%), 바른정당(5.5%), 국민의당(4%), 정의당(3.5%) 순이었다. 그러나 ‘적합한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26.2%로 집계돼 후보 인물 됨됨이나 선거 돌출 변수에 따라 선거 판세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영남일보-대구CBS 여론조사에서도 읽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경북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2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이철우 의원이 12.4%로 1위를 차지했고 박명재 의원(9.2%), 김광림 의원(8.8%), 오중기 전 행정관(7.6%), 남유진 구미시장(7.2%), 김영석 영천시장(5.9%), 박창호 경북도당 위원장(5.8%)이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였다. ‘적합 후보 없음/모름’ 응답도 24%였다. 두 조사에서 오 행정관이 선전한 데 대해선 한국당 후보군이 7명에 이르러 선호도가 분산됐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당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월 3일 안동 중앙신시장에서 만난 김광수(45) 씨의 말에서도 이러한 민심은 드러난다.
“과거 경북은 한국당 고쟁이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했지만 최순실 사태를 거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달라진 건 사실이다. 한국당 후보라 해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여당에게 표를 줄 것이다.”
안동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회사를 다닌다는 이충현(28) 씨도 “대북관이나 정서상으로는 한국당을 지지하지만 지난 총선 때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을 뽑았다”며 “예전과 달리 젊은 층에서는 보수성향의 여당 후보를 뽑으려는 심리가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2월 3, 4일 경북 안동과 의성, 구미, 포항 등지에서 만난 도민의 주류 정서는 여전히 보수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룬 자부심도 묻어났다.
구미새마을중앙시장 국숫집에서 만난 장정일(60) 씨는 “피땀 흘려 이만큼 잘살게 만든 게 누구인데, 전직 대통령을 겨냥해 적폐청산을 한다며 구속시키는 건 정치보복”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을 ‘잡범’ 취급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년 가까이 구속하는 게 ‘나라다운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 속에서 출마 예상자들의 선거 전략도 ‘보수 표심’ 공략에 맞춰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TK(대구·경북) 선거에서 ‘박정희 마케팅’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도 어김없이 재등장했다.
김광림 의원은 1월 21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방문한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고, 2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보면 오는 2020년부터 고교생들이 배울 역사교과서에서 ‘새마을운동’을 삭제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마저 말살하려는 좌파정부의 꼼수”라고 반발했다. 동시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차량이나 주택에 한반도기가 아닌 태극기를 게양하는 ‘태풍(太風·태극기 바람)운동’을 제안해 보수 정체성 강조에 나섰다.
남유진 시장은 선거용 명함에 박 전 대통령 사진을 싣고는 ‘리틀 박정희 남유진’이라 소개하고 있고, 이철우 의원도 1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도지사 출마 선언 이후 현재까지 11번째 구미를 찾는 이유도 박 전 대통령의 애국위민정신을 이어받기 위해서”라며 박 전 대통령 향수를 자극했다.
“지역경제 발전, 고령화 대책 있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남유진 구미시장, 이철우 자유한국당 의원,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뉴시스, 뉴스1]
포항, 구미와 달리 경북 북부지역에선 ‘경제발전에서 소외됐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의성군 쌍계리마을회관에서 만난 배병한(73) 씨는 “경북 북부지역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등으로 갈수록 쇠퇴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정책을 얘기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념이나 박정희 향수에 기대지 않고 지역경제를 살리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민들은 대체로 3선의 이철우 의원에 대해선 높은 인지도와 소통 능력을,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의원에 대해선 지역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기대와 함께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지지를 강점으로 봤다. 남유진 시장은 3선을 하며 인정받은 행정가 이미지를, 박명재 의원은 본선행 티켓을 좌우할 동부 연안권이 지역구(포항)인 데다 최근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의 지지 선언을 강점으로 꼽았다. 또 여권에선 ‘대구 김부겸 효과’처럼 ‘경북 오중기 효과’를 기대하는 젊은 층의 목소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