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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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 경남 도지사

무주공산 노리는 입지자 천국 경남

文 대통령 핵심 측근 김경수 vs 홍준표 대표 복심 윤한홍의 대리전

  • | 강정훈 동아일보 기자 manman@donga.com

    입력2018-02-13 11: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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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앙대로 300 경남도청 1층 프레스센터가 연일 북새통이다. 지방선거를 4개월가량 앞두고 출마 예정자의 기자회견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2월 들어서만 권민호 거제시장(민주당), 하영제 전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한국당), 공민배 전 창원시장(민주당)이 차례로 출마 선언을 했다. 7일 오전 ‘손님’은 안홍준 전 의원(한국당). 앞서 한국당 김영선 전 의원과 강민국 경남도의회 의원도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의 회견에는 지방선거에 나설 지방의원과 단체장 후보, 지지자들이 함께 참석한다.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이다. 심지어 삼단 화환도 등장한다. 지역 컨벤션센터와 대학 강당에선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룬다. 2월 둘째 주까지 공식적으로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은 민주당 2명, 한국당 4명 등 모두 6명. 1차 판짜기가 끝난 셈이다. 

    링에 오르진 않았지만 관심을 끄는 정치인도 있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김해을)과 한국당 윤한홍 의원(창원시마산회원), 그리고 현 정부가 임명해 친민주당으로 분류되는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다. 불출마 선언에도 한국당 박완수 의원(창원시의창)도 막판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윤영석 의원(양산갑)은 출마 의지가 있지만 모멘텀을 만들지 못한 상태.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학송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한국당)도 판세를 살피고 있다. 

    지역에서는 “정치인이 다른 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는 폐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더군다나 (대권 도전 등) 중앙정치만 바라보는 도지사를 뽑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후보도 가세하고 있다. 하영제 전 차관은 “중도 사퇴 부담이 없는 행정가 출신이 도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역대 경남도지사의 ‘흑역사’에서 비롯됐다. 1995년 민선 1기 이후 도지사 4명을 뽑았으나 3명이 중도 사퇴했다. 김혁규, 김두관, 홍준표 전 지사다. 유일하게 임기를 채운 김태호 전 지사는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설 당시 거창군수직을 중도 사퇴했다. 모두 대권을 꿈꿨지만 실패했다. 

    홍 전 지사는 지난해 4월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대권 도전을 위해 중도 사퇴하면서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그 후유증이 ‘장기(長期) 권한대행 체제, 도정 표류’로 나타났다는 것이 공민배 전 시장의 평가다. 홍 전 지사는 줄곧 “보궐선거 예산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번 지방선거에 한국당 소속 현역의원을 출전시킨다면 자가당착인 셈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현직의원이 도미노 중도 사퇴를 하면 제1당 유지가 어렵다. 현역 차출이 어려운 이유다.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 중인 민주당 2~3명과 한국당 4~5명이 예선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정당에선 아직 출마 선언이 없다. 

    역대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2010년 지방선거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당 전신인 보수진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율이 과거에 비해 낮고 홍 전 지사의 중도 사퇴 여파도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엔 한국당 소속 전·현직 단체장의 민주당행이 잇따르는 등 보수 균열도 나타나고 있다. 권민호 거제시장이 그렇고, 경남도의회 의장까지 지낸 허기도 경남 산청군수도 한국당을 탈당해 민주당 유니폼으로 출전을 채비 중이다. 

    경남도지사 선거전은 부산시장, 울산시장 등과 함께 이른바 ‘낙동강 더비’다. 문재인 대통령 고향(거제)과 한국당 홍 대표의 고향(창녕)이 경남이다. 당연히 자존심도 걸려 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 된다면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의원, ‘홍준표 아바타’로 불릴 만큼 측근이자 행정 관료인 윤한홍 의원의 차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초선인 이들의 중도 사퇴가 최대 걸림돌이다. 권역별로는 한국당이 서북부에서 강세인 반면, 동부는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꼽힌다. 혼전 양상인 중남부가 승부처가 되리라는 여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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