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앙, 명성황후. 맘마미아(왼쪽부터).
음악성 면에서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웠던 80년대 중·후반, 90년대 초반의 가요 전성기가 10대 취향의 댄스음악 범람으로 시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이후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이 연이어 성공을 거두자 수준 이하의 기획사들이 난립했던 것도 좋은 예. 이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공연 개런티를 천정부지로 올려놓았고, 부도나는 공연이 속출했다. 올해 절대 다수의 스크린을 점령하고 한국 영화의 온갖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영화 ‘괴물’을 두고 ‘한국 영화를 잡아먹은 괴물’이라고 씁쓸해했던 많은 영화인들과 ‘그것이 한국 영화 관객의 수준’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김기덕 감독의 마음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한국 대중은 유독 쏠림이 심한 편이고 대중문화의 기획자들로서는 이를 무시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최근 히트상품은 단연 ‘뮤지컬’이다. 지금 문화계에서 ‘되는 상품’은 뮤지컬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연말연시를 맞아 뮤지컬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 등이 대부분 ‘돈 주앙’ ‘명성황후’ ‘맘마미아’ ‘로미오 · 줄리엣’ 등 뮤지컬 대작을 무대에 올리고 있고, 여타 극장들도 뮤지컬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공연장 잡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고, 그나마 전통 연극이나 무용 등 다른 공연은 아예 발붙일 틈이 없다.
음악과 연극이 극적으로 만난 형태, 공연예술의 꽃이라는 뮤지컬로 쏠리는 대중의 관심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 댄스음악의 범람이 가요의 전성기를 피폐하게 했듯 뮤지컬로의 과도한 쏠림이 다른 공연예술을 고사시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뮤지컬이 전부는 아니다.